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남양유업·유니클로와 다르다…스타벅스는 왜 쉽게 무너지지 않나
- 탱크데이 한 달, 결제액·이용자 수 감소세 지속
정치 논란 후폭풍에도 선물하기 1위 탈환에 반등 기대감
"탈벅 현상은 일부 소비자에 한정된 모습"
[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진짜 사람이 없네.”
지난 6월 18일 오후 12시 30분쯤 방문한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의 한 스타벅스 매장은 점심시간임에도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해당 매장 근처에서 일하는 직장인 손모씨(35)는 “점심시간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사이렌 오더(모바일 주문)가 필수였는데 최근 5년 동안 이렇게 손님이 적은 건 처음 본다”고 전했다.
스타벅스코리아(이하 스타벅스)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이 촉발한 ‘탈벅’(스타벅스 탈출) 움직임이 한 달째 이어지는 모양새다. 논란 직전인 5월 셋째 주까지만 해도 300억대였던 매출은 5월 넷째 주 200억대로 내려앉은 뒤 비슷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사태 초기보다는 탈벅 화력이 많이 잦아들었고, 스타벅스의 강력한 대체재가 없는 상황에서 반등은 시간 문제라는 의견도 나온다.
결제액·사용자 수 동반 하락
지난 6월 17일 오후 1시경 찾은 서대문역 인근 스타벅스 점포도 조용했다. 매장 곳곳에 빈자리가 보였고, 바로 주문이 가능했다. 평소 점심 시간대에는 주변 직장인으로 가득 차 앉을 자리가 없고, 계산대 앞에는 주문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는 곳이다.
‘탱크데이’의 충격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월 8일부터 14일까지 스타벅스의 주간 신용·체크카드 추정 결제금액은 227억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242억1000만원을 기록한 전주(6월 1∼7일)보다 약 6.0% 줄어든 수준이다.
탱크데이 사태 발생 직전 주인 5월 11~17일 321억6000만원이던 스타벅스의 결제 추정액은 5월 18∼24일 236억9000만원으로 일주일 만에 26.3% 떨어졌다.
5월 25∼31일 214억6000만원을 나타내며 2주 연속 하락하던 주간 결제 추정액은 6월 들어 전주 대비 12.8%가량 늘었다. 탱크데이 논란 이후 주간 기준으로 가장 많은 매출이 발생하며 반등 기대감을 키웠으나 한 주 만에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다.
논란 이후 3~4만대를 유지하던 애플리케이션(앱) 신규 설치 건수는 2만건대로 내려앉았다. 지난 6월 8부터 14일까지 앱 신규 설치 건수는 2만8000건으로 나타났다. 4만4000건이던 전주보다 36.4% 정도 줄어든 수치다.
주간 활성 사용자 수(WAU)도 탱크데이 사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주간 사용자 수는 313만명으로 전주 399만명 대비 약 21.5% 감소했다. 409만명이던 2주 전보다는 23.5%가량 낮은 수준이다.
“탈벅 끝 보인다…강력한 대체재 없어”
한 달째 이어진 탈벅 흐름에도 일부에서는 스타벅스의 회복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력한 대체재가 없는 데다 일부 소비 지표에서도 반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서다.실제 스타벅스는 지난 6월 2일 카카오톡 선물하기 교환권의 ‘카페’ 분야 1위에 올랐다. 지난 5월 25일 메가MGC커피에 1위 자리를 내준 지 8일 만에 수년간 유지해온 정상의 자리를 되찾은 것이다.
지난 6월 17일 기준으로도 스타벅스의 ▲1만3900원 음료·디저트 세트 ▲e카드 5만원 교환권이 각각 1위, 3위를 기록하며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 인식도 조금씩 달라지는 분위기다. 이날 여의도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만난 정모씨(28)는 “논란 이후 처음으로 스타벅스를 찾았다”며 “한동안 방문을 자제했지만 시간이 많이 지났고, 회사 차원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도 나온 만큼 다시 이용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서도 불매운동을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온라인상에서만 논란이 이어지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이번 탈벅 현상이 과거 남양유업이나 유니클로, 쿠팡 불매운동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평가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탈벅 현상은 전 국민이 적극적으로 동참했던 남양유업이나 유니클로 사례와 달리 일부 소비자에 한정된 모습”이라며 “스타벅스 불매운동이 장기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해 말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탈팡’(쿠팡 탈퇴) 움직임이 확산했던 쿠팡도 수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4월 쿠팡의 신용·체크카드 추정 결제액은 4조6069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공식 발표되기 전인 지난해 10월(4조4366억원)보다 3.8%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11월(4조4735억원)과 비교해도 3.0% 높다.
지난 2월 결제 추정액이 4조220억원까지 떨어지며 전년 11월 대비 10%가량 감소했지만, 3월 4조6165억원으로 반등한 데 이어 4월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도 지난 5월 5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4월 말 기준 와우 멤버십 탈퇴 회원의 재가입과 신규 회원 유입 증가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감소한 회원 수의 약 80%를 회복했다”고 밝혔다.
스타벅스를 대체할 만한 경쟁자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탈벅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은희 교수는 “투썸플레이스나 커피빈 등 경쟁 브랜드는 매장 수가 적어 스타벅스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소비자들이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다른 브랜드로 이동할 만큼 심리적 저항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스타벅스 점포 수는 2136개로, 업계 2위인 투썸플레이스(약 1740개)보다 400여개 많다. 지난해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SCK컴퍼니의 매출은 3조2380억원으로 한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연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투썸플레이스 매출은 5824억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탱크데이 사태로 스타벅스 브랜드 이미지가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매장 접근성과 공간 경험, 멤버십 등 스타벅스에 익숙해진 소비자가 단기간에 이탈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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