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도핑 스캔들, 결국…
러시아 도핑 스캔들, 결국…
세계반도핑기구, 4년간 주요 국제대회 ‘출전 금지’ 결정… 2020 도쿄 올림픽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적용 받아 지난 12월 9일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러시아에 앞으로 4년 동안 주요 국제 스포츠 대회 출전을 금지하는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올해 초 러시아가 도핑 테스트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결정으로 러시아 국가대표팀은 2020 도쿄 올림픽과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자국 국기를 달고 공식적으로 참가할 수 없다.
앞서 러시아는 자국에서 열린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국력 과시를 위해 자국 선수들을 대상으로 조직적인 도핑을 저질렀다는 판정을 받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처음 공식 출전 금지 제재를 받았다. 그런데도 러시아 선수 168명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중립 기 아래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 자격으로 경기 참가가 허용됐다(공식 국기와 국가는 사용할 수 없었다).
그 직후 WADA는 러시아가 소치 올림픽 때 발생한 도핑 사태와 관련한 공식 자료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제재 해제를 검토했다. 그러나 모스크바반도핑실험실이 지난 1월 제출한 러시아 선수들의 2012~2015년 도핑 샘플에서 이상 흔적이 발견됨에 따라 WADA는 지난 9월부터 세밀한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결과 WADA는 러시아가 조작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를 제출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번에 추가로 4년 동안 주요 국제대회 참가 금지라는 더욱 강한 제재를 가했다.
크레이그 리디 WADA 회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러시아의 도핑 관리는 오랫동안 깨끗한 스포츠의 정신을 훼손했다”며 “러시아에 국제적인 반도핑의 세계로 돌아올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그들은 속임수와 부정의 자세를 유지해왔다”고 밝혔다.
도핑이란 경기에서 체력을 극도로 발휘시켜 좋은 성적을 올리게 할 목적으로 선수에게 심장흥분제·근육 증강제 따위의 약물을 먹이거나 주사 또는 특수한 이학적 처치를 하는 일을 말한다. 도핑은 수년 동안 올림픽에서 문제가 됐고, 러시아의 출전 금지가 도핑으로 부과된 첫 징계도 아니었다.
일찍이 1968년 멕시코시티 하계올림픽에서 도핑으로 출전 자격이 박탈된 선수가 처음 나왔다. 그 올림픽의 5종경기에 참가한 스웨덴 국가대표팀의 한 선수는 소변 검사 결과 과도한 알코올 수준이 적발돼 메달을 박탈당했고, 그로 인해 스웨덴팀 전체가 메달을 반납해야 했다.
올림픽에서 도핑으로 그보다 더 유명한 사건 중 하나는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발생했다. 남자 육상 100m 경기에서 미국의 칼 루이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캐나다의 벤 존슨이 스테로이드 계열의 금지 약물을 사용한 사실이 검사 결과 드러나 3일 만에 금메달을 박탈당했다. 1990년엔 1970~1980년 많은 동독 올림픽 선수가 코치로부터 단백동화 스테로이드 약물을 사용하도록 강요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도핑 스캔들에 연루된 독일 관리 여러 명이 재판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국가대표팀의 올림픽 출전 금지 같은 징계는 없었다.2003년 미국의 단거리 육상 선수 매리언 존스는 2000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스테로이드 계열의 금지 약물을 사용한 것으로 의심받았다. 결국 존스는 2007년 스테로이드 도핑을 시인하고 시드니 올림픽에서 받은 메달 5개(금메달 3개 포함)를 반납했다.
미국은 2015년 또 다른 도핑 스캔들에 휩쓸렸다. 육상 스타 타이슨 게이가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 출전 후 세 차례의 도핑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1년 동안 국제대회 출전 자격이 정지됐다. 그러나 그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 자격을 얻었다. 그가 포함된 미국 남자 육상 계주팀은 동메달을 땄지만 경기 후 판독에서 팀 선수 중 한 명인 제스틴 개틀린이 배턴존 밖에서 배턴 터치를 한 것으로 확인돼 실격처리되면서 메달을 박탈당했다.
다른 많은 나라 선수도 도핑으로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러시아만큼 심한 나라는 없었다. 러시아는 2018년 처음 올림픽 공식 출전을 금지당했지만 러시아의 가장 악명 높은 도핑 문제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러시아 육상 선수 7명은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소변 샘플을 조작한 것으로 밝혀져 출전이 금지됐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딴 메달을 박탈당한 개수가 43개로 어느 나라보다 많다. 도핑과 상관없는 이유로 올림픽 출전을 금지당한 나라도 적지 않다. 1976~1988년 남아공은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 시행으로 올림픽 출전이 금지됐다. 또 2000 시드니올림픽 당시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 정권이 여성의 스포츠 활동 금지 정책을 시행한 사실이 문제 되면서 출전을 금지당했다.
러시아 관영 매체들과 고위 당국자들은 WADA의 결정이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히스테리와 같은 반감의 산물이라고 반발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림픽 헌장에 위배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WADA의 결정이 내려진 지난 12월 9일 프랑스 파리에서 우크라이나·독일·프랑스 정상과 회담한 후 기자회견에서 WADA의 결정은 정치적이고, 스포츠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올림픽 헌장은 올림픽의 제반 사안을 규율하는 법전으로 세계 체육의 가이드라인으로도 통용된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WADA의 결정을 세밀히 분석할 것이며, 러시아 관계당국이 이의를 제기할 근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WADA의 결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 21일 안에 스위스 로잔에 있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할 수 있다. CAS는 체육과 관련한 분쟁을 다루는 최상위 독립법원으로 러시아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제재가 철회되거나 완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서방 언론에서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범을 따르지 않는 러시아의 단면이 이번 사태에서 다시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왔다.
- 매튜 임펠리 뉴스위크 기자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러시아에 주요 국제대회 출전을 4년 동안 금지하는 징계를 결정했다. 그에 따라 러시아는 2020 도쿄 올림픽과 2022 카타르 축구 월드컵에 공식적으로 출전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러시아는 유럽축구선수권 대회 유로 2020 대회에는 출전할 수 있다(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대회 개최 도시 중 하나다). 유럽 축구 집행기관인 유럽축구연맹(UEFA)은 반도핑 결정의 제약을 받는 주요 대회조직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WADA는 하나의 스포츠 종목을 세계적인 차원에서 관장하는 모든 기구를 주요 대회조직으로 규정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수영연맹(FINA),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등이 그 예다. 국제농구연맹(FIBA)과 국제사이클연맹(UCI)도 같은 범주에 든다.
UEFA 대변인은 뉴스위크에 WADA의 러시아 징계에 논평을 거부하며 그 결정이 유로 2020 대회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러시아는 유로 2020 대회 예선에서 그룹의 조2위로 통과해 본선에서 덴마크·핀란드·벨기에와 함께 그룹B에 속한다. 특히 러시아는 이번 대회의 주최국 중 하나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크레스토브스키 스타디움에서 러시아 대 벨기에·프랑스 경기, 벨기에 대 핀란드 경기가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유로 2020과 달리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은 WADA 결정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러시아가 받은 징계는 FIFA에 큰 골칫거리를 안겨준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선전의 유럽 경기는 2021년 3월 시작될 예정이다. 월드컵 예선전 유럽 경기의 조 추첨은 유로 2020과 2020~2021 UEFA 네이션스 리그(회원국팀이 2년에 한 번씩 서로 맞붙는다) 결과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러시아가 그 두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면 월드컵 예선전에도 참가할 수 있다.
FIFA도 그런 복잡한 문제를 잘 안다. FIFA 대변인은 “WADA가 오늘 내린 결정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FIFA는 러시아에 내려진 징계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WADA만이 아니라 하계올림픽종목연합(ASOIF)과도 접촉 중이다.”
다른 종목에도 그와 같은 접근법이 적용돼 러시아가 유럽 내부의 토너먼트에 참가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뉴스위크에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우리는 러시아의 이의 제기 결과를 비롯해 모든 법적인 절차가 끝날 때까지는 러시아 징계에 관한 논평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 개별 선수들은 국가의 조직적 도핑 활동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증명할 수 있는 경우 국제대회에 중립적 국기 아래 참가해 경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168명의 러시아 선수가 올림픽기 아래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라는 자격으로 출전했다.
육상 종목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러시아 육상은 2015년 11월 ‘모든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금지’ 처분을 받았다. 러시아 육상이 조직적으로 금지약물을 복용하고 도핑 테스트 결과를 은폐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 육상 선수들은 2015년 이래 IAAF기 아래 국제 경기에 출전하고 그중 30명은 지난 10월 열린 도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인가된 중립선수(ANA)’로 참가했다. 이번 징계로 러시아는 2032 올림픽 유치 경쟁에도 참여할 수 없다.
- 댄 캔시언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앞서 러시아는 자국에서 열린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국력 과시를 위해 자국 선수들을 대상으로 조직적인 도핑을 저질렀다는 판정을 받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처음 공식 출전 금지 제재를 받았다. 그런데도 러시아 선수 168명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중립 기 아래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 자격으로 경기 참가가 허용됐다(공식 국기와 국가는 사용할 수 없었다).
그 직후 WADA는 러시아가 소치 올림픽 때 발생한 도핑 사태와 관련한 공식 자료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제재 해제를 검토했다. 그러나 모스크바반도핑실험실이 지난 1월 제출한 러시아 선수들의 2012~2015년 도핑 샘플에서 이상 흔적이 발견됨에 따라 WADA는 지난 9월부터 세밀한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결과 WADA는 러시아가 조작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를 제출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번에 추가로 4년 동안 주요 국제대회 참가 금지라는 더욱 강한 제재를 가했다.
크레이그 리디 WADA 회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러시아의 도핑 관리는 오랫동안 깨끗한 스포츠의 정신을 훼손했다”며 “러시아에 국제적인 반도핑의 세계로 돌아올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그들은 속임수와 부정의 자세를 유지해왔다”고 밝혔다.
도핑이란 경기에서 체력을 극도로 발휘시켜 좋은 성적을 올리게 할 목적으로 선수에게 심장흥분제·근육 증강제 따위의 약물을 먹이거나 주사 또는 특수한 이학적 처치를 하는 일을 말한다. 도핑은 수년 동안 올림픽에서 문제가 됐고, 러시아의 출전 금지가 도핑으로 부과된 첫 징계도 아니었다.
일찍이 1968년 멕시코시티 하계올림픽에서 도핑으로 출전 자격이 박탈된 선수가 처음 나왔다. 그 올림픽의 5종경기에 참가한 스웨덴 국가대표팀의 한 선수는 소변 검사 결과 과도한 알코올 수준이 적발돼 메달을 박탈당했고, 그로 인해 스웨덴팀 전체가 메달을 반납해야 했다.
올림픽에서 도핑으로 그보다 더 유명한 사건 중 하나는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발생했다. 남자 육상 100m 경기에서 미국의 칼 루이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캐나다의 벤 존슨이 스테로이드 계열의 금지 약물을 사용한 사실이 검사 결과 드러나 3일 만에 금메달을 박탈당했다. 1990년엔 1970~1980년 많은 동독 올림픽 선수가 코치로부터 단백동화 스테로이드 약물을 사용하도록 강요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도핑 스캔들에 연루된 독일 관리 여러 명이 재판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국가대표팀의 올림픽 출전 금지 같은 징계는 없었다.2003년 미국의 단거리 육상 선수 매리언 존스는 2000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스테로이드 계열의 금지 약물을 사용한 것으로 의심받았다. 결국 존스는 2007년 스테로이드 도핑을 시인하고 시드니 올림픽에서 받은 메달 5개(금메달 3개 포함)를 반납했다.
미국은 2015년 또 다른 도핑 스캔들에 휩쓸렸다. 육상 스타 타이슨 게이가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 출전 후 세 차례의 도핑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1년 동안 국제대회 출전 자격이 정지됐다. 그러나 그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 자격을 얻었다. 그가 포함된 미국 남자 육상 계주팀은 동메달을 땄지만 경기 후 판독에서 팀 선수 중 한 명인 제스틴 개틀린이 배턴존 밖에서 배턴 터치를 한 것으로 확인돼 실격처리되면서 메달을 박탈당했다.
다른 많은 나라 선수도 도핑으로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러시아만큼 심한 나라는 없었다. 러시아는 2018년 처음 올림픽 공식 출전을 금지당했지만 러시아의 가장 악명 높은 도핑 문제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러시아 육상 선수 7명은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소변 샘플을 조작한 것으로 밝혀져 출전이 금지됐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딴 메달을 박탈당한 개수가 43개로 어느 나라보다 많다. 도핑과 상관없는 이유로 올림픽 출전을 금지당한 나라도 적지 않다. 1976~1988년 남아공은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 시행으로 올림픽 출전이 금지됐다. 또 2000 시드니올림픽 당시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 정권이 여성의 스포츠 활동 금지 정책을 시행한 사실이 문제 되면서 출전을 금지당했다.
러시아 관영 매체들과 고위 당국자들은 WADA의 결정이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히스테리와 같은 반감의 산물이라고 반발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림픽 헌장에 위배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WADA의 결정이 내려진 지난 12월 9일 프랑스 파리에서 우크라이나·독일·프랑스 정상과 회담한 후 기자회견에서 WADA의 결정은 정치적이고, 스포츠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올림픽 헌장은 올림픽의 제반 사안을 규율하는 법전으로 세계 체육의 가이드라인으로도 통용된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WADA의 결정을 세밀히 분석할 것이며, 러시아 관계당국이 이의를 제기할 근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WADA의 결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 21일 안에 스위스 로잔에 있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할 수 있다. CAS는 체육과 관련한 분쟁을 다루는 최상위 독립법원으로 러시아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제재가 철회되거나 완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서방 언론에서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범을 따르지 않는 러시아의 단면이 이번 사태에서 다시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왔다.
- 매튜 임펠리 뉴스위크 기자
[박스기사] 유로 2020 대회는 되고 2022 월드컵은 안 된다? - 유럽축구연맹(UEFA)은 반도핑 결정의 제약받는 주요 대회조직에 들지 않기 때문
WADA는 하나의 스포츠 종목을 세계적인 차원에서 관장하는 모든 기구를 주요 대회조직으로 규정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수영연맹(FINA),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등이 그 예다. 국제농구연맹(FIBA)과 국제사이클연맹(UCI)도 같은 범주에 든다.
UEFA 대변인은 뉴스위크에 WADA의 러시아 징계에 논평을 거부하며 그 결정이 유로 2020 대회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러시아는 유로 2020 대회 예선에서 그룹의 조2위로 통과해 본선에서 덴마크·핀란드·벨기에와 함께 그룹B에 속한다. 특히 러시아는 이번 대회의 주최국 중 하나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크레스토브스키 스타디움에서 러시아 대 벨기에·프랑스 경기, 벨기에 대 핀란드 경기가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유로 2020과 달리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은 WADA 결정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러시아가 받은 징계는 FIFA에 큰 골칫거리를 안겨준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선전의 유럽 경기는 2021년 3월 시작될 예정이다. 월드컵 예선전 유럽 경기의 조 추첨은 유로 2020과 2020~2021 UEFA 네이션스 리그(회원국팀이 2년에 한 번씩 서로 맞붙는다) 결과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러시아가 그 두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면 월드컵 예선전에도 참가할 수 있다.
FIFA도 그런 복잡한 문제를 잘 안다. FIFA 대변인은 “WADA가 오늘 내린 결정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FIFA는 러시아에 내려진 징계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WADA만이 아니라 하계올림픽종목연합(ASOIF)과도 접촉 중이다.”
다른 종목에도 그와 같은 접근법이 적용돼 러시아가 유럽 내부의 토너먼트에 참가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뉴스위크에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우리는 러시아의 이의 제기 결과를 비롯해 모든 법적인 절차가 끝날 때까지는 러시아 징계에 관한 논평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 개별 선수들은 국가의 조직적 도핑 활동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증명할 수 있는 경우 국제대회에 중립적 국기 아래 참가해 경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168명의 러시아 선수가 올림픽기 아래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라는 자격으로 출전했다.
육상 종목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러시아 육상은 2015년 11월 ‘모든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금지’ 처분을 받았다. 러시아 육상이 조직적으로 금지약물을 복용하고 도핑 테스트 결과를 은폐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 육상 선수들은 2015년 이래 IAAF기 아래 국제 경기에 출전하고 그중 30명은 지난 10월 열린 도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인가된 중립선수(ANA)’로 참가했다. 이번 징계로 러시아는 2032 올림픽 유치 경쟁에도 참여할 수 없다.
- 댄 캔시언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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