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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분양 시동 거는 정부] “부실시공(정부) 책임 강화” VS “빈대(건설사)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나”

[후분양 시동 거는 정부] “부실시공(정부) 책임 강화” VS “빈대(건설사)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나”

‘건설업 부실 벌점제’ 개정 논란… 풍선효과 막으려면 시장 상황 고려해야
서울시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모습. / 사진:연합뉴스
건설사 부실시공 문제의 해결책일까, 후분양제 밀어붙이기 정책일까. ‘건설업 부실 벌점제’ 법안 개정에 대해 논란이 뜨겁다. 국토교통부는 1월 20일 부실벌점 산정방식을 전면 개편하는 내용의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는 설계·용역 과정에서 부실 공사를 확인하거나 부실 공사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건설사에 벌점을 부과한다. 벌점이 쌓이면 건설사가 입찰 심사나 사업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개정안의 핵심은 현재 ‘평균’ 방식으로 부과하는 벌점을 ‘합산’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건설사 측에서 심각한 부담이 된다고 주장하며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이유다.

예를 들면 10개의 현장을 관리하는 A 건설사가 현장 세 곳에서 1점씩 총 3점의 벌점을 부과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현행 ‘평균’ 방식으로 계산하면 3점을 총 건설 현장 수인 10으로 나눈 값을 인정받아 벌점은 0.3점이 된다. 그러나 ‘합산’ 방식인 개정안으로 계산하면 벌점은 3점으로 산정된다. 사업장 수가 많으면 그만큼 합산 벌점이 높아질 수도 있는 구조다. 정부는 그동안 부실벌점 제도가 제구실을 못했다며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법안 개정을 추진 중이다.
 “부실시공 막고 안전 강화” vs “후분양 밀어붙이려는 꼼수”
국토부의 명분은 명확하다. 안전사고를 줄이고 부실시공을 미리 막겠다는 목적으로 개정안을 추진 중이라는 것이다. 일부 건설사들이 부실시공으로 문제를 일으켰고, 그 피해를 소비자가 감내하는 일이 이어져 해결책을 모색한 결과라는 뜻이다.

실제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대형 건설사들도 높은 벌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을 보면 상위 5개 건설사 가운데 부실 공사·용역으로 지난 2년간 부과받은 누계 평균 벌점이 가장 높은 건설사는 시공능력평가 기준 국내 1위 삼성물산(0.42점)이다. 2위 현대건설은 벌점 부과건수(14건)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한 대학의 건축학과 교수는 “수백 채의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 입장에서 한 두 채 부실·하자 문제가 나올 경우 미미한 수준이라고 변명할 수 있지만, 그 집에 들어가는 입주민 입장은 전혀 다르다”며 “사전에 문제를 방지할 수 있도록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사 입장은 다르다. 안전과 직결된 부실시공 문제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장판이나 도배 같은 하자 문제가 대부분인데 충분히 보수가 가능한 사항이라고 주장한다. 한국건설협회 관계자는 “부실시공 문제로 지적받는 기업을 제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일부 기업의 문제를 확대해 건설사 전체에 부담을 주는 정책을 내놓는 것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했다.

벌점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건설사가 가장 우려하는 일 중 하나는 아파트 선분양 제한 조치다. 벌점이 1점을 넘어가는 순간 아파트를 선분양하는데 차질이 생긴다. 건설기술진흥법을 보면 벌점 1점 이상∼3점 미만이면 건설사는 아파트 지상층의 골조공사를 3분의 1 이상 끝낸 다음에 분양할 수 있다. 3점 이상∼5점 미만은 3분의 2 이상 골조공사 완료 후, 5점 이상∼10점 미만은 전체 골조공사를 마무리한 뒤, 10점 이상이면 사용검사(준공) 이후에야 분양이 가능하다.

실제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5개사의 벌점 누계 ‘평균’을 보면 0.1~0.4점으로 선분양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합산’ 방식으로 변경해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누계평균 벌점 0.18점인 현대건설의 누적합산 벌점은 10.55점, 누계 평균 벌점 0.42점인 삼성물산의 누적합산 벌점은 6.54점이다.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의 누적합산 벌점은 각각 6.5점, 5.9점, 5.64점으로 계산된다.

이대로라면 현대건설은 아파트를 지어놓고 준공검사까지 받은 뒤에야 분양을 할 수 있다. 다른 건설사 역시 준공검사 직전 단계인 전체 골조공사를 끝낸 뒤에야 분양에 들어갈 수 있어 사실상 선분양은 포기해야 한다. 정부가 벌점제도를 이용해 후분양을 밀어붙이려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배상운 한국건설협회 부장은 “아파트 분양 방식에 논란은 있지만 선분양의 장점도 있는데 일방적으로 후분양을 밀어붙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업계의 충분한 의견을 들어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개정안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선분양은 아파트값 급등에 영향” 입장
분양사무소 현장에 방문객이 몰려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건설사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것은 분양제도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건설사는 선분양을 선호한다. 착공만 해도 아파트값의 10%를 계약금으로 받을 수 있고 공사를 하면서 중도금도 받을 수 있다. 미분양 사태만 터지지 않으면 자금 부담이 거의 없다. 소비자 입장에선 저렴하게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고, 집값이 꾸준히 오른다는 가정이 전제되면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정부 생각은 다르다. 선분양은 분양권 투기 수요로 이어질 수 있고,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한다.

정부는 후분양이 낫다고 판단한다. 소비자가 직접 집을 보고 살 수 있기 때문에 하자나 부실시공 문제를 사전에 걸러낼 수 있다고 본다. 반면 건설사 입장에선 자기 자금을 투입하거나 은행에서 자금을 빌려 공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크다. 국내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후분양할 경우 비용 문제 때문에 분양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에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손재영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소비자와 건설사가 서로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맞아떨어지면 알아서 분양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는 선분양 방식으로 아파트를 짓는 일이 많지만,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 재건축 방식으로 후분양을 선택하는 단지가 나오는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부동산 시장에서 풍선효과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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