[강남발(發) 집값 바닥론 실체는?] 급매물 빠졌지만 추격 매수는 주춤
[강남발(發) 집값 바닥론 실체는?] 급매물 빠졌지만 추격 매수는 주춤
서울 집값, 통계상 30주 만에 상승 전환… 대출 등 정부 규제 견고해 대세 상승은 ‘글쎄’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값 하락폭이 둔화하면서 ‘집값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늘고 있고, 재건축 추진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가격도 적잖게 올랐다. 일부 단지는 종전 최고가까지 갈아치우면서 집값이 바닥을 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바닥 다지기’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지난해 9·13 대책 이후 거래가 끊기면서 매도 호가(부르는 값)가 급락한 데 따른 ‘기저효과’란 분석이 우세하다. 하반기 집값도 반등보다는 보합권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 규제가 여전히 견고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 보유세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시장은 확 쪼그라들었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다 보니 지역을 가리지 않고 부동산중개업소마다 매물이 쌓였다. 거래가 사실상 끊기면서 실수요보다는 투자수요가 많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 추진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도 호가도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주택시장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연초만 해도 좀처럼 녹을 것 같지 않게 꽁꽁 얼어 붙었던 주택시장이 2분기 들면서 조금씩 거래가 살아나면서 꿈틀거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월 1447건으로 쪼그라들었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월 2266건(이하 계약일 기준), 4월 2804건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5월에는 6월 14일 현재 1761건이 계약됐다. 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에만 신고하면 되므로 이 같은 추세라면 5월 거래량은 4월분을 훌쩍 뛰어넘어 3000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3000건이 넘으면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8월 7277건에서 9월 1만2219건까지 치솟았다가 대출부터 세금까지 전방위적 규제를 포함한 9·13 대책이 나오면서 11월 1778건으로 급감했다. 최근의 ‘집값 바닥론’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끊겼던 매수세가 돌아온 건 통상적으로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돌아온 매수세는 9·13 대책 이후 상대적으로 가격이 더 많이 내린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급매물이 빠지면서 재건축 아파트값은 오름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강남구 청담동 삼익 아파트 109㎡형(이하 전용면적)는 5월 중순 21억4500만원에 계약됐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말 18억3000만원에 계약된 이후 거래가 없었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아파트 121㎡형도 올 들어 거래가 없다가 최근 25억9000만원에 거래가 됐다. 강남구 대치동 선경1차 아파트 127㎡형은 최근 28억원에 계약됐다.
서울 재건축의 ‘상징’으로 불리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도 최근 급매물이 팔리면서 매도 호가가 뛰고 있다. 올해 1월 76㎡형이 14억원에 팔렸지만, 2분기 같은 주택형이 16억4000만원에 계약됐다. 이 아파트 84㎡형도 2월 실거래가는 16억6000만~16억9000만원 선이었지만, 최근 18억2000만에 계약된 후 19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4차 96㎡형은 연초 16억8000만원 선에서 계약됐으나, 2분기에는 이보다 1억원 오른 17억8000만원에 팔렸다. 송파구 신천동 장미1차 아파트 71㎡형도 올해 초보다 1억원가량 뛴 12억6000만원에 최근 계약이 이뤄졌다. 청담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삼익 109㎡형은 올해 초 20억원 아래로도 매물이 나왔지만 거래가 되진 않았다”며 “하지만 최근 급매물 위주로 계약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전반적으로 지난해 9·13 대책 이후 떨어진 가격을 최근 회복해 가고 있다. 부동산정보회사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4월 셋째주(19일 기준)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상승폭도 키워가고 있다. 5월 셋째주는 전주 대비 0.02%로 상승 폭이 크지 않았으나 6월 첫째주(7일 기준)에는 0.11%까지 상승폭을 키웠고, 둘째주(14일 기준)에는 0.19%로 확대했다. 재건축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6월 둘째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1% 올랐다. 서울 아파트값이 오른 것은 지난해 11월 첫째주 이후 30주만이다. 대치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급매물이 팔려 나가기 시작하자 집주인들이 매도 호가를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만 상승세를 타는 건 아니다. 최근에는 여의도 재건축 추진 단지까지 상승세가 확대했다. 여의도는 특히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 통개발’ 계획이 좌초하면서 움츠러들었지만 최근 매수세가 확대하면서 종전 최고가를 가뿐히 갈아치우고 있다.
여의도의 대표적인 재건축 추진 아파트인 영등포구 여의도동 광장 아파트 117㎡형은 5월 15일 17억3000만원에 계약됐는데, 이는 종전 최고가(14억8000만원)보다 2억5000만원이나 비싸다. 4월 7일에는 138㎡형이 16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2017년 4월 13억3000만원을 끝으로 거래가 없었다. 주변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지난해 9·13 대책 직후 거래가 끊겼다가 4월 이후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호가가 많이 올랐다”고 전했다. 삼부와 미성 아파트도 최근 가격이 오름세다. 삼부 146㎡형은 5월 22일 연초보다 1억원 정도 오른 2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미성 91㎡형도 같은 기간 1억원가량 뛴 12억4000만원에 계약됐다. 아직은 강남권으로 제한적이지만, 일반 아파트에도 매수세가 붙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112㎡형은 최근 37억3000만원에 실거래 신고됐다. 3.3㎡당 8200만원 꼴로 지난해 9·13 대책 직전인 8월 말 같은 단지 동일 면적의 21층 물건이 36억원에 거래된 이후 8개월 만에 최고가를 경신한 것이다. 이 아파트 164㎡형도 최근 41억8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지난해 2월 세웠던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아크로리버파크는 주택시장이 활황세던 지난해 상반기 중소형 매매가격이 3.3㎡당 1억원을 넘어섰다는 소문이 떠돌면서 서울 집값을 폭등시켰던 단지다.
재건축 아파트, 일부 일반 아파트값이 뛰는 최근 상황만 놓고 보면 집값이 바닥을 쳤다고도 볼 수 있다. 최근의 ‘집값 바닥론’의 실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면 주택시장을 전망하는 심리지표가 회복세라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주택가격 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3월(83)부터 반등해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5월 주택가격전망 CSI는 93을 기록했다. 전달보다 6포인트 오른 수치다. 주택가격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조만간 100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경제활동의 주체인 ‘소비자’에 의해 생성되는 CSI는 소비자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과 향후 소비 지출 전망을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한 후 지수화한 것이다. 그 값이 100보다 크면 경기 전망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고,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 인식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택가격전망 CSI는 특히 비교적 정확도가 높은 선행지표라는 인식이 강하다. 전국 집값은 지난해 12월 상승세에서 하락세로 돌아섰는데, 이 지표는 이미 9월 최고점을 찍은 뒤 매월 10포인트 이상씩 하락했다. 2012년 8월에도 그해 최저점(92)을 찍은 뒤 반등했고, 2013년 3월에는 100을 넘어섰다. 2013년 하반기 주택시장은 상승 전환했다. 주택건설회사의 한 관계자는 “주택가격전망 CSI는 비교적 정확도가 높은 편이어서 분양 마케팅 관련 계획을 세울 때 활용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어쨌든 단지 아파트값만 오르는 게 아니라, 소비 주체인 주택 수요자(혹은 주택 투자자)의 심리도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과 ‘지표’에도 최근의 상황을 집값 바닥론과 연결하는 건 무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최근 재건축 아파트값이 오른 건 9·13 대책 이후 매수세가 뚝 끊기면서 호가가 급락한 데 따른 기술적 반등이라는 해석이 많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급매물이 소진된 건 주식시장의 낙폭 과대주가 팔린 것과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권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도 “급매물이 아닌 매물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전했다. 미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달러당 환율이 1200원에 근접한 데다, 국내외 경제 연구기관이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낮춘 점이 불안감을 부추긴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른바 ‘장롱 속 뭉칫돈’이 주택이나 금 같은 실물자산을 사들이려는 수요가 강남 재건축 시장에 유입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 논란 등으로 자산가를 중심으로 실물 자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여기에 주택시장 악재로 꼽히던 ‘금리 인상’과 ‘주택 공급’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금리 인상은 올해 주택시장의 최대 악재로 꼽혔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점쳐졌다. 하지만 연초부터 경기 침체 논란이 일면서 2분 들어서는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최근에는 아예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6월 12일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중 무역분쟁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수출이 감소하는 등 한국 경제를 뒤덮은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이날 “대내외 경제 여건이 엄중한 상황에서 정책당국은 성장 모멘텀이 이어질 수 있도록 거시경제를 운영해야 한다”며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경기 회복이 더디거나 상황이 나빠지면 금리 인하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이 총재는 그동안 통화정책 완화(금리 인하)를 주문하는 안팎의 목소리에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선을 그어 왔다.
주택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도 정부의 3기 신도시 지정으로 사실상 사라졌다. 주택 업계의 한 관계자는 “3기 신도시 지정은 주택 수요가 많은 서울 도심이 아닌 외곽에 공급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강남 등 도심 주택 수요자에게는 ‘확신’만 심어주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지금 상황에서는 외곽이 아니라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통해 서울 도심에서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순탁 서울시립대 총장은 5월 28일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이 개최한 세미나에서 “정부가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신도시 개발 정책을 써 왔는데 지금도 유효한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신도시가 아닌) 도시 내 주택 공급을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최근의 주택시장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사라지는 등 호재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9·13 대책 영향으로 일반 수요가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일시적’으로 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급매물이 빠진 후 호가가 뛰자 추격 매수세는 뜸한 편이다. 아파트값 상승세가 서울 강남권에 한정된 것도 이렇게 보는 근거다. 또 다른 전문가는 “현금을 갖고 있는 자산가 등이 미래 가치는 있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가격이 많이 내린 강남권 쇼핑에 나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세금·대출 규제로 지난해처럼 다주택자가 계속해서 집을 사들일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는 집을 사 임대사업 등록을 하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유주택자가 또 집을 사는 게 가능했지만, 지금은 임대사업 등록을 해도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되레 내년부터는 1주택자도 2년 거주해야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거주가 어려운 절세 매물이 하반기부터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7월과 9월 재산세, 12월에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면 늘어난 보유세 증가를 체감하면서 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센터장은 “하반기에도 급매물 등 일부 매물은 팔릴 수 있지만 거래량이 제한적이어서 가격 상승 압력도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면 정부가 추가 규제를 검토한다는 방침이어서 가격 상승 동력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증가세라고 해도 지난해 월평균 거래량 7701건에 비하면 여전히 3분의 1 수준”이라며 “주택시장이 본격 회복한다면 계절적 비수기인 7월과 8월에도 뚜렷하게 늘어나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추경 이후 하반기 국내 경기 회복 여부가 주택시장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급속히 늘고 있는 시중 유동자금(부동자금)도 언제든 주택시장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 한국은행·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부동자금은 982조126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5조원가량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단행한다면 시중 유동자금이 수익형부동산 등 급속히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풀리는 신도시·사회간접시설 토지 보상금도 적지 않아 언제든 주택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지방 주택시장은 더 쪼그라들고 있다. 지방 집값은 부산·울산·경남을 중심으로 한 경기 침체 장기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지만, 정부 규제로 부동산 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은 여파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지역에선 고사직전이라며 지방 부동산 규제 완화를 주장한다. 전문가들도 지역마다 부동산시장 상황이 다른 만큼 지역 상황에 맞춘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값은 6월 3일까지 1.81% 하락했다. 이 기간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은 1.59% 떨어졌지만, 지방 아파트값은 2.02% 내렸다. 정부 의도와는 달리 9·13 대책 이후 서울·수도권이 아니라 지방이 하락세를 주도한 셈이다. 지방에서도 충북 -3.97%, 울산 -3.57%, 경남 -3.33%, 강원 -3.20% 등지가 많이 내렸다. 시장에서는 각종 부동산 규제가 지방 주택시장을 더 냉각시켰다고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5월 출범 이후 13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 등 규제 강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똘똘한 한채’ 신드롬이 일면서 지방 부동산을 처분하고 서울 아파트 매수에 나서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과 세금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지방 주택시장 침체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방 부동산시장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 달라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한 청원자는 “서울은 투기꾼이나 큰손들이 매매하지만 지방은 주로 서민들이 실거주용으로 사는데, 강남 집값 때문에 시작한 부동산 규제로 지방 부동산이 휘청거리고 있다”며 “서울 부동산 잡으려다 지방은 빈사상태에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위주의 규제책으로 지방 서민의 목을 옥죄고 있는 만큼 서울과 지방의 정책을 구분해야 한다’거나 ‘부산은 지방 중 유일한 조정대상지역이지만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졌으니 이제는 전면 해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부산 진·남구 등 일부 지역은 조정대상 지역에서 해제됐지만 해운대·수영구 등지는 여전히 대상지역으로 남아있다.
주택건설 업계도 얼어붙은 지방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한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대한주택건설협는 “지방은 주택 매매 가격과 전·월세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등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며 “미분양 적체와 주택가격 하락이 뚜렷한 지방 주택시장을 회생시키려면 특단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정책기조는 유지하더라도 지방 실수요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지역 상황에 따라 차별화된 정책을 적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근본적으로는 지방 경제를 활성화 시켜야 하지만 당장 어렵다면, 지방 미분양 물량이 6만 가구에 달하는 만큼 미분양 주택을 구입할 경우 취득세나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하는 등의 지방 경제 맞춤형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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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값 하락폭이 둔화하면서 ‘집값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늘고 있고, 재건축 추진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가격도 적잖게 올랐다. 일부 단지는 종전 최고가까지 갈아치우면서 집값이 바닥을 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바닥 다지기’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지난해 9·13 대책 이후 거래가 끊기면서 매도 호가(부르는 값)가 급락한 데 따른 ‘기저효과’란 분석이 우세하다. 하반기 집값도 반등보다는 보합권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 규제가 여전히 견고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 보유세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시장은 확 쪼그라들었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다 보니 지역을 가리지 않고 부동산중개업소마다 매물이 쌓였다. 거래가 사실상 끊기면서 실수요보다는 투자수요가 많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 추진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도 호가도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주택시장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연초만 해도 좀처럼 녹을 것 같지 않게 꽁꽁 얼어 붙었던 주택시장이 2분기 들면서 조금씩 거래가 살아나면서 꿈틀거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월 1447건으로 쪼그라들었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월 2266건(이하 계약일 기준), 4월 2804건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5월에는 6월 14일 현재 1761건이 계약됐다. 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에만 신고하면 되므로 이 같은 추세라면 5월 거래량은 4월분을 훌쩍 뛰어넘어 3000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3000건이 넘으면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8월 7277건에서 9월 1만2219건까지 치솟았다가 대출부터 세금까지 전방위적 규제를 포함한 9·13 대책이 나오면서 11월 1778건으로 급감했다.
쪼그라들었던 매매 거래량 증가세
서울 재건축의 ‘상징’으로 불리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도 최근 급매물이 팔리면서 매도 호가가 뛰고 있다. 올해 1월 76㎡형이 14억원에 팔렸지만, 2분기 같은 주택형이 16억4000만원에 계약됐다. 이 아파트 84㎡형도 2월 실거래가는 16억6000만~16억9000만원 선이었지만, 최근 18억2000만에 계약된 후 19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4차 96㎡형은 연초 16억8000만원 선에서 계약됐으나, 2분기에는 이보다 1억원 오른 17억8000만원에 팔렸다. 송파구 신천동 장미1차 아파트 71㎡형도 올해 초보다 1억원가량 뛴 12억6000만원에 최근 계약이 이뤄졌다. 청담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삼익 109㎡형은 올해 초 20억원 아래로도 매물이 나왔지만 거래가 되진 않았다”며 “하지만 최근 급매물 위주로 계약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전반적으로 지난해 9·13 대책 이후 떨어진 가격을 최근 회복해 가고 있다. 부동산정보회사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4월 셋째주(19일 기준)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상승폭도 키워가고 있다. 5월 셋째주는 전주 대비 0.02%로 상승 폭이 크지 않았으나 6월 첫째주(7일 기준)에는 0.11%까지 상승폭을 키웠고, 둘째주(14일 기준)에는 0.19%로 확대했다. 재건축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6월 둘째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1% 올랐다. 서울 아파트값이 오른 것은 지난해 11월 첫째주 이후 30주만이다. 대치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급매물이 팔려 나가기 시작하자 집주인들이 매도 호가를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만 상승세를 타는 건 아니다. 최근에는 여의도 재건축 추진 단지까지 상승세가 확대했다. 여의도는 특히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 통개발’ 계획이 좌초하면서 움츠러들었지만 최근 매수세가 확대하면서 종전 최고가를 가뿐히 갈아치우고 있다.
여의도의 대표적인 재건축 추진 아파트인 영등포구 여의도동 광장 아파트 117㎡형은 5월 15일 17억3000만원에 계약됐는데, 이는 종전 최고가(14억8000만원)보다 2억5000만원이나 비싸다. 4월 7일에는 138㎡형이 16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2017년 4월 13억3000만원을 끝으로 거래가 없었다. 주변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지난해 9·13 대책 직후 거래가 끊겼다가 4월 이후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호가가 많이 올랐다”고 전했다. 삼부와 미성 아파트도 최근 가격이 오름세다. 삼부 146㎡형은 5월 22일 연초보다 1억원 정도 오른 2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미성 91㎡형도 같은 기간 1억원가량 뛴 12억4000만원에 계약됐다.
주택시장 심리지표 회복세 보여
재건축 아파트, 일부 일반 아파트값이 뛰는 최근 상황만 놓고 보면 집값이 바닥을 쳤다고도 볼 수 있다. 최근의 ‘집값 바닥론’의 실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면 주택시장을 전망하는 심리지표가 회복세라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주택가격 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3월(83)부터 반등해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5월 주택가격전망 CSI는 93을 기록했다. 전달보다 6포인트 오른 수치다. 주택가격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조만간 100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경제활동의 주체인 ‘소비자’에 의해 생성되는 CSI는 소비자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과 향후 소비 지출 전망을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한 후 지수화한 것이다. 그 값이 100보다 크면 경기 전망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고,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 인식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택가격전망 CSI는 특히 비교적 정확도가 높은 선행지표라는 인식이 강하다. 전국 집값은 지난해 12월 상승세에서 하락세로 돌아섰는데, 이 지표는 이미 9월 최고점을 찍은 뒤 매월 10포인트 이상씩 하락했다. 2012년 8월에도 그해 최저점(92)을 찍은 뒤 반등했고, 2013년 3월에는 100을 넘어섰다. 2013년 하반기 주택시장은 상승 전환했다. 주택건설회사의 한 관계자는 “주택가격전망 CSI는 비교적 정확도가 높은 편이어서 분양 마케팅 관련 계획을 세울 때 활용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어쨌든 단지 아파트값만 오르는 게 아니라, 소비 주체인 주택 수요자(혹은 주택 투자자)의 심리도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과 ‘지표’에도 최근의 상황을 집값 바닥론과 연결하는 건 무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최근 재건축 아파트값이 오른 건 9·13 대책 이후 매수세가 뚝 끊기면서 호가가 급락한 데 따른 기술적 반등이라는 해석이 많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급매물이 소진된 건 주식시장의 낙폭 과대주가 팔린 것과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권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도 “급매물이 아닌 매물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전했다. 미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달러당 환율이 1200원에 근접한 데다, 국내외 경제 연구기관이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낮춘 점이 불안감을 부추긴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른바 ‘장롱 속 뭉칫돈’이 주택이나 금 같은 실물자산을 사들이려는 수요가 강남 재건축 시장에 유입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 논란 등으로 자산가를 중심으로 실물 자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한국은행, 금리 인하 가능성 내비쳐
주택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도 정부의 3기 신도시 지정으로 사실상 사라졌다. 주택 업계의 한 관계자는 “3기 신도시 지정은 주택 수요가 많은 서울 도심이 아닌 외곽에 공급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강남 등 도심 주택 수요자에게는 ‘확신’만 심어주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지금 상황에서는 외곽이 아니라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통해 서울 도심에서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순탁 서울시립대 총장은 5월 28일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이 개최한 세미나에서 “정부가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신도시 개발 정책을 써 왔는데 지금도 유효한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신도시가 아닌) 도시 내 주택 공급을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최근의 주택시장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사라지는 등 호재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9·13 대책 영향으로 일반 수요가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일시적’으로 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급매물이 빠진 후 호가가 뛰자 추격 매수세는 뜸한 편이다. 아파트값 상승세가 서울 강남권에 한정된 것도 이렇게 보는 근거다. 또 다른 전문가는 “현금을 갖고 있는 자산가 등이 미래 가치는 있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가격이 많이 내린 강남권 쇼핑에 나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세금·대출 규제로 지난해처럼 다주택자가 계속해서 집을 사들일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는 집을 사 임대사업 등록을 하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유주택자가 또 집을 사는 게 가능했지만, 지금은 임대사업 등록을 해도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되레 내년부터는 1주택자도 2년 거주해야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거주가 어려운 절세 매물이 하반기부터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풍부한 유동자금 주택시장 불쏘시개 될 수도
다만 추경 이후 하반기 국내 경기 회복 여부가 주택시장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급속히 늘고 있는 시중 유동자금(부동자금)도 언제든 주택시장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 한국은행·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부동자금은 982조126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5조원가량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단행한다면 시중 유동자금이 수익형부동산 등 급속히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풀리는 신도시·사회간접시설 토지 보상금도 적지 않아 언제든 주택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스기사] 9·13 대책 직격탄 맞은 지방 주택시장 - 경기 침체에 정부 규제까지 더해져 고사직전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값은 6월 3일까지 1.81% 하락했다. 이 기간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은 1.59% 떨어졌지만, 지방 아파트값은 2.02% 내렸다. 정부 의도와는 달리 9·13 대책 이후 서울·수도권이 아니라 지방이 하락세를 주도한 셈이다. 지방에서도 충북 -3.97%, 울산 -3.57%, 경남 -3.33%, 강원 -3.20% 등지가 많이 내렸다. 시장에서는 각종 부동산 규제가 지방 주택시장을 더 냉각시켰다고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5월 출범 이후 13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 등 규제 강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똘똘한 한채’ 신드롬이 일면서 지방 부동산을 처분하고 서울 아파트 매수에 나서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과 세금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지방 주택시장 침체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방 부동산시장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 달라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한 청원자는 “서울은 투기꾼이나 큰손들이 매매하지만 지방은 주로 서민들이 실거주용으로 사는데, 강남 집값 때문에 시작한 부동산 규제로 지방 부동산이 휘청거리고 있다”며 “서울 부동산 잡으려다 지방은 빈사상태에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위주의 규제책으로 지방 서민의 목을 옥죄고 있는 만큼 서울과 지방의 정책을 구분해야 한다’거나 ‘부산은 지방 중 유일한 조정대상지역이지만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졌으니 이제는 전면 해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부산 진·남구 등 일부 지역은 조정대상 지역에서 해제됐지만 해운대·수영구 등지는 여전히 대상지역으로 남아있다.
주택건설 업계도 얼어붙은 지방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한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대한주택건설협는 “지방은 주택 매매 가격과 전·월세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등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며 “미분양 적체와 주택가격 하락이 뚜렷한 지방 주택시장을 회생시키려면 특단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정책기조는 유지하더라도 지방 실수요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지역 상황에 따라 차별화된 정책을 적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근본적으로는 지방 경제를 활성화 시켜야 하지만 당장 어렵다면, 지방 미분양 물량이 6만 가구에 달하는 만큼 미분양 주택을 구입할 경우 취득세나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하는 등의 지방 경제 맞춤형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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