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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프로의 환율 돋보기] 미국 연준을 향한 시선과 우려

팬데믹 회복 과정에서 주목받는 미국 통화정책과 달러화

올해는 연준이 테이퍼링에 거리를 두고 ‘아직 아니다’라는 확실한 신호를 보내고 있음에도 금리가 들썩였고 인플레이션 우려를 동반했다. 사진은 제롬파월 연준의장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들어 금융시장의 움직임은 2013년 미국 연준(Fed)이 화두를 던졌던 테이퍼링(tapering)을 연상시켰다. 당시에도 연준은 매월 일정 금액의 채권을 매입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 중이었다. 그러다 점진적으로 양적완화를 축소하겠다는 신호를 보내자 미국채 매도세가 나오며 금리는 급등했고 달러화도 상승했다. 특히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역풍이 거셌다.  
 
테이퍼링이라는 단어는 본래 스포츠에서 선수가 중요 시합을 앞두고 훈련량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을 지칭한다. 그런데, 당시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테이퍼링이라는 단어를 차용하면서 쓰임새가 넓어졌다.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시 관전 포인트

 
테이퍼링 이슈를 다시 소환한 올해 금융시장과 거시적 여건은 2013년과 비교할 때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으며 관전포인트는 무엇일까. 2013년 테이퍼링 논란 당시와 현재를 비교할 때 공통 분모는 유동성 파티가 끝날지 모른다는 우려다.  
 
기술주들의 과대평가 논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투자 열풍 등의 현상은 연준의 화끈하고 전폭적인 통화정책 완화 때문에 가능했다고도 볼 수 있다. 투자 열기가 뜨거웠던 만큼 연준의 통화정책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면 주식을 포함한 자산시장 전반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테이퍼링이라는 단어가 던지는 강력한 이미지는 미국이 곧 금리를 인상할지도 모른다는 것으로 이어진다. 더구나 올해 미국채 금리가 두드러지게 상승하면서 테이퍼링의 전조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소환했다.  
 
연준이 시장을 잘 리드할지, 아니면 끌려가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질 지가 향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연준은 일단 테이퍼링 이후 첫 금리 인상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2013년에는 연준이 테이퍼링을 시사하면서 채권 금리가 상승하고 금융시장이 경기(驚氣)를 일으켰다. 연준의 소통에도 미숙한 면이 있었다. 덕분에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부문은 신흥국 경제였다. 특히, 경제 펀더멘털이 취약하다고 지목되었던 5개 신흥국은 취약한 5개국(Fragile5)이라는 신조어로 지칭됐다.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한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는 달러화 유동성 범람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신흥국 경제의 취약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글로벌 자본이 대거 신흥국으로 이동했다. 이후 테이퍼링 가능성이 떠오르고 나서야 신흥국 경제의 취약성이 부각됐다. 신흥국에 유입된 글로벌 자본은 이탈하기 시작하면서 해당국 통화가치가 급락했다. 2013년 5월부터 4개월간 Fragile 5 통화들의 가치 하락폭은 11~19%에 달했다. 워런 버핏(Warren Buffet)은 “썰물이 와야만 누가 수영복을 안 입었는지 알 수 있다”고 표현했다.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기간 달러화 인덱스와 달러화 실질실효환율 [자료=블룸버그]
 
이번 테이퍼링은 다를까. 올해는 연준이 테이퍼링에 거리를 두고 ‘아직 아니다’라는 확실한 신호를 보내고 있음에도 금리가 들썩였고 인플레이션 우려를 동반했다. 그러나 과거 ‘Fragile5’에 포함된 국가에서는 미국채 금리가 빠르게 상승한 올해 1월 27일부터 3월 말까지, 하락폭이 인상적이지 않았다. 터키 리라화만 이 기간 동안 11% 하락했고 다른 통화들은 0~4% 하락에 그쳤다.  
 
연준이 테이퍼링에 거리를 두며 시장을 달랬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1년간 연준이 유동성을 확대하는 동안 신흥국에 유입된 자본 자체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 비해 크게 줄었다. 그나마도 중국으로 유입된 자본이 많았기에 다른 신흥국들에 유입된 자본은 미미한 수준이다. 게다가 다수의 신흥국 경제에 중요한 수입원인 원자재의 가격 사이클도 우호적이다.  
 
2013년 이후 원자재 수퍼 사이클이 막을 내리면서 신흥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특히 2014년 이후 원유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하면서 부담이 가중됐다. 하지만, 현재의 원자재 시장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원유 가격은 1년 전에 서부텍사스원유(WTI)가 전례 없는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한 뒤 반등을 이어가고 있다.  
 
구리 등 산업 금속 가격도 글로벌 경제의 회복 기대를 반영하면서 상승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터키 등 우려스러운 신흥국들이 없지 않으나, 신흥국의 경상수지 적자 등 대내외 불균형도 전반적으로 개선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금융시장에 충격이 없으리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연준이 넘치는 유동성을 과연 탈 없이 거둬들일 수 있는지는 시장이 궁금해할 수밖에 없는 주제다.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타격 없이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연준이 시장을 잘 리드할지, 아니면 끌려가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질 지가 향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시장 변동성은 국가별로 차별화될 가능성이 있다.  
 

진정한 관심은 미국 금리 인상 경로

 
금융시장이 테이퍼링에 관심을 보이는 진짜 이유는 미국의 금리 인상 경로 때문이다. 지난 2013년 테이퍼링 당시에도 달러화 강세가 본격화한 것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대를 반영하기 시작한 2014년 9월 이후다. 물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반드시 달러화 강세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지만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을 아우르는 통화정책 정상화 경로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  
 
글로벌 경제의 성장이 뒷받침된 금리 상승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백신 접종률의 격차 때문에 국가별 경제 성장 회복에 시차가 예상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의 성장이 회복되기 전에 미국 경제가 먼저 회복하면서 달러화 금리가 오른다면 글로벌 시장에 부담이 된다. 연준과 금융시장 모두 시험대에 올라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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