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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50억 벌 생산 ‘청바지’의 배신

연간 50억 벌 생산 ‘청바지’의 배신

자원 낭비와 환경·인권 재앙의 원인… 물 사용 90% 줄일 수 있는 ‘지놀로지아’ 같은 안전한 처리 방식 개발해야



근년 들어 가장 두드러진 패션 추세는 ‘패스트패션’이다. 최신 유행을 즉각 반영한 디자인, 대량생산에 따른 비교적 저렴한 가격, 빠른 상품 회전율로 승부하는 패션을 가리킨다. 그러나 저널리스트인 데이나 토머스는 최근 펴낸 책 ‘패셔노폴리스(Fashionopolis: The Price of Fast Fashion and the Future of Clothes)’에서 패스트패션이 극심한 낭비와 환경·인권의 재앙을 가져온다며 그 폐해를 고발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옷은 연간 약 800억 벌이다. 그 많은 옷을 만들려면 어마어마한 양의 물과 독성 화학물질이 필요하다. 또 세계 인구 중 6분의 1이 의류 산업에 종사한다. 그들 대다수는 아주 낮은 급여를 받으며 위험하고 열악한 조건에서 일한다. 게다가 대량생산으로 만들어졌다가 팔리지 않고 남는 옷은 쓰레기 처리장이나 매립지로 향한다. 이런 생태계 피해, 노동 착취, 쓰레기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지만 희망은 있다. 소비자·의류업체·혁신가들이 지속 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방식을 추구한다. 중고의류 구입, 대여, 재사용 가능한 섬유로 재활용, 주문형 3D 프린팅 의류, 생물 소재를 이용하는 바이오패브리케이션(biofabrication), 리쇼어링(reshoring, 해외의 자국 기업을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정책), 자연섬유 사용, 구입 자제 등이 그 예다. 특히 환경과 사람에게 가장 큰 피해를 주는 의류가 청바지다. 다음의 ‘패셔노폴리스’ 발췌문에서 토머스는 세계에서 가장 흔하고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청바지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짚으면서 그 생산에 따르는 병폐 중 일부를 고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사진:GETTY IMAGES BANK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도 청바지를 입고 있을지 모른다. 아니면 아마 어제 입었거나, 그도 아니면 내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인류학자들은 어느 시점에서든 세계 인구의 절반이 청바지를 입는다고 추정한다. 연간 청바지 생산량이 50억 벌이다. 평균적으로 미국인은 청바지 7벌을 갖고 있으며, 매년 4벌을 새로 구매한다. 프랑스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은 “내가 청바지를 발명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고 고백했다. “자기표현, 겸허함, 성적 매력, 단순성 등 내가 의류에서 기대하는 모든 것이 청바지 하나에 들어 있다.”

속옷과 양말 같은 기본적인 것을 제외하면 청바지가 가장 흔한 의류다. 2013년 4월 23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근교 봉제공장이 밀집해 있던 곳의 8층짜리 건물 라나 플라자가 붕괴하면서 근로자 1134명이 사망하고 2500명이 부상했을 때(현대 사상 사상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의류공장 사고였다) 그들 중 다수는 청바지 생산에 종사하고 있었다. 또 청바지는 미국 섬유·의류 제조 부문의 근간이었지만 리바이스가 공장을 해외로 옮기면서 미국의 섬유 산업이 쇠퇴기로 접어들었다. 아울러 청바지는 처음 만들어질 때나 한참 입고 난 뒤 버려졌을 때도 많은 환경 오염을 일으킨다. 이처럼 청바지는 패션의 좋은 점과 나쁜 점, 잘못된 점 전부를 아우른다.
 내 맨살과 캘빈 청바지 사이에 뭐가 있을까
청바지를 만드는 데 쓰이는 질긴 면직물인 데님은 과거엔 흔히 옷에 사용하는 천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1870년대 초 재단사 제이컵 데이비스가 직물 공급업자인 리바이 스트라우스에게 자신의 가장 최근 디자인을 대량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천에 스트레스가 많이 가해지는 부분에 금속 리벳을 박은 작업용 바지였다. 데이비스는 스트라우스에게 특허 출원 비용 68달러를 부담해주면 동업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거기서 전설적인 리바이 스트라우스 앤 컴퍼니(리바이스)가 탄생했다. 리바이스는 지금도 청바지의 대부분을 디자인하고 판매하며, 사상 최고로 성공한 의류 브랜드 중 하나가 됐다.

청바지의 인기는 약간씩 계속 오르다가 1970년대 들어 예기치 않았던 급상승 기류를 만났다. 미국 뉴욕시의 의류 산업 중심지 세븐스 애브뉴(7번가)였다. 여성 해방운동과 간편복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뉴욕의 패션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패션 추세를 만들어냈다. 이른바 ‘명품’ 청바지였다. 캘빈 클라인은 “청바지는 섹스”라며 “꽉 조일수록 더 잘 팔린다”고 말했다.

클라인은 1980년 당시 15세의 배우 겸 모델이었던 브룩 실즈를 청바지 광고에 캐스팅했다. “내 맨살과 내 캘빈 청바지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어요?” 실즈는 캘빈 클라인 청바지와 회갈색 블라우스 차림으로 팔다리를 펼치고 앉아 앳된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무것도 없어요.” 그 광고가 너무 야하고 자극적이라는 판단에 ABC, CBS의 뉴욕 방송국은 방영을 취소했다. 그러나 그 마법은 이미 작동했다. 클라인은 그 광고가 처음 방영된 그다음 주에 캘빈 클라인 청바지 40만 벌, 그 뒤로는 매달 200만 벌을 팔았다. 그러면서 청바지 판매가 기록을 거듭 경신했다. 1981년 한 해 동안 청바지가 5억 벌 이상이 팔렸다.
 닳은 효과 낸 완벽한 청바지를 위해
(맨 왼쪽부터) 1953년 개봉된 영화 ‘와일드 원’에서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고 연기한 말론 브랜도 (맨 오른쪽), 1980년대 선정성 논란을 일으킨 브룩 실즈의 캘빈 클라인 잡지 광고, 중국 광둥성 신탕의 청바지 마무리 공장에서 방류된 폐수가 동강의 지류로 흘러 들어간다, 2013년 4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근교의 봉제 공장 라나 플라자가 붕괴하면서 1134명이 사망했다. / 사진:PINTEREST(2), GREENPEACE, EPA/YONHAP
1970년대까지 판매된 청바지는 대부분 뻣뻣한 원단 그대로인 ‘비방축’ 가공 데님을 사용했다. 그런 청바지를 입기 편하도록 부드럽게 만들려면 오랜 시간 계속 입어야 했다. 6개월 정도 입어야 편할 정도로 줄어들었다. 2년 이상 입으면 단과 호주머니 가장자리가 해어지고, 무릎 부분이 살짝 찢어져 터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데님 천의 푸른색이 바래면서 바지 앞부분의 지퍼 부분에서 하얀 섬유가 고양이 수염처럼 나타난다. 그처럼 청바지를 기막힐 정도로 멋지게 만들려면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했다.

그러다가 1980년대 스톤워싱이 유행하면서 상황이 또 바뀌었다. 스톤워싱은 비방축 가공된 청바지를 산업용 세탁기에 부석과 함께 넣어 돌려 충분히 닳은 효과를 내는 방식이다(로스앤젤레스의 간편복 브랜드 게스는 청바지를 7시간 동안 스톤워싱하는 시스템을 사용한 것으로 유명했다). 물과 에너지 등의 자원 낭비와 독성 화학물질에 의한 환경 피해가 큰 방식이다. 때로는 산성 물질, 사포, 줄을 사용해 과거 오랫동안 입어 마모된 것 같은 효과를 내기도 했다. 이 작업 전체가 ‘마무리(finishing)’로 이름 붙여졌고, ‘세탁장’(하루 수천 벌의 청바지를 처리하는 거대한 시설)에서 이뤄졌다.

일부 세탁장은 첨단 기술을 사용하며 엄격한 안전·환경 기준을 따른다. 특히 미국에서 청바지 ‘마무리’ 작업 센터로 부상한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많은 시설이 그렇다. 하지만 대다수는 매우 열악하다. 지난해 4월 어느 날 아침 베트남 호찌민 시티에서 목격한 청바지 공장이 그랬다.
 숨기고 싶은 치부
평균적으로 미국인은 매년 청바지 4벌을 구매한다. 그 청바지의 99.99%는 염색에 10가지 유해 화학물질로 제조되는 합성 물감을 사용한다. / 사진:GETTY IMAGES BANK
베트남은 15년 전만해도 농업이 경제의 기반을 이뤘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으로 섬유·의류 제조업이 수출의 약 16%를 차지하면서 해외에서 30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섬유·의류 제조업체가 약 6000개에 이르고, 250만 명이 그 업종에서 일한다. 전문가들은 내년이 되면 베트남의 의류 수출 규모가 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그곳 청바지 공장에선 대부분의 작업이 ‘마무리’다. 2012년 베트남의 청바지 매출은 6억 달러였다. 2021년엔 그 두 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호찌민 시티 외곽의 산업단지에 낡은 창고 같은 공장이 있었다. 그 육중한 철문 뒤에서 약 200명의 젊은 베트남인이 일했다. 형광등이 희미하게 비쳤고, 수은주는 37℃까지 쉽게 올랐다. 거대한 선풍기가 돌아갔지만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았다.

금속 테이블과 수레 위에 암청색 청바지가 높이 쌓여 있었다. 티셔츠와 바지(대부분 청바지) 차림의 젊은 베트남인들이 무릎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대형 세탁기 24개에 그 청바지를 집어넣었다. 바닥에는 감청색 물이 철벅거렸다. 그들은 장갑을 끼지 않아 손이 검게 얼룩져 있었다.

일부 세탁기는 구식이라 청바지 1㎏(3벌)을 세탁하려면 물 약 20ℓ가 필요했다. 하지만 청바지 1㎏ 세탁에 물 약 4ℓ를 사용할 정도로 신식인 세탁기도 있었다. 안내자는 내게 “얼마나 낭비가 심한 작업인지 업자들도 잘 안다”고 설명했다. 한 청바지 전문가는 “그들은 지구의 건강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청바지 가공처리에만 관심 있다”고 말했다.

청바지에 낡고 닳은 효과를 내는 작업실에선 젊은 남녀 직원들이 수작업으로 청바지의 무릎과 허벅지 부분을 사포로 문지르고 있었다. 마치 목수가 나무를 다듬는 것 같았다. 일부는 먼지 흡입을 막기 위해 의료용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대다수는 그냥 작업했다. 그들의 작업 속도는 놀라웠다. 청바지 한 벌을 다듬는데 1분이 채 안 걸렸다. 집중력이 대단했다. 한번 실수하면 임금이 그만큼 줄어든다. 내가 방문했을 당시 그들은 하루 청바지 400벌 이상을 사포로 처리했다. 그들은 초과근무를 제외하고도 주 6일을 일했다.

그들은 수작업자들이었다. 기계를 사용하는 작업자들은 속도가 더 빨랐다. 한 여성은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고 거대한 치과용 드릴 같이 생긴 기계로 반바지를 처리했다. 소음이 매우 날카로웠다. 그녀는 10초 만에 반바지 한 벌의 앞뒤 호주머니 부분과 단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었다. 1분이면 6벌이 완성됐다. 그렇게 온종일 작업했다.

중국 광둥성 신탕의 청바지 세탁장도 여건이 열악하긴 마찬가지다. 신탕은 ‘세계의 청바지 수도’로 불린다. 그곳에 있는 공장과 작업장 3000개에서 약 20만 명의 근로자가 매년 청바지 3억 벌을 가공한다. 하루 약 80만 벌꼴이다. 그 지역의 하수처리장은 수년 전 폐쇄됐다. 현재 그 공장들은 염색 폐수를 주강의 지류인 동강으로 그냥 방류한다.

동강의 물은 너무 혼탁해 수중 생물이 살 수 없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강바닥 퇴적물의 납, 구리, 카드뮴 농도가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다. 신탕의 거리는 푸른 먼지로 덮였다. 의류 공장 직원 다수는 피부 발진과 불임, 폐 감염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환경적인 마무리 작업도 있다
닳은 효과를 내도록 처리된 청바지가 계속 전 세계 시장을 이끌며 생태계와 인류 건강에 재앙을 가져오고 있다. 청바지 마무리 작업을 어떻게 해야 그런 환경 파괴를 막을 수 있을까? 지금처럼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는 세계에선 호찌민 시티의 노동력 착취 공장에서 내가 목격한 것 같은 끔찍함을 사라지게 하는 방법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활동하는 데님 산업 컨설턴트인 호세 비달과 그의 조카 엔리케 실라는 더 깨끗하고 안전한 3단계 청바지 처리 방식인 ‘지놀로지아(Jeanologia)’를 개발했다. 사포와 표백제 과망간산칼륨 사용을 대체하는 레이저 처리, 화학약품 없이 직물을 바래게 하는 오존 처리, 그리고 미세한 ‘나노버블’을 사용해 물 사용을 90% 줄일 수 있는 ‘e플로’ 세탁 시스템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청바지 한 벌의 마무리 작업에 물 70ℓ, 전기 1.5㎾, 화학약품 150g이 필요하다. 전부 합하면 매년 물 3억5000만ℓ, 전기 75억㎾(독일 뮌헨이 1년에 사용하는 전력량), 화학약품 75만t에 이른다. 지놀로지아 시스템은 에너지 소비를 33%, 화학약품을 67%, 물 사용을 최대 71% 줄일 수 있다. 청바지 한 벌에 물 한 컵씩 절약한다고 이 회사는 자랑한다.

실라는 실험실로 나를 안내해 그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줬다. 레이저실에서 청바지는 10~11초 만에 닳은 효과를 완벽하게 냈다. 과거 리바이스 501 청바지를 3년 동안 열심히 입은 뒤에 나타나는 모습 그대로였다. 그다음 드라이어처럼 생긴 텀블러가 오존을 사용해 청바지의 색이 바래게 만들었다. 실라는 마무리 작업에 성층권 오존(‘좋은 오존’)을 사용하면 “20분 안에 청바지를 한 달 동안 햇볕에 내놓은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에너지와 물 사용도 기존의 처리 과정에서 필요한 양의 일부면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세탁실을 둘러봤다. ‘e플로’ 기계가 미세한 버블로 청바지를 세탁하는 과정이었다. 실라는 “나노버블이 천을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색조를 추가하는 동시에 부석 없이 스톤워싱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또 그 후엔 물을 사용해 처리할 필요가 없어 사용된 물을 한 달 동안 재활용할 수 있다. 실라는 “아직 물 사용 ‘제로’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그 목표에 근접한다”고 말했다.

나는 호찌민 시티에서 지놀로지아 시스템을 사용하는 세탁장을 찾아 그 과정이 상업적인 규모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봤다. 안내원은 “지놀로지아 시스템이 생산 과정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그런 공장 하나만 해도 중국의 여러 대형 공장이 처리하는 청바지 양의 절반 정도를 가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찌는 열기와 스트레스, 사포 문지르는 소리, 쉴 틈 없는 청바지 잡아 던지기 같은 분주함도 전혀 없었다.

효율이 너무 높아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느냐고 묻자 안내원은 “궁극적으로는 이 모든 작업이 로봇에 의해 이뤄질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 공장은 직원을 정리해고하지 않고 “정교한 기계를 사용하고 관리하는 작업에 투입한다”고 안내원이 말했다.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그 기계를 사용하는 방법을 4개월에 걸쳐 훈련한 ‘레이저 디자인 전문가’들은 전 세계에 파견돼 현장을 감독하고 직원을 교육한다. 지놀로지아 시스템이 이처럼 장점이 많은데도 청바지 마무리 작업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가 쉽지 않다.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려면 갭, H&M, 사라, 유니클로, PVH, VP 코프, 리바이스 같은 청바지 메이저 업체를 설득하는 길뿐이다.

실라는 “우리가 청바지를 가공하고 처리하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그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 [데이나 토머스의 저서 ‘패셔노폴리스’에서 발췌했다. Published by arrangement with Penguin Press, a member of Penguin Random House LLC. Copyright ⓒ 2019 by Dana Thomas.]
 [박스기사] “옷 절대 쓰레기로 버리지 마라” - ‘패셔노폴리스’의 저자 데이나 토머스 인터뷰
사진:MICHAEL ROBERTS/MACONOCHIE PHOTOGRAPHY


이 책을 쓰게된 동기는?


2013년 방글라데시 라나 플라자 봉제공장 붕괴 사건이 너무 끔찍했다. 세계화된 오늘날의 세계에선 의류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것의 공급사슬이 인류와 자연 양쪽 모두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난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책을 통해 패션 산업의 이런 어두운 면을 드러내면 소비자가 “이제 이런 파괴적인 행동은 그만하자!”라고 말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어떤 옷을 가장 잘 샀다고 생각하는가?


1992년 갭에서 구매해서 지금까지 입는 흰색 코튼 셔츠 4장이다. 낡아 옷깃 부분이 해졌지만 아주 단단하게 만들어진 두꺼운 셔츠다. 갭이 ‘패스트패션’으로 나가기 전에는 판매하던 제품이었다.



옷장에 청바지가 몇 벌 있나?


일곱여덟 벌 있다. 일부는 1980년대에 구매한 것이다. 지금은 십대인 딸아이가 입는다. 그 빈티지 청바지는 오리지널 리바이스라서 길들이는 데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렸다. 색이 바래고 부드러워지고 호주머니 부분이 해지게 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일부는 그동안 아래쪽을 잘라 반바지로 만들었다. 나는 청바지가 완전히 떨어질 때까지 입는다.



옷을 살 때 무엇에 가장 신경 쓰는가?


첫째는 품질이다. 나는 늘 천 아래에 손을 대보고 투명한지 살핀다. 손이 비칠 정도로 투명하면 사지 않는다. 둘째는 스타일이다. 보통은 세월이 흘러도 문제없는 스타일을 선택한다. 나는 자주 1990년대부터 가진 옷을 꺼내 보는데 스타일 면에서 20년 이상이 지났다는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다.



소비자로서 유행 패션과 환경 보호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가능하면 유기직물 제품을 구입하라. 오래 입을 수 없는 옷은 아예 사지 마라. 세 번 입고 버리는 습관은 빨리 버려야 한다. 옷이 너무 오래돼 작아졌거나 싫증 난다면 중고 의류로 팔거나 기증하라. 절대 쓰레기로 버리지 마라. 특별한 행사에 입는 옷은 대여하는 게 좋다.



패션 산업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0년 뒤에는 어떤 추세가 살아남을까? 그때는 패션 산업이 어디에 초점을 맞추리라고 생각하는가?


의류의 미래는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소재 혁명에 좌우되리라 생각한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목화에서 얻은 면과 천연물감이 주류가 됐으면 좋겠다. 하지만 유전자 변형 목화로 만드는 면과 합성 물감을 만드는 화학회사들이 너무 막강하다. 또 순환경제가 자리 잡을 것 같다. 면과 폴리에스테르가 끊임없이 재생될 것이다. 재판매와 대여가 소매 시장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소비를 부추기고 규모의 경제를 따르는 현재의 사업 관행을 유지한다면 결국 사양길로 접어들 것이다.



의류를 포함해 일상생활에서 재활용을 어떻게 실천하나?


시골집에 유기농 텃밭과 알을 낳는 암탉 두 마리가 있다. 텃밭용으로 퇴비를 만들어 사용한다. 파리와 런던에선 비가 오지 않을 때는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집에선 숯 스틱 필터를 사용하는 블랙앤블럼 물병을 쓰고, 다닐 땐 내가 애지중지하는 스웰보틀 물병을 휴대한다. 공식적인 자리에 나갈 때는 옷을 대여한다. 주로 농민 장터를 찾고, 가능하면 유기농 식품을 구매한다. 시장에 갈 때는 바구니나 캔버스 백, 캐디 가방을 가져간다. 외출할 때는 반드시 소등한다. 여행할 때 기차와 비행기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면 난 기차를 탄다. 걸을 수 있다면 걷는다.



앞으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생각인가?


글쎄, 나도 그걸 알고 싶다.

- 데이나 토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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