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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한가위’ 11인의 시선 | 장근영-코로나블루] 20~30대 서비스직 여성에 실제 존재하는 우울증

[‘코로나19 시대 한가위’ 11인의 시선 | 장근영-코로나블루] 20~30대 서비스직 여성에 실제 존재하는 우울증

올 추석은 ‘대규모 이동 자제’ ‘근원적인 유대감 존재’ 두 힘의 대결 무대
“옛날 사람들은 생일날 케이크 위 촛불을 입김으로 훅 불어서 끄고 그 케이크를 모두 나눠먹었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대?”

얼마 전 소셜네트워크에서 본 농담이다. 나는 요즘 코로나 발병 이전에 제작한 영화들을 보면서 묘한 이질감을 느낀다. “저들은 왜 마스크를 안 하고 있지?” 반면에 모래사막이 배경이라 인물들이 모두 마스크를 장착하고 등장하는 SF영화 [듄]의 예고편은 이상하게 반갑다. 프랭크 허버트가 1960년대에 묘사했던 세상이 이제 도래한 것일까. 정말로 코로나 이후 세대의 생일파티에서 소원 빌고 촛불 끄기나 케이크 나눠먹기가 사라질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촛불 끄기가 더 대단한 의미를 가질지도 모른다. 인간은 언제나 예상을 벗어나곤 했으니까.
 20~30대 여성의 자살 시도율 전년대비 2배 늘어
코로나 대유행은 예전에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을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만든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일상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한다. 전염병이 우리의 일상을 파괴하는 이유는 바이러스가 새로운 숙주를 찾기 위해 인간의 사회적 본성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나서 마주보고 호흡을 교류하는 과정이 바이러스에게는 최적의 확산 기회다. 그래서 사회성이 높은 인간일수록 전염력도 크다. 코로나 시국 초기에 보건당국에 의해 발표된 확진자들의 동선 중에는 정말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이들을 만난 사례들이 보였다. 하지만 사실관계는 거꾸로다. 언제나 전염병은 사회성이 높거나 사회적 활동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제일 감염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예전부터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부터 돌림병이 옮는다’는 징크스가 있었다. 사랑하는 아이일수록 그 부모는 외출에서 돌아오자마자 길거리의 세균으로 오염된 손을 씻지도 않고 반갑게 안아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 소중한 사람일수록 그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이 최소한 나로부터의 감염을 차단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사회적 본성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바이러스 때문에 가장 인간적인 요소인 사회성을 이렇게 까지 양보해야 할까?

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교묘한 속성이 딜레마를 더 키운다. 작금의 사태와 함께 뒤늦게 주목받은 소더버그 감독의 영화 <컨테이젼> 은 팬데믹의 시작부터 전개 과정을 너무나 정확하게 묘사해서 21세기 예언서 대우를 받는다. 그런데 여기 등장하는 전염병과 현실의 코로나19 사이에는 아주 중요한 차이가 있다. 코로나19는 치사율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컨테이젼> 에 등장하는 질병의 사망률은 25% 정도다. 하지만 한국에서 코로나19의 사망률은 2.5% 정도다. 물론 80세 이상에서는 20%를 넘지만, 20대 이하의 사망률은 제로다. 현재 방역체계에 잡히지 않은 무증상 감염자들을 고려하면 사망률은 그보다 더 낮을 수도 있다.

이것이 이 바이러스의 함정이다. 이렇게 치사율이 낮기 때문에 더 쉽게 전염이 되고, 그래서 감염자가 어느 수준 이상 늘어나면 의료시스템이 무너지면서 걷잡을 수 없어진다. 전체 그림을 보지 않고 눈앞의 상황만 봐서는 코로나19가 심각한 질병이라는 사실이 실감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피부에 와 닫는 건 외출 못하고, 카페 못가고, 맘 편히 놀지도 못하고, 가게 문 닫고, 일자리 잃는 현실들이다. 게다가 한국은 코로나19 통제를 하는 국가다. 사망률이 낮은 것도 사실 그 때문이다. 팬데믹 초기에 중국과 이탈리아 같은 곳에서 감염자의 폭증을 감당하지 못한 병원 의료진까지 연달아 감염되어 죽어가던 모습이 벌써 반년 전이다.

2020년을 규정하는 증후군을 하나 고르라면 코로나 블루(Corona Blue)일 것이다. 코로나 시국과 함께 일상 속에 당연히 여기던 사회적 경로들이 차단되면서 발병한 우울 증세를 말한다. 한 정신건강학회가 올해 3월과 5월 두 차례 진행한 ‘코로나19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 전체의 우울감이 작년보다 14% 포인트 이상 급증했다, 특히 30대 여성의 우울감 증가가 가장 높았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국에서 20~30대 여성그룹의 자살 시도율이 전년 대비 2배 정도 늘었다. 코로나로 대면서비스 업종이 가장 많이 타격받았는데 그 업종 종사자 중에 젊은 여성들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게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블루도 무관하지 않다. 연극이나 연주회 같은 공연의 주요 소비자들이 여성이다. 그런데 지금 거의 모든 공연은 중단된 상태다. 카페나 음식점 등에서 함께 모여서 스트레스 푸는 경로도 힘들어진다. 게다가 여성은 코로나로 인한 위험성을 가장 크게 느끼는 그룹이기도 하다. 자신만이 아니라 누군가를 보살펴야 하는 사람일수록 감염의 두려움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자녀를 가진 여성은 아이 걱정과 등교 중단으로 인한 육아부담까지 커지니 더욱 궁지에 몰린 상태일 것이다.
 얼마큼 값어치가 있으며,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그렇다면 코로나 시대의 추석은 어떻게 달라질까? 이번 추석은 두 힘의 대결이다. 하나는 코로나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서 대규모 원거리 이동을 기피해야 한다는 방역의 논리다. 게다가 그 논리의 대상이 대부분 연로하신 부모와 자녀들의 관계다. 무시할 수 없는 위험이다. 자신의 감염위험은 감수할 수 있어도, 자신이 부모나 가족을 감염시킬 가능성도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른 힘도 역시 코로나에서 시작된다. 인간은 결국 얼굴을 마주하고 피부를 접촉하면서 연대를 확인하는 동물이다. 인간 사이의 스킨십과 면대면 공감의 경험은 원시적이고 근원적인 유대감을 만든다. 그것이 우리 삶의 에너지가 되고, 기쁨과 행복의 기반이 된다. 그 근원적인 유대감을 재확인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 버텨내기 위함이다. 더구나 인간은 불안하고 걱정이 많아질 때 더욱 유대감을 필요로 한다.

한쪽은 만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쪽은 이럴수록 더 만나고 싶다고 말한다.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까? 나도 대답을 할 수 없다. 각자가 결정할 일이다. 다만 결정하기 전에 각각의 선택지가 얼마큼의 값어치를 가지고 있는지를 깊이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어쩌면 그 결과를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필자는 심리학 박사이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다. 연세대에서 발달심리학으로 석사를, 온라인게임 유저 한·일 비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험인간], [심리학오디세이], [팝콘심리학], [무심한 고양이와 소심한 심리학자] 등을 썼고 [심리원리], [시간의 심리학], [인간 그 속기 쉬운 동물]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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