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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 기자의 Who’s next | 박지웅 패스트파이브 의장 - 국내 1위 공유오피스] “사무실도 클라우드 서버처럼”

[김유경 기자의 Who’s next | 박지웅 패스트파이브 의장 - 국내 1위 공유오피스] “사무실도 클라우드 서버처럼”

70조 오피스 시장 진화의 시작… 빌딩 개발·관리·운영 등 파생산업에도 진출
박지웅 패스트파이브 이사회 의장은 ‘기업의 조직 운영이 탄력적으로 바뀌며 그에 맞는 사무실 공간의 변화 필요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 사진:전민규 기자
위워크는 틀렸다. 전대차 사업자임에도 감가상각이 5년에 불과한 인테리어에 과도한 비용을 쏟아 부었고, 꼬마빌딩·소호사무실 등 수많은 경쟁 상대를 간과했다. 무수한 스타트업의 등장과 사무공간의 탄력적 운영 수요 증가 등 오피스 시장의 변곡점을 잘 짚었지만, 미숙한 운영으로 미끄럼을 탔다.

가장 큰 패착은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둔 무리한 외형 확장이다. 2017~2018년 전 세계에서 공유오피스를 대거 늘리며 매출을 18억 달러(약 2조2000억원, 2018년 기준)로 끌어올렸지만, 덩달아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순손실만 16억1000만 달러(약 1조9700억원)에 달했다. 위워크의 최대 투자사 비전 펀드가 투자금 회수에 나섰기에 이런 선택은 불가피했지만, 결과적으로 상장은커녕 정상적 운영조차 힘들어진 상태다.

그러나 공유오피스 1위 사업자 위워크의 뒷걸음질로, 국내 후발주자들에게는 길이 열렸다. 위워크의 실패를 교훈 삼아 비용과 임대료 최적치 산출은 물론, 빌딩 리모델링과 부동산 개발·중개·관리 등 후속 사업으로 확장할 기회가 생겼다. 마침 공유오피스 시장도 2017년 600억원에서 2022년 7700억원 규모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공유오피스 분야에도 유니콘이 등장할까. 현재 가장 유력하게 꼽히는 기업은 패스트파이브다. 2015년 출범해 빠르게 사세를 넓히며 현재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24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패스트파이브의 강점은 최적화다. 업무·공용 공간의 효율적으로 배치해 임대료가 3.3㎡당 14만~19만원으로 저렴하고 공실률이 97% 수준으로 낮다. 위워크가 사무공간의 개방감을 높이고 가격을 비싸게 받는 것과는 다른 접근법이다. 이를 통해 건물의 수익성을 높이며 연평균 230%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기존 빌딩들의 임대관리·금융·개발 사업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미국·영국·일본 등도 저성장기로 접어들며 부동산 시행·시공이 냉각되고 임대관리 사업이 크게 흥한 바 있다. 패스트파이브는 지난해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연내 코스닥 상장도 추진한다.
 30대초 VC·스타트업 대표 올라
이에 박지웅 패스트파이브 의장을 만나 성장 전략과 계획을 들었다. 박 의장은 패스트파이브의 모기업 패스트트랙아시아의 대표를 겸하고 있다. 스타트업 대표이자 컴퍼니빌더형 벤처캐피탈리스트인 셈이다. 박 의장은 스톤브릿지벤처스 심사역 시절 티켓몬스터와 엔써즈 투자를 주도해 했으며, 기업의 내실과 실체적 효과를 중시하는 창업자로 유명하다. 박 의장은 “건물들의 요구에 맞게 패스트파이브를 만들고 있다”며 “앞으로 오피스 시장은 중개 비즈니스를 해체하며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박 의장과의 일문일답.



젊은 나이에 VC·스타트업 대표를 맡고 부담감을 느끼지 않았나.


“어려움은 크게 없고, 맡아서 업무를 잘 진행하고 있다. 심사역 시절 업무에 재미는 느꼈지만, 투자한 회사의 성공에 큰 기여를 못 한다는 데 한계를 느꼈다. 스타트업의 성공은 결국 해당 기업 임직원들의 몫이다. 심사역으로서 나는 실질 비즈니스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었고, 이런 감정이 누적돼 창업을 선택했다.”



심사역 업무도 활동적이고 역할이 크지 않나.


“프리랜서 영업직처럼 혼자 뛰며 여러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임직원들과 함께 가치를 만들거나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무대 뒤 조연 역할밖에는 안 된다. 또 스타트업을 경영하며 투자자의 가치에 회의적 생각이 들었다. 창업자들은 24시간 회사 일만 생각하지만, VC는 포트폴리오 수만큼 시간을 쪼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VC는 창업자들에게 좋은 멘토는 될 수 있지만 N 분의 1 역할은 할 수 없다.”



위워크 사태 이후 공유오피스에 대한 회의론이 커졌다.


“부동산업은 크게 사서 쪼개 파는 게 핵심이다. 사무실 전대차는 소호사무실·비즈니스 센터의 형태로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존재한 비즈니스다. 위워크는 스타벅스처럼 트렌디하고 고가 콘셉트로 접근했다. 압축 성장을 위해 큰 비용을 썼지만, 아직 회수하지 못했다. 또 북미·유럽에서는 선전하지만, 아시아에서는 로컬 기업들에 밀려 수천억 원의 적자가 났다.”



비용을 지나치게 쓴 것 아닌가.


“위워크는 지구 상 모든 기업의 임대료를 타깃으로 삼았다. 한국의 경우 임대료 시장이 2015년 기준 연 70조원에 달한다. 전체 사교육 시장이 40조~50조원, 온라인광고 시장 10조원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큰 시장이다. 성장을 위해 배팅한 것도 이해된다.”



위워크의 기업가치에 거품이 있었다고 보나.


“비상장 기업이기 때문에 470억 달러는 위워크와 소프트뱅크가 합의한 가치며, 이 가격의 적정성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위워크는 지난해 4조원, 올해 8조원 매출을 예상하는데 매출 기반 기업가치는 각각 10배, 5배다. 자본시장 호황이 이어졌다면 그 정도 기업가치는 유지됐을 것이다.”



공유오피스와 소호 오피스와의 차이점은.


“소호 오피스는 역삼동 이면도로 뒤의 5~7층짜리 빌딩 한 개층 빌려서 5인 미만 기업에 쪼개서 빌려주는 구조다. 이에 비해 공유오피스는 대로변의 큰 건물을 통으로 빌려 1인부터 200인 규모 회사에 빌려준다. 이에 그간 소호 오피스를 쓰던 30~50인 규모 기업들의 수요가 공유오피스로 이동하고 있다. 또 최근 기업들이 사무실을 클라우드 서버처럼 탄력적으로 이용하려는 경향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어 공유오피스를 많이 이용한다.”
 “민원처리 신속하고, 인테리어·공간 차별성”
박지웅 패스트파이브 이사회 의장은 연내 코스닥 상장을 시도할 계획이다. / 사진:전민규 기자


공유오피스 특유의 공간배치가 업무 효율성과 코워킹 가능성을 높여주나.


“그런 레이아웃은 먼 얘기다. 공유오피스는 다른 기업들과 한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영역을 제공하는 데에서 출발이다. 당장 협업보다는 친분을 쌓자는 정도다. 패스트파이브가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할 때 입주해 있던 VC로부터 투자를 받은 정도 사례가 있다. 인테리어가 주는 가치도 창의성보다는 공용 공간의 유틸라이제이션 측면이 크다.”

SK 등 대기업들도 사옥을 고정된 자리가 없는 형태로 꾸미듯 공유오피스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사무실은 기업인들의 소속감과 자기가치를 높여주는 공간에서 단지 인프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쓴 만큼 돈을 내고, 기업 요구에 맞춰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위워크·스파크플러스 등 경쟁사들과의 차별성은.


“위워크는 외국식 문화가 있어서 인터넷 고장 등 민원 처리가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 패스트파이브는 커뮤니티 매니저가 신속하게 처리한다. 인테리어 등 사용자들의 눈에 보이는 것은 비슷한 수준일 거다. 스파크플러스와는 체급과 인테리어 측면에서 꽤 차이가 있다.”



빌딩 개발 등 파생 사업을 펼칠 계획인가.


“2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건물을 통으로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곳들을 운영 대행해준다. 건물주가 공유오피스를 만들고 싶다고 하면, 인테리어와 운영·관리를 도와주고 수익을 나눈다. 건물은 주택보다 리모델링 공사가 쉽고 심플하다. 브랜드 오피스로서 건물주가 원하는 곳에 패스트파이브를 만드는 형태다. 대부분 건물주는 공유오피스라는 업태를 알고 있고, 먼저 연락을 주는 경우도 많다. 궁극적으로 중개를 없애는 쪽에 가깝다.”



어느 지역 인기가 가장 좋나.


“서울 서초역~삼성역 구간이 전체의 60~70%를 차지한다. 홍대입구와 중구·을지로, 성수 등 세 거점에 각각 10%씩 배치할 계획이다. 분당·판교는 내년 이후 진행할 예정이며, 여의도 지역 사업성은 여름 이후 사업 성과를 보고 결정할 예정이다.”



오피스 시장 경기는 어떤가.


“오피스 경기는 꾸준히 비슷하다. 패스트파이브 문을 처음 열 때 테헤란로 오피스 공실률이 10% 정도였고, 현재도 비슷한 수준이다.”



공유오피스에 적용되는 신기술이 있나.


“동선과 히트맵(공간의 열분포를 표현하는 그래픽)이다. 회의실에 와이파이 센서를 부착해 회의실 규모보다 적은 인원이 쓰는 것 아닌지 체크해 비효율을 제거하고 있다. 또 임직원들의 동선을 파악해 공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영업직은 고정 데스크보다는 오픈 데스크로 유도하고 있다. 이 기술을 현재 2~3개 점에 탑재해 데이터를 수집 중이며 200인 이상 기업 컨설팅 용도로 쓰고 있다.”



공유주방·코리빙·디자인오피스 등 신사업 진출 계획은.


“특정 산업보다는 대중 시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로써는 일반 수요가 많고 대부분 만족하고 있어 비즈니스 수직 확장은 조금 시간이 지난 뒤 할 것이다. 코리빙의 경우 초혼 시기가 지연되고, 고급 주거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시장이 커질 것이다.”
 “오피스 시장 장악 뒤 코리빙·공유주방로 수직 확장”
박 의장은 해외진출 계획에 대해서는 “지난해까지는 고민했는데, 근미래에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위워크 사태 후로 전 세계적으로 공유오피스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거라서다. 다만 중장기적으론 구조조정 과정에서 살아남는 해외의 건실한 회사를 인수해 해외 시장에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상장 추진은 잘 진행되고 있나.


“코스닥 특례 상장을 준비 중이다. 매출이 충분하고 흑자 전환이 얼마 남지 않은 회사들이 이용하는 트랙이다. 상장사의 펀드 만기 등으로 상장하는 것은 아니다. 증시가 저점일 때, 패스트파이브의 가치가 더욱 커지기 전에 상장해야 많은 투자자가 이익을 나눌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올 상반기 중에 여러 밑 작업을 마치고, 연내 상장을 시도할 계획이다.”



창업자이자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10년 뒤 미래상이 있나.


“10년 단위로 생각은 잘 안 하지만, 중요한 흐름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자금이 풍부해져 우버·위워크처럼 실물을 건드리는 기업들이 등장했고, 투자도 과감해졌다. 인력과 PC만으로 창업하려던 창업자들의 혁신 범위도 커졌다. 나 스스로는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다. 단일 비즈니스 구조가 아닌 2~3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성공시키고 싶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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