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기준시가 떨어진 롯데 시그니엘] 분양률 낮아 고가 오피스텔 중 홀로 하락
[내년 기준시가 떨어진 롯데 시그니엘] 분양률 낮아 고가 오피스텔 중 홀로 하락
국세청의 양도세·상속세·증여세 부과에 활용… 보유세도 비슷한 가격대 아파트보다 적어 2017년 3월 89억4000만원에 팔린 전용 244㎡ 오피스텔. 매수자는 2년 6개월 후인 지난 9월 115억원에 매도했다. 30% 가까이 오른 금액이다. 내년 1월 1일 기준 이 오피스텔의 예정 기준시가가 계약면적 기준 ㎡당 903만원으로 올해(939만원)보다 4% 내려간다. 58억4000만원에서 56억2000만원이 된다. 거래가격이 25억6000만원 올라가는 사이 기준시가가 2억2000만원 하락한 것이다.
이 오피스텔의 몸값이 올라간 것일까, 내려간 것일까. 국내 최고층·초고가인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오피스텔(시그니엘 레지던스) 얘기다. 이 오피스텔은 123층 555m 높이의 월드타워 44~70층에 들어서 있다. 전용 133~829㎡(60~300평형) 223실이다.
2017년 초 준공했으나 그해 분양률이 저조해 2018년도 기준시가 리스트에 오르지 못했다. 오피스텔 기준시가는 전년 8월 말까지 준공한 오피스텔을 대상으로 산정하지만 미분양 등으로 공실이 많으면 제외한다. 시세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2017년 말까지 시그니엘의 분양률이 20%에 미치지 못했다.
다음 해인 올해 데뷔할 수 있었다. 분양률이 많이 올라간 것은 아니지만 초고층·초고가 등으로 일반인의 관심이 커서 기준시가 대상에 들어갔다. 그동안 1위를 지켜온 강남구 청담동 피엔폴루스보다 50% 가까이 높은 금액(㎡당 평균 914만)으로 단박에 정상을 차지했다. 기준시가는 국토부가 조사하는 주택 공시가격과 마찬가지로 국세청이 전년도 실거래가격 등을 기초로 평가하는 가격이다. 공시가격도 원래 국세청에서 매기던 기준시가에서 2006년 국토부로 업무가 넘어오면서 이름만 바뀌었고 산정 방식은 같다. 한국감정원이 주택 공시가격과 함께 기준시가도 산정한다. 기준시가는 국세청의 양도세·상속세·증여세 부과에 활용된다.
국세청은 전국 74만8221실 오피스텔의 2020년도 예정 기준시가를 공개하고 12월 9일까지 의견을 접수했다. 의견 수렴과 정정을 거쳐 12월 말에 확정 고시한다. 내년도 오피스텔 기준시가가 전국적으로 평균 1.36% 오른다. 서울이 3.36%로 가장 많이 상승한다. 국세청은 가격 현실화를 위한 조치로 산정된 적정가격의 반영률을 83%로 올해보다 1%포인트 높였다. 몸값 변동이 없어도 0.4% 올라가는 셈이다.
올해 기준시가 상위 5위권 내 오피스텔의 내년 예정가격을 보면 해당 오피스텔 최고 가격 기준으로 피엔폴루스가 6.28%, 청담에디션 1.21%, 상지리츠빌카일룸3차 1.22%, 마포구 노고산동 신촌다올노블리움 1.23% 상승했다.
하지만 시그니엘은 반대로 평균 6% 내렸다. 크기에 따라 3.8~7.4% 하락했다. 시그니엘서 가장 큰 70층 전용 829㎡가 ㎡당 올해 1103만원에서 내년 1060만원이다. 235억원에서 226억원으로 9억원 내린다. 가장 저렴한 44층 전용 133㎡가 838만원에서 776만원으로 7.4% 내린다.
그런데 거래내용을 조사한 결과 내년 기준시가에 반영되는 올해 가격이 이전보다 일부 오른 것으로 나타난다. 분양가가 오르기도 했다. 같은 층의 같은 전용면적 매매가격이 1년 새 5억원가량 상승했다. 전용 208㎡가 지난해 4월과 지난 4월 1년 새 56억5830만원에서 60억1270만원으로 4억원가량 올랐다. 전용 205㎡ 두 실의 가격이 지난해 2월 55억3860만원, 지난 10월 60억8130만원이다.
매매가격 대비 기준시가 비율이 내년에 내려가는 점도 가격 상승을 뜻한다. 지난해 매매가격 대비 올해 기준시가 비율이 76.5%였고 올해 매매가격 대비 내년 예정 기준시가 비율은 71.3%다. 내년 예정 기준시가를 올해와 같은 기준시가로 기준으로 올해 매매가격 대비 비율을 따지면 75.4%다. 같은 기준시가로 따져도 매매가격 대비 기준시가 비율이 내려간다는 것은 그만큼 매매가격이 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감정원은 “준공 후 3년가량 지나도록 분양률이 30%대로 파악되고 일부 할인 분양이 진행 중이어서 시세가 내려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시행자인 롯데물산은 “같은 층, 같은 전용면적의 가격이 다른 것은 향 등 조망이 달라 분양가가 차이 나게 책정됐기 때문”이라며 “분양가를 올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부 가격 상승에 착시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분양률, 할인 분양 등을 고려하면 상승보다 하락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지금까지 40%에 가까운 80실이 팔렸다. 총 분양금액으로 5000억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실당 가격이 평균 60억~70억원이고 3.3㎡당 7000만원 정도다. 최고 가격은 68층 전용 489㎡ 220억원이다. 3.3㎡당 1억원이다. 올해 아파트 최고 거래가격이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44㎡ 84억원(3.3㎡당 8400만원)이다. 시그니엘 전·월세 금액도 입을 다물지 못한다. 현재까지 6실이 확정일자를 받아 전·월세 거래 신고를 마쳤다. 전세 보증금 최고액은 55억4000만원(전용 247㎡)이다. 매매가격 대비 보증금 비율이 65% 선으로 일반 아파트 못지않다. 가장 비싼 월세가 2123만원이다. 전용 247㎡로 보증금이 3억원이다.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한 이율이 5% 정도인 셈이다. 올해 아파트 최고 전세보증금이 45억원이다. 강남구 청담동 상지리츠빌 카일룸2차 전용 244㎡와 같은 청담동 효성빌라 전용 271㎡에서 거래됐다.
올해 급등한 종부세로 초고가 아파트의 보유세 부담이 크지만 시그니엘은 몸값보다 상대적으로 덜하다. 시그니엘은 업무용 시설로 분류된 오피스텔이지만 주거용으로 쓰면 종부세 대상이다. 당초 주거용으로 지어졌다. 최고 가격 220억원의 보유세(재산세+종부세)가 1억1300만원이다. 같은 몸값의 아파트 등 주택 보유세는 2억4000만원 정도다. 오피스텔이 법적으로 비주거용 시설이어서 공시가격인 기준시가가 아닌 시가표준액으로 보유세를 산정하기 때문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시가표준액은 정부에서 정하는 건물가격과 공시지가를 합친 금액으로 시세보다 원가에 가까워 시세반영률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220억원 시그니엘의 시가표준액이 80억원으로 시세 대비 40%도 되지 않는다. 이 오피스텔의 올해 기준시가가 134억원(매매가격 대비 61%)이다.
지난 1월 시그니엘 전용 252㎡가 83억원에, 같은 달 한남더힐 전용 244㎡가 84억원에 거래됐다. 공시가격은 시그니엘이 58억원으로 한남더힐(54억원)보다 더 비싸다. 하지만 시그니엘 시가표준액이 42억원이어서 보유세가 4500만원으로 한남더힐(6500만원)보다 2000만원 더 적다.
-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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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피스텔의 몸값이 올라간 것일까, 내려간 것일까. 국내 최고층·초고가인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오피스텔(시그니엘 레지던스) 얘기다. 이 오피스텔은 123층 555m 높이의 월드타워 44~70층에 들어서 있다. 전용 133~829㎡(60~300평형) 223실이다.
2017년 초 준공했으나 그해 분양률이 저조해 2018년도 기준시가 리스트에 오르지 못했다. 오피스텔 기준시가는 전년 8월 말까지 준공한 오피스텔을 대상으로 산정하지만 미분양 등으로 공실이 많으면 제외한다. 시세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2017년 말까지 시그니엘의 분양률이 20%에 미치지 못했다.
다음 해인 올해 데뷔할 수 있었다. 분양률이 많이 올라간 것은 아니지만 초고층·초고가 등으로 일반인의 관심이 커서 기준시가 대상에 들어갔다. 그동안 1위를 지켜온 강남구 청담동 피엔폴루스보다 50% 가까이 높은 금액(㎡당 평균 914만)으로 단박에 정상을 차지했다.
내년 서울 오피스텔 기준시가 3.4% 상승
국세청은 전국 74만8221실 오피스텔의 2020년도 예정 기준시가를 공개하고 12월 9일까지 의견을 접수했다. 의견 수렴과 정정을 거쳐 12월 말에 확정 고시한다. 내년도 오피스텔 기준시가가 전국적으로 평균 1.36% 오른다. 서울이 3.36%로 가장 많이 상승한다. 국세청은 가격 현실화를 위한 조치로 산정된 적정가격의 반영률을 83%로 올해보다 1%포인트 높였다. 몸값 변동이 없어도 0.4% 올라가는 셈이다.
올해 기준시가 상위 5위권 내 오피스텔의 내년 예정가격을 보면 해당 오피스텔 최고 가격 기준으로 피엔폴루스가 6.28%, 청담에디션 1.21%, 상지리츠빌카일룸3차 1.22%, 마포구 노고산동 신촌다올노블리움 1.23% 상승했다.
하지만 시그니엘은 반대로 평균 6% 내렸다. 크기에 따라 3.8~7.4% 하락했다. 시그니엘서 가장 큰 70층 전용 829㎡가 ㎡당 올해 1103만원에서 내년 1060만원이다. 235억원에서 226억원으로 9억원 내린다. 가장 저렴한 44층 전용 133㎡가 838만원에서 776만원으로 7.4% 내린다.
그런데 거래내용을 조사한 결과 내년 기준시가에 반영되는 올해 가격이 이전보다 일부 오른 것으로 나타난다. 분양가가 오르기도 했다. 같은 층의 같은 전용면적 매매가격이 1년 새 5억원가량 상승했다. 전용 208㎡가 지난해 4월과 지난 4월 1년 새 56억5830만원에서 60억1270만원으로 4억원가량 올랐다. 전용 205㎡ 두 실의 가격이 지난해 2월 55억3860만원, 지난 10월 60억8130만원이다.
매매가격 대비 기준시가 비율이 내년에 내려가는 점도 가격 상승을 뜻한다. 지난해 매매가격 대비 올해 기준시가 비율이 76.5%였고 올해 매매가격 대비 내년 예정 기준시가 비율은 71.3%다. 내년 예정 기준시가를 올해와 같은 기준시가로 기준으로 올해 매매가격 대비 비율을 따지면 75.4%다. 같은 기준시가로 따져도 매매가격 대비 기준시가 비율이 내려간다는 것은 그만큼 매매가격이 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감정원은 “준공 후 3년가량 지나도록 분양률이 30%대로 파악되고 일부 할인 분양이 진행 중이어서 시세가 내려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시행자인 롯데물산은 “같은 층, 같은 전용면적의 가격이 다른 것은 향 등 조망이 달라 분양가가 차이 나게 책정됐기 때문”이라며 “분양가를 올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부 가격 상승에 착시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분양률, 할인 분양 등을 고려하면 상승보다 하락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지금까지 40%에 가까운 80실이 팔렸다. 총 분양금액으로 5000억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실당 가격이 평균 60억~70억원이고 3.3㎡당 7000만원 정도다. 최고 가격은 68층 전용 489㎡ 220억원이다. 3.3㎡당 1억원이다. 올해 아파트 최고 거래가격이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44㎡ 84억원(3.3㎡당 8400만원)이다.
최고 전세보증금 55억, 월세 2123만원
올해 급등한 종부세로 초고가 아파트의 보유세 부담이 크지만 시그니엘은 몸값보다 상대적으로 덜하다. 시그니엘은 업무용 시설로 분류된 오피스텔이지만 주거용으로 쓰면 종부세 대상이다. 당초 주거용으로 지어졌다. 최고 가격 220억원의 보유세(재산세+종부세)가 1억1300만원이다. 같은 몸값의 아파트 등 주택 보유세는 2억4000만원 정도다. 오피스텔이 법적으로 비주거용 시설이어서 공시가격인 기준시가가 아닌 시가표준액으로 보유세를 산정하기 때문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시가표준액은 정부에서 정하는 건물가격과 공시지가를 합친 금액으로 시세보다 원가에 가까워 시세반영률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220억원 시그니엘의 시가표준액이 80억원으로 시세 대비 40%도 되지 않는다. 이 오피스텔의 올해 기준시가가 134억원(매매가격 대비 61%)이다.
지난 1월 시그니엘 전용 252㎡가 83억원에, 같은 달 한남더힐 전용 244㎡가 84억원에 거래됐다. 공시가격은 시그니엘이 58억원으로 한남더힐(54억원)보다 더 비싸다. 하지만 시그니엘 시가표준액이 42억원이어서 보유세가 4500만원으로 한남더힐(6500만원)보다 2000만원 더 적다.
-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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