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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힘’으로 동방 변화시킨다

‘시베리아의 힘’으로 동방 변화시킨다

중-러 천연가스관 개통식 열려… 양국의 밀착과 전략적 협력의 상징적 프로젝트 과시
12월 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화상연결로 진행된 중·러 동부 노선 천연가스관 개통식을 참관했다. / 사진:XINHUA/YONHAP
중국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첫 번째 자동차용 교량이 완공된 지 바로 사흘 뒤 양국을 잇는 대규모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시베리아의 힘(Power of Siberia)’이 개통됐다. 최근의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양대 강국 사이의 협력에 속도가 붙고 있다.

12월 2일 러시아와 중국은 중-러 가스관 동부 노선 ‘시베리아의 힘’ 개통식을 열고 천연가스 공급을 시작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TV 화상 연결로 개통식을 참관했다. 시베리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약 3000㎞의 가스관을 타고 중국 동북 지역으로 흘러 들어간다는 뜻이다. 30년간 매년 380억㎥의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중-러 에너지동맹’ 프로젝트의 계약 금액은 약 4000억 달러(약 460조원)에 이른다.

러시아는 동시베리아에서 극동 아무르 주 블라고베셴스크까지 연결되는 이 가스관에서 중국 동북 지역으로 이어지는 지선인 동부 노선을 통해 가스를 공급한다. 중국에 공급할 가스는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의 ‘코빅타’와 야쿠티아 공화국의 ‘차얀다’ 등 2개 가스전에서 생산하는 천연가스를 이용할 방침이다. 현재는 동부 노선 가스관이 지린과 랴오닝까지 연결됐지만 궁극적으로는 베이징과 상하이까지 연장될 것으로 알려졌다.

‘시베리아의 힘’은 중국 석유천연가스집단(CNPC)과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이 2014년 5월 천연가스 공급 조건에 합의하고 같은 해 9월 착공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천연가스를 생산하지만 현금이 부족한 러시아와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연료가 부족한 중국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결과다. 국제에너지기구(EIA)에 따르면 중국은 내년에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입국으로 부상해 2023년까지 전 세계 천연가스 수요 증가의 40%를 차지할 전망이다. 러시아는 이 가스관을 통해 2024년까지 중국 천연가스 수요의 10%를 공급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개통식에서 “이 가스관 개통으로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 에너지 협력이 질적으로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했으며, 2024년까지 양자 무역 규모를 2000억 달러 규모로 키우겠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세운 목표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화상 연결에서 “동부 노선 천연가스관은 중-러 에너지 협력의 상징적 프로젝트이며 양국 간 융합, 상생의 모델”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2014년 중-러 천연가스관 프로젝트 협력 문서 체결 후 5년 만에 개통된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전 세계에 중-러 협력의 큰 성과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개통식에서 올해가 양국 수교 70주년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양국은 협력 증진을 통해 서방과의 긴장된 관계 속에서 동방의 변화를 추구한다. 미국은 러시아의 국영 기업을 제재하고 중국과 수백억 달러의 관세를 주고받는 무역전쟁을 치름으로써 러시아와 중국이 해외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견제하고 나섰다. 러시아와 중국도 미국이 내정 개입으로 긴장을 더욱 고조시킨다고 비난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이익은 완전히 일치하기는커녕 때로는 상충하지만 두 나라는 윈-윈 전략을 계속 추진한다.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이 개통되기 며칠 전인 11월 29일 양국은 아무르강(흑룡강)을 가로질러 러시아 극동 아무르 주의 도시 블라고베셴스크와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성 도시 헤이허를 연결하는 자동차 도로용 교량을 완공했다. 2차선 도로를 갖춘 길이 1080m의 이 교량은 2016년 12월부터 건설에 들어가 약 3년 만에 마무리됐다. 건설 공사는 러시아 측과 중국 측이 절반씩 나눠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800대가량의 차량 수송 능력을 갖춘 이 교량은 서류 작업과 검문소 건설 등이 끝나는 내년 초부터 우선 화물차를 대상으로 가동에 들어간다고 바실리 오를로프 아무르 주 주지사가 밝혔다. 여객 수송용 승용차와 버스 등의 운행은 1년 6개월 뒤쯤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극동·북극 개발장관은 “이 교량 건설로 극동 지역과 중국 간 화물 수송량이 연 400만t까지 8배 이상 늘고, 중국 관광객 수도 200만 명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량은 양국의 국경도시 블라고베셴스크와 헤이허 사이의 새로운 고속도로가 될 뿐 아니라 무역과 관광 개발의 강력한 자극제가 될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 사이의 이 첫 교량은 양국 국민의 우정과 신뢰, 미래 희망을 상징한다.”

또 그는 이 교량을 두고 “일상적인 이곳 풍경을 근본적으로 바꿔놓는 프로젝트이며 이 지역과 극동 지역 전체의 경제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거대한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러-중 연결 교량 건설은 근년 들어 러시아와 중국이 정치·경제·인적 교류 등 다방면에 걸쳐 유례없는 밀월관계를 누리는 가운데 이뤄졌다. 시 주석은 12월 2일 중국을 방문한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안보회의 서기(국가안보실장 격)를 만나서도 전략적 관계 강화를 강조했다. “복잡한 국제 정세를 직면해 중러는 긴밀하고도 믿음직한 전략적 동반자로 서로 확고한 전략적 지지를 해야 한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중국과 러시아 내정을 간섭하고 주권 및 안전을 위협하며 경제와 사회 발전을 저해한다.”

시 주석은 나아가 “중국과 러시아는 전략 안보 협상과 안전 협력이라는 플랫폼으로 소통을 강화하며 상호 신뢰를 증진해야 한다”면서 “각자의 핵심 이익과 안전을 함께 지켜 지역 및 세계 평화를 수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파트루셰프 서기도 중-러 관계가 견고하고 누구도 깰 수 없다면서 최근 미국의 정책은 중러 양국에 손해를 끼치며 국제질서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러 양국이 국제 문제에서 입장이 비슷하므로 밀접히 협조해 공정한 국제 질서를 같이 지키자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미국의 가장 강력한 군사력 경쟁국으로 널리 인정받는다. 중국은 미국의 가장 강력한 경제력 경쟁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은 현재 군사력에서 러시아보다 훨씬 앞섰지만 중국은 몇 년 안에 세계 최고의 경제력을 갖게 될 전망이다.

러시아와 중국 사이의 경제력 격차가 크기 때문에 지금까지 양국의 무역관계를 크게 증진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근년 들어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번에 개통한 새로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은 러시아에 긴요한 중국 자본을 더 많이 이전시켜 유럽에 천연가스를 판매함으로써 얻은 수입에 더해 국가적으로 큰 이익을 가져다줄 전망이다. 러시아는 천연가스를 전략적인 무기로 사용해 오랫동안 미국이 이끄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압박해왔다. 러시아는 또 중국과 갈수록 자주 합동 군사훈련을 하며, 미사일 경보 시스템도 공동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 톰 오코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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