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터’ 트럼프의 반격
‘파이터’ 트럼프의 반격
‘최고의 카운터펀처’인 그가 일생일대의 일전을 준비한다.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2020년 대선에 켜진 빨간불을 끄는 데 그의 오랜 전략이 과연 통할까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탄핵조사 개시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에는 “의기양양하게 반항했다”고 그의 측근 두 명이 말했다. 논란이 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난 9월 25일 유엔에서의 기자회견에서 말한 대로 “어떤 압력”이나 대가도 없었음을 보여주겠다는 뜻이었다. 단지 자신의 최대 정적 중 한 명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비리 의혹을 원했을 뿐 어떤 대가도 제시하지 않았다.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
우크라이나 논란이 탄핵 절차의 초점이 되리라는 게 명백해지자 그의 의기양양함은 분노로 변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을 아는 사람들은 그 의미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의 반격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의 오랜 정치 고문으로 로버트 뮬러 특검 조사 결과 현재 기소에 직면한 로저 스톤은 2016년 선거운동 중 이렇게 표현했다. “트럼프는 최고의 카운터펀처다. 한 대 맞으면 강하게 맞받아친다. 싸움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누군가 싸움을 걸어오면 반격한다. 항상.”
‘파이터’로서의 트럼프는 2016년 그의 핵심 지지자들이 그에게 매력을 느낀 요인 중 하나다. 그런 이미지가 정치적으로 그에게 대체로 유리하게 작용했다. 통상 문제로 중국과 싸울 때, 워싱턴에 있는 ‘그림자 정부(Deep State)’의 ‘적폐 청산’을 위해 싸울 때, 불법 이민을 억제하기 위해 싸울 때 등이다. 그런 호전적인 본능이 오랫동안 트럼프의 소송 많은 사업 경력의 전매특허였다. 그는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적이 있는 게 좋다. 적들과 싸워 그들을 때려눕히기를 좋아한다.” 백악관의 스티브 배넌 전 선거본부장 그리고 지금은 스티븐 밀러 국내정책 보좌관을 포함한 백악관의 일부 측근이 그런 본능을 부추긴다.한 백악관 당국자는 익명을 조건으로 대통령이 “거의 첫날부터 자신의 정적들에 대해 전시태세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그가 왜 바이든과 그의 아들 헌터의 부정행위 의혹을 알아봐달라고 거리낌 없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요청했는지 일정 부분 설명된다. 그런 공격적인 자세가 이젠 거의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탄핵절차 그리고 정부의 불가피한 저항은 워싱턴과 미국 전반의 이미 도를 넘는 정치적 적대감 수준을 한층 끌어올릴 것이다. 트럼프 캠프는 민주당 측이 겁 없이 탄핵의 길로 나아간다고 그들을 조롱하고 있었다. 브래드 파스케일 선대본부장은 “민주당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눈부신 기록에 맞설 수 없으니 바이든 스캔들을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로 돌리려 애쓴다”며 “그래 봤자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용기와 에너지를 불어넣어 대통령이 대승하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고위 보좌관 그룹이 모두 그처럼 자신만만한 건 아니다. 대표적으로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 이방카 트럼프와 그녀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 등은 대통령으로선 자신의 무죄를 입증했다고 믿는 뮬러 특검보고서 발표 이후 한동안 말썽 없이 조용하게 보내기를 희망했었다고 백악관 소식통들은 전한다.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의 강세와 한 측근의 말마따나 1년간의 “정상 상태”에 편승해 내년 선거까지 곧장 직행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지지 기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어필은 워싱턴의 정치 관행을 뒤집어엎겠다는 그의 의지에 깊게 뿌리내렸음을 사람들은 이해한다. 그러면서도 러시아 ‘담합’으로부터 대통령직을 이용한 부정축재와 우크라이나까지 온갖 스캔들 의혹에 관한 끝없는 언론보도가 상당히 폭넓은 무당층 유권자와 공화당 온건파 계층에 적지 않은 피로감을 준다는 우려가 일부 선거 운동원 사이에서도 존재한다.
대통령 고위 보좌관들은 ‘트럼프 발광 신드롬(Trump derangement syndrome)’이 민주당 측에 타격을 준다고 믿으면서도 ‘트럼프 피로 신드롬’의 위험성을 걱정한다. 넌더리 난 유권자들이 안식을 찾아 트럼프 캠프의 한 고위 운동원 말마따나 “제정신인 민주당 후보”로 돌아설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것은 현재의 선두주자 그룹 중 바이든을 의미한다.트럼프 대통령의 전반적인 지지도가 40% 초반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이런 주장에 어느 정도 신뢰를 준다. 바이든이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을 앞서고 2016년 트럼프를 승리로 이끈 핵심 중서부 주에서 경쟁력을 지닌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일부 설문조사에선 엘리자베스 워런과 버니 샌더스도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지만 캠프는 둘 다 물리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훨씬 더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 보좌관이 ‘우라질 쇼(shit-show)’라고 부르는 우크라이나 게이트로 기대하던 평화시대가 물 건너간 건 분명하다. 지난 7월 뮬러 특검의 혹평받은 의회 증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러시아와의 담합으로 인해 탄핵당할 가능성을 거의 지워버렸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가 말 그대로 그 하루 뒤에 이뤄졌다는 사실은 백악관 보좌관들이 낭패감으로 책상에 머리를 찧게 했다. 한 보좌관은 “우리는 정말 대선의 해까지 전망이 밝다고 생각했다”며 “지금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적들과 싸움을 시작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측근들이 잘 알듯이 그가 싸움에서 항상 이기는 건 아니다. 그것은 사업을 하는 내내 마찬가지였다. 일례로 2009년 그는 뉴욕타임스 기자 팀 오브라이언이 자신의 순자산을 자기주장대로 수십억 달러 대가 아니라 1억5000만~2억5000만 달러 사이라고 썼다고 그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뉴저지주 법원은 증거 불충분으로 소를 각하했다. 그리고 오브라이언 기자의 변호사 메리 조 화이트 전 연방검사(그 뒤 오바마 대통령 정부의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 역임)가 택한 진술 녹취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각종 부동산 가치를 여러 해 동안 반복적으로 거짓말했다고 시인했다. 오브라이언에 대한 반격은 완전히 역효과를 초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랜 사업가 경력 중 무시·부인·공격 방식을 갈고 닦았다. 1990년대 전반 그의 부동산과 카지노 사업이 막대한 빚 부담으로 허덕일 때 당시 측근들에 따르면 그런 사업악화에 트럼프는 굼뜨게 대응했다. 라이벌 카지노 소유주 스티브 윈은 훗날 “빚 갚을 방법을 찾아야 했는데 그는 신속하게 조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회계감사인들이 마침내 “이 조직 특히 비(非)카지노 호텔 자산들의 과다 차입이 위기 환경을 조성했다”고 썼다. 그것이 마침내 그의 관심을 끌었다.
트럼프는 채권자들과 치열한 협상에 돌입해 자신의 조직이 진 빚 중 극히 일부만 받아가도록 강요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의 재산이 10억 달러에 육박한다고 여전히 주장하면서 자신의 회사가 재무상 커다란 어려움에 직면했음을 공개적으로 부정했다. 당시에는 허무맹랑한 주장이었다.트럼프는 대통령으로선 자신을 둘러싼 위기를 그냥 외면해버리는 사치를 누리지 못했다. 뮬러 특검 조사는 그냥 묵살할 수 없었다. 그는 그 조사를 “마녀사냥”이자 “사기”라고 대놓고 공격했지만 요구받은 온갖 문서와 증언을 뮬러 특검에게 제공하기 위해 백악관 막후에서 법률고문과 머리를 맞댔다. 그리고 백악관은 “대통령의 발언이 단순히 정치적 발언에 불과”하다는 것을 뮬러 특검 사람들에게 알리려 신경 썼으며 “그들도 그것을 이해했다”고 존 다우드 전 트럼프 변호사가 말했다. 결국 뮬러 특검은 보고서에서 ‘조사는 트럼프 캠프 요원들이 러시아 정부와 공모하거나 조율했다는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바이든, 그의 아들 헌터와 관련된 비리 의혹을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요청했음이 밝혀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 모드에 돌입했다. 요청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방위자금을 포함해 키예프 정부에 대한 원조를 보류하겠다고 위협했음을 통화 녹취록이 입증하지 못한다고 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 9월 유엔에서 기자들에게 “그것은 아름다운 통화였다”고 말했다.
같은 기자회견에서 그는 자신의 정적에 대한 다음 공격 노선을 밝혔다. 미국 대통령이 정적과 관련된 비리 의혹을 외국 지도자에게 요청하는 게 왜 문제가 안 되느냐 그리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본인에게 그렇게 했다면 어떤 느낌이었겠느냐고 한 기자가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생각해 보니까 그도 그렇게 했다”고 대답했다.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담합혐의에 대한 조사를 단정 지은 요인과 관련된 미국 법무부의 지속적인 조사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존 더럼 코네티컷주 연방검사가 그 조사를 이끌고 있다. 일명 ‘십자포화 허리케인 작전(Operation Crossfire Hurricane)’으로 불리는 FBI의 러시아 조사는 표면상 2016년 7월 시작됐다. 그러나 트럼프 지지자들은 실제론 조사가 시작된 시점이 그때가 아니라고 본다. 그들은 영국·호주·체코 등 여러 외국 정보기관이 모두 2015년 트럼프 캠프의 몇몇 하급 요원들 그리고 그들과 러시아인들의 교류 의혹에 관해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정보를 제공했으며 그들이 오바마 정부 정보 책임자들을 위해 활동했다고 믿는다.
각각 오바마 정부에서 CIA 국장과 국가정보국장(DNI)을 지낸 존 브레넌과 제임스 클래퍼 모두 그런 의혹을 부인했지만 더럼 검사는 연방수사국(FBI)이 공식 조사에 착수하기 전에 CIA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CIA와 FBI가 외국 정보기관들과 결탁해 자신의 선거운동을 방해하고 그 뒤 자신의 대통령직 수행에 딴지를 걸었다는 공격 노선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는 더럼 검사가 그런 주장의 신뢰할 만한 증거를 찾아야만 공격이 성립된다는 점이다. 그러려면 적어도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며 트럼프 지지자들이 모색하는 폭로는 결코 나오지 않을지 모른다.
한편 치열한 탄핵 투쟁이 시작됐다. 대선 캠페인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큰 싸움이다. ‘트럼프랜드’의 낙관론자들은 1998년 지지받지 못하고 성공하지 못한 빌 클린턴 대통령 탄핵 과정이 재연될 것이라고 믿는다. 당시의 탄핵 과정은 하원에서 공화당의 패배 그리고 클린턴의 인기 부활을 초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기양양하게 예측했듯이 탄핵은 “내게 플러스가 될 것”이다.
역사가 그렇게 똑같이 반복되는 일은 드물다. 공화당이 지배하는 상원에서 탄핵 의결에 3분의 2 이상 찬성표가 필요해 트럼프 대통령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어쨌든 별로 이뤄지는 게 없는 워싱턴에서) 역사적인 정치 전쟁이 시작되려는 참이다. 트럼프 세계 일부의 우려가 타당성을 갖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년 뒤 그런 드라마와 병목현상에 넌더리를 내는 미국인이 많이 늘어나 트럼프 대통령을 은퇴시키는 쪽으로 표가 몰릴 가능성이다.
- 빌 파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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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논란이 탄핵 절차의 초점이 되리라는 게 명백해지자 그의 의기양양함은 분노로 변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을 아는 사람들은 그 의미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의 반격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의 오랜 정치 고문으로 로버트 뮬러 특검 조사 결과 현재 기소에 직면한 로저 스톤은 2016년 선거운동 중 이렇게 표현했다. “트럼프는 최고의 카운터펀처다. 한 대 맞으면 강하게 맞받아친다. 싸움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누군가 싸움을 걸어오면 반격한다. 항상.”
‘파이터’로서의 트럼프는 2016년 그의 핵심 지지자들이 그에게 매력을 느낀 요인 중 하나다. 그런 이미지가 정치적으로 그에게 대체로 유리하게 작용했다. 통상 문제로 중국과 싸울 때, 워싱턴에 있는 ‘그림자 정부(Deep State)’의 ‘적폐 청산’을 위해 싸울 때, 불법 이민을 억제하기 위해 싸울 때 등이다. 그런 호전적인 본능이 오랫동안 트럼프의 소송 많은 사업 경력의 전매특허였다. 그는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적이 있는 게 좋다. 적들과 싸워 그들을 때려눕히기를 좋아한다.” 백악관의 스티브 배넌 전 선거본부장 그리고 지금은 스티븐 밀러 국내정책 보좌관을 포함한 백악관의 일부 측근이 그런 본능을 부추긴다.한 백악관 당국자는 익명을 조건으로 대통령이 “거의 첫날부터 자신의 정적들에 대해 전시태세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그가 왜 바이든과 그의 아들 헌터의 부정행위 의혹을 알아봐달라고 거리낌 없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요청했는지 일정 부분 설명된다. 그런 공격적인 자세가 이젠 거의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탄핵절차 그리고 정부의 불가피한 저항은 워싱턴과 미국 전반의 이미 도를 넘는 정치적 적대감 수준을 한층 끌어올릴 것이다. 트럼프 캠프는 민주당 측이 겁 없이 탄핵의 길로 나아간다고 그들을 조롱하고 있었다. 브래드 파스케일 선대본부장은 “민주당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눈부신 기록에 맞설 수 없으니 바이든 스캔들을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로 돌리려 애쓴다”며 “그래 봤자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용기와 에너지를 불어넣어 대통령이 대승하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고위 보좌관 그룹이 모두 그처럼 자신만만한 건 아니다. 대표적으로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 이방카 트럼프와 그녀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 등은 대통령으로선 자신의 무죄를 입증했다고 믿는 뮬러 특검보고서 발표 이후 한동안 말썽 없이 조용하게 보내기를 희망했었다고 백악관 소식통들은 전한다.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의 강세와 한 측근의 말마따나 1년간의 “정상 상태”에 편승해 내년 선거까지 곧장 직행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지지 기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어필은 워싱턴의 정치 관행을 뒤집어엎겠다는 그의 의지에 깊게 뿌리내렸음을 사람들은 이해한다. 그러면서도 러시아 ‘담합’으로부터 대통령직을 이용한 부정축재와 우크라이나까지 온갖 스캔들 의혹에 관한 끝없는 언론보도가 상당히 폭넓은 무당층 유권자와 공화당 온건파 계층에 적지 않은 피로감을 준다는 우려가 일부 선거 운동원 사이에서도 존재한다.
대통령 고위 보좌관들은 ‘트럼프 발광 신드롬(Trump derangement syndrome)’이 민주당 측에 타격을 준다고 믿으면서도 ‘트럼프 피로 신드롬’의 위험성을 걱정한다. 넌더리 난 유권자들이 안식을 찾아 트럼프 캠프의 한 고위 운동원 말마따나 “제정신인 민주당 후보”로 돌아설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것은 현재의 선두주자 그룹 중 바이든을 의미한다.트럼프 대통령의 전반적인 지지도가 40% 초반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이런 주장에 어느 정도 신뢰를 준다. 바이든이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을 앞서고 2016년 트럼프를 승리로 이끈 핵심 중서부 주에서 경쟁력을 지닌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일부 설문조사에선 엘리자베스 워런과 버니 샌더스도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지만 캠프는 둘 다 물리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훨씬 더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 보좌관이 ‘우라질 쇼(shit-show)’라고 부르는 우크라이나 게이트로 기대하던 평화시대가 물 건너간 건 분명하다. 지난 7월 뮬러 특검의 혹평받은 의회 증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러시아와의 담합으로 인해 탄핵당할 가능성을 거의 지워버렸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가 말 그대로 그 하루 뒤에 이뤄졌다는 사실은 백악관 보좌관들이 낭패감으로 책상에 머리를 찧게 했다. 한 보좌관은 “우리는 정말 대선의 해까지 전망이 밝다고 생각했다”며 “지금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적들과 싸움을 시작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측근들이 잘 알듯이 그가 싸움에서 항상 이기는 건 아니다. 그것은 사업을 하는 내내 마찬가지였다. 일례로 2009년 그는 뉴욕타임스 기자 팀 오브라이언이 자신의 순자산을 자기주장대로 수십억 달러 대가 아니라 1억5000만~2억5000만 달러 사이라고 썼다고 그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뉴저지주 법원은 증거 불충분으로 소를 각하했다. 그리고 오브라이언 기자의 변호사 메리 조 화이트 전 연방검사(그 뒤 오바마 대통령 정부의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 역임)가 택한 진술 녹취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각종 부동산 가치를 여러 해 동안 반복적으로 거짓말했다고 시인했다. 오브라이언에 대한 반격은 완전히 역효과를 초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랜 사업가 경력 중 무시·부인·공격 방식을 갈고 닦았다. 1990년대 전반 그의 부동산과 카지노 사업이 막대한 빚 부담으로 허덕일 때 당시 측근들에 따르면 그런 사업악화에 트럼프는 굼뜨게 대응했다. 라이벌 카지노 소유주 스티브 윈은 훗날 “빚 갚을 방법을 찾아야 했는데 그는 신속하게 조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회계감사인들이 마침내 “이 조직 특히 비(非)카지노 호텔 자산들의 과다 차입이 위기 환경을 조성했다”고 썼다. 그것이 마침내 그의 관심을 끌었다.
트럼프는 채권자들과 치열한 협상에 돌입해 자신의 조직이 진 빚 중 극히 일부만 받아가도록 강요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의 재산이 10억 달러에 육박한다고 여전히 주장하면서 자신의 회사가 재무상 커다란 어려움에 직면했음을 공개적으로 부정했다. 당시에는 허무맹랑한 주장이었다.트럼프는 대통령으로선 자신을 둘러싼 위기를 그냥 외면해버리는 사치를 누리지 못했다. 뮬러 특검 조사는 그냥 묵살할 수 없었다. 그는 그 조사를 “마녀사냥”이자 “사기”라고 대놓고 공격했지만 요구받은 온갖 문서와 증언을 뮬러 특검에게 제공하기 위해 백악관 막후에서 법률고문과 머리를 맞댔다. 그리고 백악관은 “대통령의 발언이 단순히 정치적 발언에 불과”하다는 것을 뮬러 특검 사람들에게 알리려 신경 썼으며 “그들도 그것을 이해했다”고 존 다우드 전 트럼프 변호사가 말했다. 결국 뮬러 특검은 보고서에서 ‘조사는 트럼프 캠프 요원들이 러시아 정부와 공모하거나 조율했다는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바이든, 그의 아들 헌터와 관련된 비리 의혹을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요청했음이 밝혀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 모드에 돌입했다. 요청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방위자금을 포함해 키예프 정부에 대한 원조를 보류하겠다고 위협했음을 통화 녹취록이 입증하지 못한다고 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 9월 유엔에서 기자들에게 “그것은 아름다운 통화였다”고 말했다.
같은 기자회견에서 그는 자신의 정적에 대한 다음 공격 노선을 밝혔다. 미국 대통령이 정적과 관련된 비리 의혹을 외국 지도자에게 요청하는 게 왜 문제가 안 되느냐 그리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본인에게 그렇게 했다면 어떤 느낌이었겠느냐고 한 기자가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생각해 보니까 그도 그렇게 했다”고 대답했다.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담합혐의에 대한 조사를 단정 지은 요인과 관련된 미국 법무부의 지속적인 조사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존 더럼 코네티컷주 연방검사가 그 조사를 이끌고 있다. 일명 ‘십자포화 허리케인 작전(Operation Crossfire Hurricane)’으로 불리는 FBI의 러시아 조사는 표면상 2016년 7월 시작됐다. 그러나 트럼프 지지자들은 실제론 조사가 시작된 시점이 그때가 아니라고 본다. 그들은 영국·호주·체코 등 여러 외국 정보기관이 모두 2015년 트럼프 캠프의 몇몇 하급 요원들 그리고 그들과 러시아인들의 교류 의혹에 관해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정보를 제공했으며 그들이 오바마 정부 정보 책임자들을 위해 활동했다고 믿는다.
각각 오바마 정부에서 CIA 국장과 국가정보국장(DNI)을 지낸 존 브레넌과 제임스 클래퍼 모두 그런 의혹을 부인했지만 더럼 검사는 연방수사국(FBI)이 공식 조사에 착수하기 전에 CIA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CIA와 FBI가 외국 정보기관들과 결탁해 자신의 선거운동을 방해하고 그 뒤 자신의 대통령직 수행에 딴지를 걸었다는 공격 노선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는 더럼 검사가 그런 주장의 신뢰할 만한 증거를 찾아야만 공격이 성립된다는 점이다. 그러려면 적어도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며 트럼프 지지자들이 모색하는 폭로는 결코 나오지 않을지 모른다.
한편 치열한 탄핵 투쟁이 시작됐다. 대선 캠페인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큰 싸움이다. ‘트럼프랜드’의 낙관론자들은 1998년 지지받지 못하고 성공하지 못한 빌 클린턴 대통령 탄핵 과정이 재연될 것이라고 믿는다. 당시의 탄핵 과정은 하원에서 공화당의 패배 그리고 클린턴의 인기 부활을 초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기양양하게 예측했듯이 탄핵은 “내게 플러스가 될 것”이다.
역사가 그렇게 똑같이 반복되는 일은 드물다. 공화당이 지배하는 상원에서 탄핵 의결에 3분의 2 이상 찬성표가 필요해 트럼프 대통령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어쨌든 별로 이뤄지는 게 없는 워싱턴에서) 역사적인 정치 전쟁이 시작되려는 참이다. 트럼프 세계 일부의 우려가 타당성을 갖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년 뒤 그런 드라마와 병목현상에 넌더리를 내는 미국인이 많이 늘어나 트럼프 대통령을 은퇴시키는 쪽으로 표가 몰릴 가능성이다.
- 빌 파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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