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정보 공개로 투명성 확보하면 공정 소득 보장하고 성별 임금 격차 줄일 수 있어 사진:GETTY IMAGES BANK요즘 인터넷에 아주 흥미로운 구글 문서가 떠다닌다. 다양한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연봉 액수를 공개해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구글 스프레드시트다. 최근 미국 일류 언론사에 소속된 언론인 1000여 명의 연봉 통계를 담은 스프레드시트 문서는 ‘자신이 얼마나 많이 버는지 또는 얼마나 적게 버는지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금기처럼 느껴지지만 그래선 안 된다’는 글로 시작한다. ‘아는 것이 힘이다. ... 따라서 상대방과 자신의 가치를 서로 알 수 있도록 소득 액수와 관련 정보를 공유하자.’
워싱턴포스트 신문에 따르면 이 스프레드시트는 상품 리뷰 사이트인 ‘와이어 커터’에 근무하는 사라 코보스(29)가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와 자신의 연봉을 수개월 전부터 공유해왔다는 그는 세계 최대 규모의 직장 평가·구직 사이트인 글래스도어 (Glassdoor)를 통해 회사 내 유사한 직책의 동료가 자신보다 훨씬 더 많은 연봉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산업 전반에 연봉 정보 공유에 대한 이점을 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업계의 연봉이 공개되면 더 많이 돈을 버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특히 경험이 적은 초년생 언론인이 연봉 협상에서 도움을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와 비슷하게 출판·광고·법무보조 분야, 심지어 박물관이나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연봉 액수를 공유하는 스프레드시트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런 업종에 해당하지 않는 우리 같은 사람에게 가장 흥미로운 점은 누가 얼마나 받는지가 아니라 아주 많은 전문직 종사자가 자신의 소득 정보를 기꺼이 공유하려 한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자신의 연봉이 얼마이며, 어디서 일하고, 직책과 직무가 무엇이며, 경력이 몇 년이고, 성별과 인종 같은 세세한 정보까지 밝힌다.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연봉은 비밀로 유지돼야 한다는 해묵은 개념을 떨쳐버릴 때가 됐기 때문이다.
단순한 호기심의 문제가 아니다. 소득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면 무엇보다 성별 임금 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다. 그 격차는 10년 이상 거의 변치 않았다. 미국 통계국(USCB)이 최근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정규직으로 일하는 미국 여성의 연봉은 평균적으로 볼 때 남성이 받는 연봉의 82% 정도다. 백인이 아닌 여성은 그 격차가 더 크다. 남성의 평균 소득과 비교할 때 흑인 여성은 62%, 라틴계 여성은 54%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의 아주 느린 개선 속도로 판단하면 성별 임금 격차는 2093년이 돼야 겨우 사라질 것이다.
연봉에 관한 정보를 더 많이 알게 되면 그런 문제의 개선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미국대학여성협회(AAUW)가 최근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을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의무적인 직종에서 임금 격차가 더 작은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연방정부 공무원의 경우 성별 임금 격차는 13%로 가장 낮다. 주정부 공무원 사이에선 성별 임금 격차가 약 17%다. 일반적으로 연봉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인 민간 기업에선 그 격차가 29%로 벌어진다.
더구나 임금 격차는 여성이 오래 일할수록 커지며 은퇴 후까지 영향을 미친다. 소득이 적으면 사회보장제도 납부금도 적어 나중에 그 혜택을 더 적게 받는다. 이런 격차는 연금을 포함해 다른 은퇴 수당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소득 정보를 공유한다는 발상은 너무 오랫동안 금기시됐다. 체중이 얼마나 나가는지 또는 연금을 얼마나 납부하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바로 이런 비밀주의 문화가 임금 격차를 올바로 인식하기 어렵게 만든다. 서로의 연봉을 알 수 없다면 예를 들어 여성이나 유색 인종이 부당하게 적은 연봉을 받는다는 사실을 파악하기 힘들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에서 자신의 모든 삶을 공유하는 데 익숙한 요즘 세대의 경우 연봉 액수를 공유한다는 발상이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더구나 급여에 관한 정보가 글래스도어나 샐러리닷컴(Salary.com) 같은 웹사이트에서 점점 더 많아지는 추세다. 아직 널리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홀푸드 같은 기업은 직원들이 동료의 연봉을 볼 수 있도록 허용한다(홀푸드는 일찍이 1986년부터 직원들 간에 더 많은 대화를 장려하고 회사 내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모든 직원이 급여, 성과급 등 보상 관련 자료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직원들이 특정 직급에 오르면 연봉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샐러리 밴드(salary band, 특정 직급이나 연차에 지급할 수 있는 연봉의 폭)’를 공유하는 기업도 있다. 그런 정보를 공유하지 않더라도 문의하는 직원에게 비공개적으로 알려주는 기업체 인사부도 많다.
관련 법령도 달라진다. 미국 전역에서 주 정부가 고용주에게 동료와 연봉 정보를 공유하는 직원을 처벌하거나 그런 공유를 금지하지 못 하게 하는 법을 제정한다. 최근까지 고용주의 그런 관행은 너무 흔했다. 현재 20개 주가 급여 관련 정보의 공개를 처벌할 수 없는 법을 시행한다. 연방 ‘공정임금법(Paycheck Fairness Act, 동일 직장에서 동일한 일을 하는 여성에게 남성과 동일한 임금을 주도록 하는 법령)’도 최근 하원을 통과했고 상원의 조치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 법안 역시 자신의 소득 정보를 공유하고자 하는 근로자를 보호한다.
물론 남녀 사이의 소득을 평등하게 하기 위해선 임금 투명성만으론 부족하다. 여성의 근로는 오랫동안 그 가치가 과소평가됐다. 또 여성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능력을 방해하는 장애물과 편견에 시달린다. 그러나 급여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면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여성이 일자리의 가치 매김에 관해, 또 누가 연봉을 얼마나 받는지 더 많이 알게 될수록 노동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더 잘 알고 그에 합당한 급여를 요구하기가 더 쉬워진다.
- 킴 처치스
※ [필자는 미국대학여성협회(AAUW) CEO다. AAUW는 연구와 교육, 홍보를 통해 여성의 평등을 도모하는 초당적 비영리 단체다. 이 글의 내용은 필자의 개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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