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가 e커머스에 부진한 진짜 이유] ‘오프라인 DNA’ ‘성공의 덫’ 빠져 변화 대응 못해
[롯데·신세계가 e커머스에 부진한 진짜 이유] ‘오프라인 DNA’ ‘성공의 덫’ 빠져 변화 대응 못해
온라인마켓 급성장에 카카오·아마존도 진입… 조직구조·마케팅 전략 전면 개편해야 “앞으로 신세계그룹의 성장은 온라인 신설법인이 이끌 것이다.”
2018년 10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온라인 사업의 새로운 비전을 밝혔다. 이마트·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사업부를 통합해 쿠팡 등 e커머스 강자들과 한판 대결을 벌이겠다는 것이었다. 정 부회장은 같은 해 ‘SSG.COM(쓱닷컴)’을 출범시키고 새로운 전장에 뛰어들었다. 이를 위해 홍콩계 사모펀드(PEF)인 어피니티와 BRV로부터 1조원의 투자금을 조달하고, 공격적 마케팅에 나섰다.
롯데그룹도 신동빈 회장 주도로 올해 4월말 7개 유통 계열사를 통합한 e커머스 브랜드 ‘롯데온’을 선보였다. 2023년 거래액 20조원, 업계 1위를 달성하겠단 비전도 선포했다. 국내 최대 유통기업으로서 온라인 분야에서도 1위를 지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SSG닷컴과 롯데온 모두 뾰족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부진에서 허덕이고 있다. 매출 확대는 물론 사용자 확보에도 애를 먹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 조사에 따르면 9월 월간 실사용자수(MAU)는 SSG닷컴 138만명(이마트 포함시 390만명), 롯데온 86만명이다. 같은 기간 MAU에서 쿠팡이 1991만명, 11번가가 865만명인 것에 비하면 초라한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e커머스 분야가 크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SSG닷컴과 롯데온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SSG닷컴은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롯데온은 실적조차 공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들이 고전하는 이유는 새로운 시장 환경이 펼쳐졌음에도 과거 문법대로 적응하려고 해서다. 기존 유통기업들의 핵심역량은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제품의 조달 및 물류 능력이다. 좋은 입지에 백화점·대형마트 등을 건설하고 입점 업체들로부터 받는 수수료와 제품 판매 대금으로 수익을 올렸다. TV홈쇼핑 채널도 손에 쥐며 모든 제품과 소비자가 만나는 통로를 장악했다. 이 때문에 유통기업들로선 e커머스 시장은 계륵과도 같은 존재였다. 온라인은 입점사로부터 거둘 수 있는 수수료가 적기 때문에, 이 분야의 판매량이 증가하면 오프라인 매장과 TV홈쇼핑 등 자사의 핵심 수익원이 손상을 입는다. 기존 판매채널의 영향력이 감소하면 제조사들의 입점 수요는 자연히 감소한다.
오프라인 매장 입점 수요가 감소하면 해당 건물은 부동산 가치가, TV홈쇼핑은 채널 사업권의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온라인몰 확대가 자칫 현금 창출 능력과 자산가치 모두를 떨어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리츠(REITs: 부동산투자회사) 상품 등을 이용해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하려면 기존 자산의 가치가 하락해서는 안 된다.
유통 대기업들로선 온라인 시장의 성장이 썩 달가운 일은 아니었던 셈이다. 이에 온라인몰은 백화점·마트·아울렛과 같은 오프라인 판매 채널 아래에 두고 재고 소진 등의 창구로 활용했다. GS처럼 오프라인 판매망에 집중하지 않았던 기업들은 그나마 성공적으로 온라인화에 성공했다.
이런 가운데 e커머스 시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고, 물류망이 발달하며 e커머스 기업의 취급 품목이 신선식품으로 넓어졌다. 기존 유통 기업들의 영역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유통시장에서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 비중은 46.4%에 달했다. 전년 동기 40.9%에 비해 5.5%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 조사에 따르면 쿠팡의 올 상반기 결제금액은 9조92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급증했다. 쿠팡이 시장을 장악하는 속도가 시장의 성장 속도보다도 빠른 셈이다.
특히 e커머스 분야에서 날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네이버는 연간 거래액 2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MAU 4500만 명을 확보한 카카오도 정기배송 서비스를 내놓기로 하며, e커머스와 라스트마일 서비스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이에 비해 2016년 23조원에 육박하던 롯데쇼핑 매출은 지난해 17조6220억원으로 감소했다. 올 상반기는 8조1226억원으로 하락했다. 신세계 매출 역시 지난해 6조3942억원에서 올해 5조원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유통 대기업들의 실적은 하락추세라 극적인 반등은 어려울 전망이다. 제대로 된 물류망을 갖추지 못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도전에 막강한 조달·배송 능력을 갖춘 정통 유통 공룡들은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이다. ICT 기업들의 강점은 사용자들의 높은 접근성과 재방문을 유도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라이브커머스·최저가검색·정기배송 등 고객의 자발적 재방문을 유도하는 콘텐트로 사용자를 늘려가고 있다. 물리적 공간에 의지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고, 다른 구매자들의 리뷰를 통해 상품의 장단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또 폭넓은 파트너사들과 제휴를 통해 할인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고객군을 확대하는 전략도 효과를 발휘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좋은 목의 선점 경쟁을 벌인 것이다.
그런데도 유통 공룡들은 자사몰에 자사 제품만 판매하거나 특정 상품의 독점 공급, 대규모 할인행사 등 기존 경쟁 방식으로 e커머스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이미 고액의 입점 수수료를 내고 백화점·대형마트에 입점한 업체들과의 형평성 문제로 온라인몰에선 자사 제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개방형 생태계를 꾸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SSG닷컴의 경우 이마트·신세계백화점의 상품 및 직매입 상품을 중심으로 현재 1000만여 개의 상품을 취급한다. 이에 비해 쿠팡의 취급 상품은 2억~3억개, 지마켓은 1억개에 달한다. 롯데온도 오픈마켓을 병행하며 상품 수를 7500만 개로 늘렸지만, 제품의 다양성 측면에서 한발 뒤졌다.
단지 자사 계열사의 온라인몰을 한데 모아 운영하는 것도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 되레 각사의 재고량과 물류 차이 때문에 혼선을 빚기도 한다. 롯데온의 경우 온라인몰 운영의 경험 부족 때문에 수시로 접속 오류가 발생하는 등 소비자들의 실망감도 크다.
이런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지만, 이 역시 단기 매출에만 영향을 줄 뿐, 사용자 확보 및 결속을 위한 근본적 대안은 못 되는 상황이다. 이미 산업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음에도 구조적 변화를 시도하기보다 단편적이고 미숙한 대응에 머무는 셈이다.
제임스 마치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업들이 자신의 강점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지 못해 ‘성공의 덫(success trap)’에 빠진다고 지적했는데, 국내 유통 대기업들도 이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e커머스 기업들은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쿠팡페이 등 금융서비스를 접목해 소비자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페이 생태계를 확장함으로써 상품 결제를 넘어 금융·광고비 지출 등 영역을 넘볼 수 있다. 이런 지급결제 서비스는 롯데·신세계 등도 신용카드·상품권 등을 통해 넘본 바 있다. 대형 유통회사들이 2000년대 꿈꾸던 생태계를 신생 ICT 기업들이 실현하고 있다.
이런 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벌어질 수 있다. ICT 기업들은 서비스 개선과 초개인화를 위해 사용자 정보, 결제 정보 등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해 상품 추천 및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후발주자인 기존 유통 대기업들은 데이터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회원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많은 할인 혜택을 제공하지만, 가입 절차가 번거로워 ICT 기업들보다 더 많은 마케팅 비용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기존 유통회사들이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면 조직 구조와 마케팅 채널, 물류 체계 등 전면적 변화는 물론 전방위적 파트너십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e커머스 기업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은 사용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장기적 결제를 유지하는 데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사용한다”며 “제품 정보의 전달과 판매 방식, 물류 체계 등에 있어 기존 유통 기업과는 접근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이 최근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한 아마존의 파트너사로 나선 것도 이런 성공의 덫을 피하는 한편, ICT 영역으로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서다.
한편 초기 빠른 성장을 위해 어피니티·BRV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SSG닷컴은 해외투자 유치가 자충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SSG닷컴과 재무적투자자(FI)들 간에 계약 내용은 밝혀진 바 없지만, PEF 등은 통상 투자 시 이익 확보와 손실 회피를 위해 5~7년 후 상장을 전제하거나 풋옵션을 설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SSG닷컴이 현재 상태로 e커머스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지 못하면 FI들과의 불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어피니티컨소시엄은 2012년 교보생명에 투자하며 기업공개(IPO)와 풋옵션을 단서로 달았다. 그러나 교보생명이 두 차례 상장에 실패하자 어피니티는 풋옵션 행사 의사를 밝혔고, 교보생명은 어피티니와 회계법인이 짜고 풋옵션 행사가를 부풀려 산정했다며 불응해 양측은 소송전에 돌입했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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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온라인 사업의 새로운 비전을 밝혔다. 이마트·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사업부를 통합해 쿠팡 등 e커머스 강자들과 한판 대결을 벌이겠다는 것이었다. 정 부회장은 같은 해 ‘SSG.COM(쓱닷컴)’을 출범시키고 새로운 전장에 뛰어들었다. 이를 위해 홍콩계 사모펀드(PEF)인 어피니티와 BRV로부터 1조원의 투자금을 조달하고, 공격적 마케팅에 나섰다.
롯데그룹도 신동빈 회장 주도로 올해 4월말 7개 유통 계열사를 통합한 e커머스 브랜드 ‘롯데온’을 선보였다. 2023년 거래액 20조원, 업계 1위를 달성하겠단 비전도 선포했다. 국내 최대 유통기업으로서 온라인 분야에서도 1위를 지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SSG닷컴과 롯데온 모두 뾰족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부진에서 허덕이고 있다. 매출 확대는 물론 사용자 확보에도 애를 먹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 조사에 따르면 9월 월간 실사용자수(MAU)는 SSG닷컴 138만명(이마트 포함시 390만명), 롯데온 86만명이다. 같은 기간 MAU에서 쿠팡이 1991만명, 11번가가 865만명인 것에 비하면 초라한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e커머스 분야가 크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SSG닷컴과 롯데온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SSG닷컴은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롯데온은 실적조차 공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들이 고전하는 이유는 새로운 시장 환경이 펼쳐졌음에도 과거 문법대로 적응하려고 해서다. 기존 유통기업들의 핵심역량은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제품의 조달 및 물류 능력이다. 좋은 입지에 백화점·대형마트 등을 건설하고 입점 업체들로부터 받는 수수료와 제품 판매 대금으로 수익을 올렸다. TV홈쇼핑 채널도 손에 쥐며 모든 제품과 소비자가 만나는 통로를 장악했다.
‘핵심역량 해칠라’ e커머스 계륵 취급
오프라인 매장 입점 수요가 감소하면 해당 건물은 부동산 가치가, TV홈쇼핑은 채널 사업권의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온라인몰 확대가 자칫 현금 창출 능력과 자산가치 모두를 떨어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리츠(REITs: 부동산투자회사) 상품 등을 이용해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하려면 기존 자산의 가치가 하락해서는 안 된다.
유통 대기업들로선 온라인 시장의 성장이 썩 달가운 일은 아니었던 셈이다. 이에 온라인몰은 백화점·마트·아울렛과 같은 오프라인 판매 채널 아래에 두고 재고 소진 등의 창구로 활용했다. GS처럼 오프라인 판매망에 집중하지 않았던 기업들은 그나마 성공적으로 온라인화에 성공했다.
이런 가운데 e커머스 시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고, 물류망이 발달하며 e커머스 기업의 취급 품목이 신선식품으로 넓어졌다. 기존 유통 기업들의 영역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유통시장에서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 비중은 46.4%에 달했다. 전년 동기 40.9%에 비해 5.5%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 조사에 따르면 쿠팡의 올 상반기 결제금액은 9조92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급증했다. 쿠팡이 시장을 장악하는 속도가 시장의 성장 속도보다도 빠른 셈이다.
특히 e커머스 분야에서 날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네이버는 연간 거래액 2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MAU 4500만 명을 확보한 카카오도 정기배송 서비스를 내놓기로 하며, e커머스와 라스트마일 서비스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이에 비해 2016년 23조원에 육박하던 롯데쇼핑 매출은 지난해 17조6220억원으로 감소했다. 올 상반기는 8조1226억원으로 하락했다. 신세계 매출 역시 지난해 6조3942억원에서 올해 5조원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유통 대기업들의 실적은 하락추세라 극적인 반등은 어려울 전망이다. 제대로 된 물류망을 갖추지 못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도전에 막강한 조달·배송 능력을 갖춘 정통 유통 공룡들은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이다.
기존 경쟁 방식으로 e커머스에 접근
그런데도 유통 공룡들은 자사몰에 자사 제품만 판매하거나 특정 상품의 독점 공급, 대규모 할인행사 등 기존 경쟁 방식으로 e커머스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이미 고액의 입점 수수료를 내고 백화점·대형마트에 입점한 업체들과의 형평성 문제로 온라인몰에선 자사 제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개방형 생태계를 꾸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SSG닷컴의 경우 이마트·신세계백화점의 상품 및 직매입 상품을 중심으로 현재 1000만여 개의 상품을 취급한다. 이에 비해 쿠팡의 취급 상품은 2억~3억개, 지마켓은 1억개에 달한다. 롯데온도 오픈마켓을 병행하며 상품 수를 7500만 개로 늘렸지만, 제품의 다양성 측면에서 한발 뒤졌다.
단지 자사 계열사의 온라인몰을 한데 모아 운영하는 것도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 되레 각사의 재고량과 물류 차이 때문에 혼선을 빚기도 한다. 롯데온의 경우 온라인몰 운영의 경험 부족 때문에 수시로 접속 오류가 발생하는 등 소비자들의 실망감도 크다.
이런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지만, 이 역시 단기 매출에만 영향을 줄 뿐, 사용자 확보 및 결속을 위한 근본적 대안은 못 되는 상황이다. 이미 산업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음에도 구조적 변화를 시도하기보다 단편적이고 미숙한 대응에 머무는 셈이다.
제임스 마치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업들이 자신의 강점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지 못해 ‘성공의 덫(success trap)’에 빠진다고 지적했는데, 국내 유통 대기업들도 이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e커머스 기업들은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쿠팡페이 등 금융서비스를 접목해 소비자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페이 생태계를 확장함으로써 상품 결제를 넘어 금융·광고비 지출 등 영역을 넘볼 수 있다. 이런 지급결제 서비스는 롯데·신세계 등도 신용카드·상품권 등을 통해 넘본 바 있다. 대형 유통회사들이 2000년대 꿈꾸던 생태계를 신생 ICT 기업들이 실현하고 있다.
이런 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벌어질 수 있다. ICT 기업들은 서비스 개선과 초개인화를 위해 사용자 정보, 결제 정보 등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해 상품 추천 및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후발주자인 기존 유통 대기업들은 데이터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회원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많은 할인 혜택을 제공하지만, 가입 절차가 번거로워 ICT 기업들보다 더 많은 마케팅 비용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기존 유통회사들이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면 조직 구조와 마케팅 채널, 물류 체계 등 전면적 변화는 물론 전방위적 파트너십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커머스 기업, 금융·빅데이터로 경쟁력 강화
한편 초기 빠른 성장을 위해 어피니티·BRV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SSG닷컴은 해외투자 유치가 자충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SSG닷컴과 재무적투자자(FI)들 간에 계약 내용은 밝혀진 바 없지만, PEF 등은 통상 투자 시 이익 확보와 손실 회피를 위해 5~7년 후 상장을 전제하거나 풋옵션을 설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SSG닷컴이 현재 상태로 e커머스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지 못하면 FI들과의 불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어피니티컨소시엄은 2012년 교보생명에 투자하며 기업공개(IPO)와 풋옵션을 단서로 달았다. 그러나 교보생명이 두 차례 상장에 실패하자 어피니티는 풋옵션 행사 의사를 밝혔고, 교보생명은 어피티니와 회계법인이 짜고 풋옵션 행사가를 부풀려 산정했다며 불응해 양측은 소송전에 돌입했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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