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깊은 챌린저 딥 탐사한 제임스 캐머런 영화감독 “우리 문명이 바다를 쓰레기장 취급한다” 지난 5월 마리아나 해구에서 가장 깊은 챌린저 딥 해연 (해저 1만927m)에 도달한 빅터 베스코보는 해저 밑바닥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발견했다(왼쪽 사진). 2012년 그곳의 해저 1만908m에 도달한 제임스 캐머런(오른쪽 사진)은 “우린 바다를 너무 모른다”고 말했다. / 사진:DISCOVERY CHANNEL, YONHAP‘아바타’와 ‘타니타닉’으로 잘 알려진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은 2012년 심해 단독 탐사 세계 기록을 세웠다. 그는 1인용 잠수정을 타고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의 가장 깊은 곳인 챌린저 딥 해연 바닥에 닿은 뒤 몇 시간 동안 그곳의 지형을 조사하고 사진을 찍고 표본을 채취했다. 챌린저 딥은 태평양 괌에서 서남쪽으로 약 320㎞ 떨어진 곳에 있는 마리아나 해구에서도 가장 깊은 곳으로 해저 약 11㎞에 이른다.
캐머런은 “인간으로서 우리는 절대적인 것에 이끌린다”고 말했다. “가장 깊은 곳, 가장 높은 곳, 가장 추운 곳, 가장 먼 곳 등. 나는 바다의 가장 깊은 곳까지 도달할 수 있는 잠수정을 만들 수 있다면 바다 전체를 세세히 탐사할 길이 열린다고 생각했다. 이야기꾼이자 호기심 가득한 인간으로서 나는 바다의 가장 깊은 곳에 무엇이 있는지 보고 싶었다.”
그는 다음 몇 년에 걸쳐 마리아나 해구의 여러 지점의 해저를 탐사한 결과 지구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것 중 하나는 명확히 알 수 있었다. 플라스틱 쓰레기였다. 캐머런은 “우리의 현대 문명이 바다를 화장실 취급한다”고 말했다. “우리의 이런 행동을 하루빨리 바꾸지 않으면 바다 생태계가 계속 급속히 붕괴할 수밖에 없다.”
지난 5월 미국 텍사스주의 투자가이자 탐험가인 빅터 베스코보도 1인용 잠수정을 타고 챌린저 딥의 바닥에 도달했다. 그 역시 그곳에서 비닐봉지와 사탕 포장지를 발견했다. 또 지난 2월 발표된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그곳에서 표본으로 채집한 미세 갑각류 10종 전부의 소화관에서 플라스틱 입자를 발견했다. 마리아나 해구에 서식하는 해양 생물이 마이크로플라스틱(직경 5㎜ 미만인 미세 플라스틱 입자)을 섭취했다는 증거였다.
그런데도 언론의 관심을 끈 것은 거기서 발견된 플라스틱보다 베스코보가 해저 1만927m에 도달해 캐머런의 기록(1만908m)을 깼다는 주장이었다. 캐머런은 챌린저 딥의 바닥이 평평하며, 깊이의 기록에서 나는 차이는 측정 장비가 달라서 생긴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잠수 기록에 초점을 맞추면 더 중요한 문제에 쏠려야 할 관심이 희석된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우리 바다의 현재 건강 상태와 심해 연구의 부족을 확실히 깨닫고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는 뜻이었다.
수십 년에 걸친 환경 연구에도 플라스틱을 비롯한 오염 물질이 바다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완전히 파악되지 않았다. 올해 초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환경과 우리 건강에 주는 영향을 더 많이 연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이뤄진 연구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우리가 미세 플라스틱 입자를 섭취하면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염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플라스틱은 물속에 독성 물질을 방출할 수도 있다. 그에 따라 번식이 어려워져 해양동물의 개체 수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플라스틱은 바다를 병들게 하는 문제 중 한 가지에 불과하다.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다른 문제도 수없이 많다. 캐머런은 “심해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너무나 끔찍하지만 그 외에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다른 수많은 치명적인 오염원도 있다”고 말했다. “대기 온난화를 일으키고 바닷물을 산성화하는 이산화탄소, 부영양화로 산소가 사라져 생명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바다’를 만드는 농업 영양염류 등이 그 예다.”바다도 지구의 다른 부분처럼 화석연료 연소와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 배출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예를 들어 이산화탄소의 약 30%는 바다에 흡수된다. 그에 따라 해양산성화가 진행되면서 일부 생물은 감각과 골격 형성에 장애를 겪고, 먹이그물 아래쪽에 위치하는 수많은 종이 생존을 위협받는다. 과학자들은 그 문제가 생태계 전체를 와해할 정도로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해양산성화는 2억5200만 년 전 지구 최악의 ‘페름기 대멸종’을 일으킨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된다.
기후변화가 세계의 바다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다. 지난 6월 미국 해양대기청(NOAA)과 스크립스 해양연구소(SIO)의 과학자들은 측정이 시작된 이래 이산화탄소 수치가 최고치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이산화탄소 수치가 이 정도로 높았던 마지막 시점은 300만~500만 년 전인 플라이오세 기간이었다. 당시 기온은 지금보다 약 4℃ 더 높았다. 현재의 기후 모델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이 현재의 추세로 지속될 경우 2100년이면 그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그 결과 바다가 지구 시스템에서 맡은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다. 특히 해류가 날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시보다 낮으면 미국 중서부에 극심한 가뭄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2016년 “기후변화가 일으키는 해양 온도와 해류의 변화가 기후 패턴의 변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구 표면 중 3분의 2를 차지하는 바다가 지구 생태계에서 맡은 역할이 이처럼 중요한데도 우리는 바다의 약 5%만 탐사했을 뿐이다. 그래서 캐머런은 더 많은 해양 연구가 필요하다고 기회만 있으면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해양 연구에 할애되는 예산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캐머런은 새로운 생물종의 발견부터 지각 운동에 관한 지식 확장까지 바다의 가장 깊은 곳을 연구하는 것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여러 요인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믿는다. 그는 “가장 치명적인 쓰나미는 깊은 해구에서 발생하는 지진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2004년 성탄절에 발생해 인도네시아에 큰 피해를 준 쓰나미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일으킨 거대한 파도가 그 예다. 바다의 가장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훨씬 더 정밀하게 연구해야 우리는 예방 모델과 경고 시스템을 더 정교하게 개발할 수 있다.”
캐머런은 심해를 세밀하게 조사하고 기후변화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더 많은 데이터를 과학자들에게 제공하려면 전 세계의 해양에서 활용될 수 있는 ‘연구용 군집 로봇 군단’이 필요하다며 그에 따른 재정지원을 촉구했다.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유입되고 격리되는 양, 침전된 메탄수화물의 불안정화로 바다에서 방출되는 온실가스의 양, 대기 온난화의 열기가 바다에 유입되는 양, 바다가 한계를 넘어서기 전까지 그 열기를 식힐 수 있는 기간, 열기가 바다에 축적되는 방식과 축적된 열기가 증폭된 에너지로 방출되면서 세계를 초토화하는 초강력 허리케인과 사이클론을 일으키는 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캐머런은 우리가 그런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면 결국 지구는 큰 위험에 빠지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 한나 오스본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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