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다이내믹스’ 품은 현대차의 로보틱스 드라이브] 상용화 나서는 최고 기술업체 인수, 자율주행·UAM 시너지 기대
[‘보스턴다이내믹스’ 품은 현대차의 로보틱스 드라이브] 상용화 나서는 최고 기술업체 인수, 자율주행·UAM 시너지 기대
개인 돈 투자한 정의선의 자신감… 지배력 강화 ‘총알 확보’로 이어질까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를 결정하며 평가한 기업가치는 1조2000억원에 달한다. 1997년 기아자동차 인수와 비견될 만큼 큰 딜이다. 그만큼 현대차그룹의 ‘미래’에 있어 중요한 딜이란 이야기다. 매출이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한 기술기업 인수합병(M&A)으로는 전 세계에서도 역사에 남을만한 규모다.
현대차그룹의 빅딜이 낳을 결과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투자 규모가 큰 만큼 우려 시선도 나오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미래 사업에 대한 철저한 구상에 따른 결정이라고 평가한다.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그룹 미래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UAM(도심항공모빌리티),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며 “그 안에서 서비스를 주로 하는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딜은 미래사업의 20%를 차지할 ‘로보틱스’ 분야의 동력을 마련했다는 첫 번째 의미가 있다. 정 회장은 그 후 약 1년이 지나 자타공인 글로벌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기업을 품에 안았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그간 유튜브를 통해 압도적인 기술력을 선보였고,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졌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선보인 로봇들은 산업계 기술의 최고 정점으로 칭송받아왔다.
이 회사를 품은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로봇 시장을 장밋빛으로 바라본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2017년 245억 달러 수준의 글로벌 로봇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 22%를 기록해 올해 444억 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급변하는 경제·사회적 흐름에 따라 올해부터 성장폭이 한층 가팔라져 2025년까지 연평균 32%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5년에는 1772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 된다는 얘기다.
물론 로보틱스 사업에서 5년 안에 유의미한 이익을 남긴다는 단기적인 그림은 아니다. 현대차는 최근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로보틱스 분야에 있어 2025년까지를 ‘투자 확대를 통한 사업기반 구축’ 시기로 잡았다. 수익성 확보는 2025년 이후가 된다는 얘기다.
이 계획과 현대차그룹의 로봇산업 전망을 살펴보면 로보틱스를 통해 집중할 게 어느 곳인지 나타난다. 현대차는 올해 444억 달러 규모의 로봇 시장 중 72.3%(321억 달러)가 ‘제조로봇’과 ‘물류로봇’에 집중돼 있다고 봤다. 서비스로봇 비중은 27.7%(123억 달러) 수준에 머물었다. 하지만 2025년엔 전체 시장의 46%(805억 달러)가 서비스로봇에 집중될 것이란 게 현대차의 전망이다. 이는 결국 ‘서비스 회사로 변모한다’는 현대차그룹의 방향성과 일치한다.
중장기적인 계획이기 때문에 이번 인수의 효과에 대한 우려의 눈초리도 있다. 우선 보스턴다이내믹스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의심이다. 이 회사가 그동안 선보인 눈부신 퍼포먼스들이 어떤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사실상 매출 제로 상태로 막대한 자금을 소요하며 운영돼왔다. 지난해 매출액은 30억원, 당기순손실은 1121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3분기까지는 누적 매출액 91억원, 당기순손실 65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로봇이 보인 퍼포먼스는 놀라웠지만 운행가능한 시간은 극도로 짧았고, 가격은 비쌌기 때문에 상용화는 먼 일로 여겨진다. 여기에 이 회사가 구글과 소프트뱅크를 거쳐 온 회사란 점은 의구심을 더 키웠다.
하지만 이런 시선에 대해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김민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구글이나 소프트뱅크에 비해 제조·물류 비중이 높기 때문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활용도가 앞선 두 업체에 비해 높을 것”이라고 봤다.
특히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이제 상용화 단계에 집중하고 있다. 마이클 패트릭 페리 보스턴다이내믹스 사업개발담당 부사장은 미국 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가 발행하는 전문매체 IEEE 스펙트럼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2018년 이후 우리는 상업적인 조직으로 전환했다”며 ‘상업화’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최근 이 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로봇들을 보면 이런 흐름이 명확하게 나타난다.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의 극치를 보여줬던 아틀라스와 달리 이 회사의 최근 포트폴리오 ‘픽(Pick)’과 ‘핸들(Handle)’은 명확한 목표를 가진 특화 로봇이다. 지난해 선보인 픽은 물건을 집고 옮길 수 있는 물류용 로봇이며, 핸들 역시 바퀴가 달려 직접 물건을 들고 목적지까지 자율적으로 이동하는 기능에 특화돼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그간 개발한 기술력을 실제 산업현장에 적용하는데 나서기 시작했단 얘기다.
‘상용화’를 겨냥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입장에서도 세계 굴지의 완성차 회사인 현대차그룹의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대차는 완성차업계 중에서도 대량 생산과 비용 효율화 측면에선 최정상의 능력을 가졌다. 페리 부사장은 “제조·건설·물류 등 우리가 목표로 하는 많은 산업을 이해하는 파트너와 결합하면 우리의 제품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로봇 양산을 시작함에 따라 현대차의 제조에 대한 전문지식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작업이나 조작을 자동적으로 하는 기계 장치’를 뜻한다. 자율주행차는 기본적으로 ‘로봇’에 가깝다. 이런 관점에서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은 뚜렷해진다.
두 번째 효과는 미래사업의 80%인 자율주행, UAM 사업의 고도화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보유한 핵심 기술들을 따져보면 크게 ▶센싱(인지) ▶제어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으로 나눌 수 있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다른 미래사업 포트폴리오 ‘자율주행차’와 ‘UAM’에도 해당된다. 모두 환경의 변화를 정확히 인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이에 따른 정밀한 구동으로 대응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해 각 분야에서 기술적 진보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체계적인 로봇 연구 시스템, 로봇 분야의 세계적인 우수 개발 인력 및 노하우 등이 현대차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사업 역량과 결합해 시너지가 극대화되고, 첨단 기술 선도 업체로의 브랜드 이미지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배경이다.
물론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얼마나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느냐에 따라 시너지 효과에는 큰 차이가 생길 수 있다. 폐쇄적인 것으로 알려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문화는 현대차그룹이 기술에 대해 얼마나 접근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기 어렵게 한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술기업의 특성상 핵심인력들의 잔류가 필수이기 때문에 인수 후 통합 과정(PMI)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뒤에도 독자적인 경영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외신 인터뷰를 통해 나타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반응은 기대를 갖게 만든다. 페리 부사장은 “(현대차그룹은) 우리와 함께 다양한 방향성을 공유하는 똑똑하고 재능 있는 로보틱스 팀을 가지고 있다”며 “자율 주행과 관련된 많은 것들이 스팟과 핸들의 자동화와 관련된 DNA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시너지는 비단 미래사업 영역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송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는 인지·판단·제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현대차·현대모비스에 긍정적이며, 현대글로비스에는 단기적으로 빠른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딜에서 10%의 인수자금을 낸 물류회사 현대글로비스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로 ‘물류 자동화’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게 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앞서 지난 8월 국내 로봇업체 트위니와 MOU를 체결하는 등 물류 자동화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정의선 회장의 개인 자금이 투입됐다는 점에서다. 정 회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에 자신의 사재 2400억원을 투입, 지분 20%를 가졌다. 업계에선 정 회장의 지분 매수가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평가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성공한다면 정 회장은 자신의 경영능력을 입증함과 동시에 안정적인 회사 지배력을 갖출 ‘총알’을 확보하게 된다.
일각에선 정 회장의 지분투자가 공정거래법상 ‘사업기회 유용’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경제개혁연대는 “계열회사가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지분 80% 전부를 인수하지 않고, 그 일부를 정의선 회장 개인이 인수하도록 한 것은 해당 회사 및 현대자동차그룹의 사업기회를 유용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며 이런 선택의 이유와 의사결정 과정의 적법성에 대해 질의했다. 정 회장이 투자한 지분을 계열사들이 사들였다면 미래에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지 않겠냐는 가정에서의 주장이다.
다만 업계에선 이번 인수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계약 완료 후에도 20%의 지분을 갖게 되며, 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를 현대차그룹에 되팔 수 있는 ‘풋 옵션’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풋 옵션이 존재한다는 것은 소프트뱅크는 남은 지분까지 팔기를 원했다는 것이며, 이는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60%의 지분만을 원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결국 정 회장의 투자가 그룹 계열사의 추가 투자 여력을 봉쇄했다는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 셈이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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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빅딜이 낳을 결과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투자 규모가 큰 만큼 우려 시선도 나오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미래 사업에 대한 철저한 구상에 따른 결정이라고 평가한다.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그룹 미래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UAM(도심항공모빌리티),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며 “그 안에서 서비스를 주로 하는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딜은 미래사업의 20%를 차지할 ‘로보틱스’ 분야의 동력을 마련했다는 첫 번째 의미가 있다.
단숨에 ‘로보틱스’ 글로벌 키플레이어 등극
이 회사를 품은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로봇 시장을 장밋빛으로 바라본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2017년 245억 달러 수준의 글로벌 로봇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 22%를 기록해 올해 444억 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급변하는 경제·사회적 흐름에 따라 올해부터 성장폭이 한층 가팔라져 2025년까지 연평균 32%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5년에는 1772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 된다는 얘기다.
물론 로보틱스 사업에서 5년 안에 유의미한 이익을 남긴다는 단기적인 그림은 아니다. 현대차는 최근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로보틱스 분야에 있어 2025년까지를 ‘투자 확대를 통한 사업기반 구축’ 시기로 잡았다. 수익성 확보는 2025년 이후가 된다는 얘기다.
이 계획과 현대차그룹의 로봇산업 전망을 살펴보면 로보틱스를 통해 집중할 게 어느 곳인지 나타난다. 현대차는 올해 444억 달러 규모의 로봇 시장 중 72.3%(321억 달러)가 ‘제조로봇’과 ‘물류로봇’에 집중돼 있다고 봤다. 서비스로봇 비중은 27.7%(123억 달러) 수준에 머물었다. 하지만 2025년엔 전체 시장의 46%(805억 달러)가 서비스로봇에 집중될 것이란 게 현대차의 전망이다. 이는 결국 ‘서비스 회사로 변모한다’는 현대차그룹의 방향성과 일치한다.
중장기적인 계획이기 때문에 이번 인수의 효과에 대한 우려의 눈초리도 있다. 우선 보스턴다이내믹스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의심이다. 이 회사가 그동안 선보인 눈부신 퍼포먼스들이 어떤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사실상 매출 제로 상태로 막대한 자금을 소요하며 운영돼왔다. 지난해 매출액은 30억원, 당기순손실은 1121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3분기까지는 누적 매출액 91억원, 당기순손실 65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로봇이 보인 퍼포먼스는 놀라웠지만 운행가능한 시간은 극도로 짧았고, 가격은 비쌌기 때문에 상용화는 먼 일로 여겨진다. 여기에 이 회사가 구글과 소프트뱅크를 거쳐 온 회사란 점은 의구심을 더 키웠다.
하지만 이런 시선에 대해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김민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구글이나 소프트뱅크에 비해 제조·물류 비중이 높기 때문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활용도가 앞선 두 업체에 비해 높을 것”이라고 봤다.
특히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이제 상용화 단계에 집중하고 있다. 마이클 패트릭 페리 보스턴다이내믹스 사업개발담당 부사장은 미국 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가 발행하는 전문매체 IEEE 스펙트럼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2018년 이후 우리는 상업적인 조직으로 전환했다”며 ‘상업화’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최근 이 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로봇들을 보면 이런 흐름이 명확하게 나타난다.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의 극치를 보여줬던 아틀라스와 달리 이 회사의 최근 포트폴리오 ‘픽(Pick)’과 ‘핸들(Handle)’은 명확한 목표를 가진 특화 로봇이다. 지난해 선보인 픽은 물건을 집고 옮길 수 있는 물류용 로봇이며, 핸들 역시 바퀴가 달려 직접 물건을 들고 목적지까지 자율적으로 이동하는 기능에 특화돼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그간 개발한 기술력을 실제 산업현장에 적용하는데 나서기 시작했단 얘기다.
‘상용화’를 겨냥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입장에서도 세계 굴지의 완성차 회사인 현대차그룹의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대차는 완성차업계 중에서도 대량 생산과 비용 효율화 측면에선 최정상의 능력을 가졌다. 페리 부사장은 “제조·건설·물류 등 우리가 목표로 하는 많은 산업을 이해하는 파트너와 결합하면 우리의 제품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로봇 양산을 시작함에 따라 현대차의 제조에 대한 전문지식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센싱·제어·IoT·AI 기술 집약된 로보틱스
두 번째 효과는 미래사업의 80%인 자율주행, UAM 사업의 고도화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보유한 핵심 기술들을 따져보면 크게 ▶센싱(인지) ▶제어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으로 나눌 수 있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다른 미래사업 포트폴리오 ‘자율주행차’와 ‘UAM’에도 해당된다. 모두 환경의 변화를 정확히 인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이에 따른 정밀한 구동으로 대응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해 각 분야에서 기술적 진보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체계적인 로봇 연구 시스템, 로봇 분야의 세계적인 우수 개발 인력 및 노하우 등이 현대차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사업 역량과 결합해 시너지가 극대화되고, 첨단 기술 선도 업체로의 브랜드 이미지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배경이다.
물론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얼마나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느냐에 따라 시너지 효과에는 큰 차이가 생길 수 있다. 폐쇄적인 것으로 알려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문화는 현대차그룹이 기술에 대해 얼마나 접근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기 어렵게 한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술기업의 특성상 핵심인력들의 잔류가 필수이기 때문에 인수 후 통합 과정(PMI)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뒤에도 독자적인 경영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외신 인터뷰를 통해 나타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반응은 기대를 갖게 만든다. 페리 부사장은 “(현대차그룹은) 우리와 함께 다양한 방향성을 공유하는 똑똑하고 재능 있는 로보틱스 팀을 가지고 있다”며 “자율 주행과 관련된 많은 것들이 스팟과 핸들의 자동화와 관련된 DNA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시너지는 비단 미래사업 영역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송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는 인지·판단·제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현대차·현대모비스에 긍정적이며, 현대글로비스에는 단기적으로 빠른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딜에서 10%의 인수자금을 낸 물류회사 현대글로비스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로 ‘물류 자동화’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게 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앞서 지난 8월 국내 로봇업체 트위니와 MOU를 체결하는 등 물류 자동화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개인 지분 투자한 오너, 경영능력 입증할까
일각에선 정 회장의 지분투자가 공정거래법상 ‘사업기회 유용’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경제개혁연대는 “계열회사가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지분 80% 전부를 인수하지 않고, 그 일부를 정의선 회장 개인이 인수하도록 한 것은 해당 회사 및 현대자동차그룹의 사업기회를 유용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며 이런 선택의 이유와 의사결정 과정의 적법성에 대해 질의했다. 정 회장이 투자한 지분을 계열사들이 사들였다면 미래에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지 않겠냐는 가정에서의 주장이다.
다만 업계에선 이번 인수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계약 완료 후에도 20%의 지분을 갖게 되며, 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를 현대차그룹에 되팔 수 있는 ‘풋 옵션’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풋 옵션이 존재한다는 것은 소프트뱅크는 남은 지분까지 팔기를 원했다는 것이며, 이는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60%의 지분만을 원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결국 정 회장의 투자가 그룹 계열사의 추가 투자 여력을 봉쇄했다는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 셈이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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