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 숫자로 보는 식은 바이오 투심] 코스닥 제약 지수 수익률 손실 행진
[3가지 숫자로 보는 식은 바이오 투심] 코스닥 제약 지수 수익률 손실 행진
코스피 의약품 지수도 잇단 마이너스… 기술수출 계약 소식도 반짝 호재로 그쳐 2015년 한미약품의 대규모 기술 이전 계약으로 전성기를 맞았던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기술수출로 국내 바이오 업계를 주도했던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권리 반환 통보를 받았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허가 취소 처분을 받으면서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악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유한양행은 대규모 기술 이전 계약에 성공하면서 투심을 자극했다. 다만 과거 한미약품 때와는 달리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됐다. 이에 2015년과는 달라진 바이오 업종 투자 심리를 세 가지 숫자로 짚어봤다.
-10.48%: 2019년 상반기 코스닥 제약지수 수익률. 제약·바이오 업계는 올해 들어 고난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새해가 밝아오자마자 한미약품에서는 일라이 릴리로부터 류마티스관절염 치료를 위한 BTK 억제제((LY3337641/HM71224)의 기술 반환 통보를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일라이 릴리는 BTK 억제제의 임상2상 중간분석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하고 임상을 중단했다. 이어 지난 4월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판매 중단 및 허가 취소 소식이 충격을 줬다. 이 소식은 코오롱생명과학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 전반의 신뢰성에 흠집을 냈다. 티슈진의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은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가 중지됐으며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보톡스 균주인 보톨리눔 톡신의 출처를 두고 법적 공방을 벌이면서 진흙탕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6월에는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이 개발 중인 위암치료제 리보세라닙의 임상3상 실패 소식이 전해졌다. 7월에도 한미약품의 비만 당뇨치료제 HM12525A와 관련해 얀센 측이 권리를 반환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상반기 내내 잊을 만하면 악재가 터진 셈이다.
악재는 주가에 반영됐다. 올해 상반기 코스닥 제약 지수 수익률은 10.48% 손실을 기록했다. 코스피 의약품 지수도 8.73% 하락했다. 최근 1년간 수익률은 각각 20.15%, 20.55% 하락이다. 상반기만 놓고 보면 코스닥 제약 지수와 코스피 의약품 지수가 하락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15년 한미약품이 대규모 기술 이전 계약에 성공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코스닥 제약 지수는 2015년 상반기 86% 급등한 데 이어 2016년 상반기 4.44%, 2017년 상반기 9.06%, 2018년 상반기 1.98% 상승했다. 코스피 의약품 지수 역시 2015년 상반기 103.20% 오른 데 이어 2016년 상반기 24.15%, 2017년 상반기 32.80%, 2018년 상반기 4.47% 상승했다.
9억1500만달러 Vs. 8억7000만달러: 2015년 한미약품 기술이전 계약, 2019년 유한양행 기술이전 계약 총액. 제약·바이오 업계에 악재가 이어지자 희소식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1일 유한양행은 베링거잉겔하임과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및 관련 간질환 치료를 위한 신약후보물질의 공동 개발 및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총 기술수출 금액은 8억7000만달러 규모다.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물질은 GLP-1과 FGF21의 활성을 갖는 이중작용제이며, 계약서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 4000만 달러를 받게 된다. 유한양행의 기술이전 계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번 계약을 포함해 최근 1년 동안 네 건의 계약을 맺었다. 이들 파이프라인이 모두 개발에 성공하면 총 31억2815만달러(3조6568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낼 수 있다. 이 정도 규모의 계약은 지난 2015년부터 이어졌던 한미약품의 기술이전 계약에 비교할 만하다. 그러나 유한양행의 주가는 희소식에도 힘을 쓰지 못했다.
기술이전 계약이 시장에 알려진 뒤 유한양행의 주가는 장중 26만7500원까지 상승했다. 직전 거래일 대비 9.41% 급등했다. 그러나 식어버린 제약·바이오 업종 투자 심리에 뒷심이 부족했다. 기술이전 계약 소식이 알려진 후 열흘이 지난 7월 10일에는 유한양행 주가가 23만원에 마감하면서 기술이전 계약 발표 이전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이에 증권가 일각에서는 기술수출 소식에 열광하던 과거와 달리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자리를 잡았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기술이전 계약 이후 권리 반환 사례가 늘면서 진행 과정을 확인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한양행의 기술이전에 대해 시장은 과거 2015년과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고 한미약품의 기술반환에 대해서도 2016년 9월 첫 기술반환 때와 다르게 반응하고 있다”며 “지난 4년간 여러 번의 임상 실패나 중단과 같은 악재가 발생하면서 신약개발은 실패 위험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6만7777주: 신라젠 경영진이 매각한 보유주식수. 기술이전 계약만으로는 바이오 업체의 실적을 장담하기 어렵다 보니 투자자들은 사업 외적인 이슈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영진의 지분 변동이다. 여기서는 신라젠이 주목받았다. 신현필 신라젠 신사업추진팀 전무는 7월 1일부터 네 차례에 걸쳐 보유주식 전량을 처분했다.
신라젠은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펙사벡과 더발루맙 등의 임상을 진행 중이며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 때문에 핵심 경영진의 보유지분 전량 처분을 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신라젠의 임상 진행 과정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신라젠 주가는 이후 2거래일 동안 15.15% 급락했다. 신라젠 측에서는 이번 주식 처분과 관련해 해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어 주요 임원들이 연이어 자사 주식 장내 매수에 나섰다. 7월 11일에는 송명석 부사장과 박종영 감사가 각각 1000주씩 매수했고, 12일에는 양경미 부사장이 1000주, 15일에는하경수 전무가 1000주를 매수했다. 신라젠 관계자는 “지분을 처분한 임원은 스톡옵션을 통해 취득한 주식을 양도소득세 납부와 개인 채무 변제 등을 위해 처분한 것이며 (펙사벡의) 임상 3상을 비롯해 모든 파이프라인은 순항중”이라고 설명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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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8%: 2019년 상반기 코스닥 제약지수 수익률. 제약·바이오 업계는 올해 들어 고난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새해가 밝아오자마자 한미약품에서는 일라이 릴리로부터 류마티스관절염 치료를 위한 BTK 억제제((LY3337641/HM71224)의 기술 반환 통보를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일라이 릴리는 BTK 억제제의 임상2상 중간분석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하고 임상을 중단했다. 이어 지난 4월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판매 중단 및 허가 취소 소식이 충격을 줬다. 이 소식은 코오롱생명과학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 전반의 신뢰성에 흠집을 냈다. 티슈진의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은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가 중지됐으며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보톡스 균주인 보톨리눔 톡신의 출처를 두고 법적 공방을 벌이면서 진흙탕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6월에는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이 개발 중인 위암치료제 리보세라닙의 임상3상 실패 소식이 전해졌다. 7월에도 한미약품의 비만 당뇨치료제 HM12525A와 관련해 얀센 측이 권리를 반환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상반기 내내 잊을 만하면 악재가 터진 셈이다.
악재는 주가에 반영됐다. 올해 상반기 코스닥 제약 지수 수익률은 10.48% 손실을 기록했다. 코스피 의약품 지수도 8.73% 하락했다. 최근 1년간 수익률은 각각 20.15%, 20.55% 하락이다. 상반기만 놓고 보면 코스닥 제약 지수와 코스피 의약품 지수가 하락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15년 한미약품이 대규모 기술 이전 계약에 성공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코스닥 제약 지수는 2015년 상반기 86% 급등한 데 이어 2016년 상반기 4.44%, 2017년 상반기 9.06%, 2018년 상반기 1.98% 상승했다. 코스피 의약품 지수 역시 2015년 상반기 103.20% 오른 데 이어 2016년 상반기 24.15%, 2017년 상반기 32.80%, 2018년 상반기 4.47% 상승했다.
9억1500만달러 Vs. 8억7000만달러: 2015년 한미약품 기술이전 계약, 2019년 유한양행 기술이전 계약 총액. 제약·바이오 업계에 악재가 이어지자 희소식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1일 유한양행은 베링거잉겔하임과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및 관련 간질환 치료를 위한 신약후보물질의 공동 개발 및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총 기술수출 금액은 8억7000만달러 규모다.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물질은 GLP-1과 FGF21의 활성을 갖는 이중작용제이며, 계약서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 4000만 달러를 받게 된다. 유한양행의 기술이전 계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번 계약을 포함해 최근 1년 동안 네 건의 계약을 맺었다. 이들 파이프라인이 모두 개발에 성공하면 총 31억2815만달러(3조6568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낼 수 있다. 이 정도 규모의 계약은 지난 2015년부터 이어졌던 한미약품의 기술이전 계약에 비교할 만하다. 그러나 유한양행의 주가는 희소식에도 힘을 쓰지 못했다.
기술이전 계약이 시장에 알려진 뒤 유한양행의 주가는 장중 26만7500원까지 상승했다. 직전 거래일 대비 9.41% 급등했다. 그러나 식어버린 제약·바이오 업종 투자 심리에 뒷심이 부족했다. 기술이전 계약 소식이 알려진 후 열흘이 지난 7월 10일에는 유한양행 주가가 23만원에 마감하면서 기술이전 계약 발표 이전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이에 증권가 일각에서는 기술수출 소식에 열광하던 과거와 달리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자리를 잡았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기술이전 계약 이후 권리 반환 사례가 늘면서 진행 과정을 확인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한양행의 기술이전에 대해 시장은 과거 2015년과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고 한미약품의 기술반환에 대해서도 2016년 9월 첫 기술반환 때와 다르게 반응하고 있다”며 “지난 4년간 여러 번의 임상 실패나 중단과 같은 악재가 발생하면서 신약개발은 실패 위험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6만7777주: 신라젠 경영진이 매각한 보유주식수. 기술이전 계약만으로는 바이오 업체의 실적을 장담하기 어렵다 보니 투자자들은 사업 외적인 이슈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영진의 지분 변동이다. 여기서는 신라젠이 주목받았다. 신현필 신라젠 신사업추진팀 전무는 7월 1일부터 네 차례에 걸쳐 보유주식 전량을 처분했다.
신라젠은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펙사벡과 더발루맙 등의 임상을 진행 중이며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 때문에 핵심 경영진의 보유지분 전량 처분을 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신라젠의 임상 진행 과정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신라젠 주가는 이후 2거래일 동안 15.15% 급락했다. 신라젠 측에서는 이번 주식 처분과 관련해 해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어 주요 임원들이 연이어 자사 주식 장내 매수에 나섰다. 7월 11일에는 송명석 부사장과 박종영 감사가 각각 1000주씩 매수했고, 12일에는 양경미 부사장이 1000주, 15일에는하경수 전무가 1000주를 매수했다. 신라젠 관계자는 “지분을 처분한 임원은 스톡옵션을 통해 취득한 주식을 양도소득세 납부와 개인 채무 변제 등을 위해 처분한 것이며 (펙사벡의) 임상 3상을 비롯해 모든 파이프라인은 순항중”이라고 설명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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