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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철 우리은행 부행장 “은행 버려야 디지털금융 성공”

[금융그룹 디지털패권 전쟁] ②우리금융
손태승 회장이 영입한 첫 외부 인재
“마이데이터 준비 위해 수백억원 규모 프로젝트 진행”

 
 
 
황원철 우리은행 최고디지털책임 부행장 [김경빈 기자]
※ ‘디지털 혁신’이 금융그룹의 생존 키워드가 됐다. 디지털 플랫폼 구축과 특화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 5대 금융지주사의 디지털 부문 리더를 만나 ‘디지털금융’의 오늘과 내일을 들어본다. 두 번째는 우리금융이다.〈편집자〉 
 
 
“은행의 디지털화는 쉽지 않은 변화다. 100년간 영업점에서 쌓아 올린 최적화된 수익 모델을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보통 일인가?”
 
황원철 우리은행 디지털총괄 부행장은 22일 [이코노미스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디지털금융 전환의 어려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서울 중구 우리금융디지털타워에서 만난 황 부행장은 예정된 인터뷰 시간보다 늦게 나타났다. 이날 오전 갑자기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호출을 받고 잠시 자리를 비워야 했다. 우리금융이 전날 최대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임원을 격려하는 대화가 오갔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반대였다. 실적은 지나간 일이었다. 새로운 일이 발생하면 회장이 곧바로 임원을 불러 확인하는 자리였다. 황 부행장은 이런 회의에 가면 은행뿐 아니라 IT기업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회장이 직접 확인하고 은행을 점검하는 대화가 오간다고 설명했다.  
 
황 부행장은 “영업점처럼 디지털금융 부문은 예측 가능한 시장이 아니다”라며 “디지털금융이 은행만 아니라 모든 산업권과 비교하며 만들어 나가는 분야다 보니, 최고경영자의 관심도 핀테크와 IT기업까지 확대된 것”이라고 말했다.  
 
황 부행장은 손태승 회장이 2018년 우리은행장에 취임한 후 임원급으로 영입한 첫 외부 인물이다. 황 부행장은 휴렛팩커드(HP)를 시작으로 KB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에서 최고정보책임자(CIO)를 지낸 뒤 2018년 6월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장(CDO)으로 영입됐다. 그가 지난 3년 동안 느낀 우리금융의 디지털 전환은 ‘행원의 생각마저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과 맞닿아 있었다.  
 
황원철 우리은행 최고디지털책임 부행장 [김경빈 기자]
 

“디지털금융, 파괴가 필요한 시대”

 
은행에 온 뒤 디지털금융 변화에 어려움을 느꼈을 것 같다.   
은행들이 지금껏 누린 성공 조건들이 차후엔 실패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모든 은행은 지난 100년간 지점을 통한 영업에 최적화돼 있다. 인사와 채용, 노동조합까지 모두 대면 영업을 기준으로 형성돼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디지털금융 시대에는 은행에 해가 될 수 있다. 물론 은행 혼자서 다 해결할 수는 없다. 어느 은행이나 적자 내는 영업점을 줄이고 싶어 하지만 당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 행원 채용을 줄여도 사회적 비판받는다. 디지털금융은 물리적 규모나 인력의 많고 적음에 있지 않은데도, 제도와 사회 인식은 은행에게 왼발(사회적 책임)만 아니라 오른발(디지털 전환)도 들어 공중부양을 하라는 것 같다.  
 
은행 외부만 아니라 내부 관행도 디지털 전환에 영향을 준다는 의미 같다.   
은행원도 제도와 시스템에 순응하는 것을 ‘일을 잘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영업점은 고객이 줄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지만, 일부 은행원은 손님이 감소하니까 일이 줄어 편하다고 생각한다. 신입행원을 채용할 때 이런 점을 질문한다. “공무원 이상 되는 안정된 직장을 원하는가”라고 물으면 반박을 못한다. 다들 사고만 안 치면 정년퇴직까지 보장받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문화를 가지고선 변화를 추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디지털금융 시대는 파괴가 필요한 시대 아닌가. 은행도 스스로 오래된 관행을 파괴해야 한다. 안온함만으론 변화가 어렵다. 100년간 최적화된 것을 버려야 한다. 보통 일이 아니다.  
 
금융거래 대부분을 비대면으로 할 수 있다. 상당한 발전으로 보이는데. 
디지털금융으로 벌어들이는 이익을 보면 은행 전체 이익에서 얼마 되지 않는다. 우리은행은 올해 디지털 부문이 차지하는 이익 비중을 전체의 7%까지 높일 목표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5%였다. 주택담보대출만 해도 비대면 금융은 여전히 제한돼 있다. 등기서류 제출 등 은행만의 의지로는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디지털금융 전환의 완성은 은행만이 아니라 행정당국과 협업이 필요한 사안이다. 현재 부동산대출과 관련해 비대면이 가능한 것은 집을 담보로 한 생활자금대출이 있다. 전세자금대출도 비대면으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기업금융과 부동산 거래의 경우 비대면 거래는 여전히 초기 단계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디지털금융으로 이익이 커질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등 금융선진국과 한국의 디지털금융을 비교해본다면? 
우리나라의 디지털금융 전환 속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빠르다. 오픈뱅킹만 하더라도 이를 먼저 시작한 영국보다 우리나라의 서비스 기술이 훨씬 뛰어나다. 이를 법제화하는 속도도 마찬가지다. 마이데이터도 우리나라처럼 법률적, 제도적으로 빨리 나가는 나라가 흔치 않다. 최근 세계은행(World Bank) 관계자가 우리나라를 방문해 만난 적이 있다. 이 관계자는 한국의 디지털금융 서비스를 보고 깜짝 놀라했다. 은행에 가지 않고 신분증만 가지고 계좌를 만드는 것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우리나라의 디지털 디바이스와 연결된 금융 네트워크를 높이 평가했다.  
 
황원철 우리은행 부행장의 사무실이 있는 우리금융디지털타워 22층 입구 벽에는 직원의 사진들이 걸려있다. 사진에는 각자의 다짐과 각오가 적혀있다. 황 부행장실에는 고(故) 신해철 씨의 모습이 담긴 그림이 걸려있다. 그의 팬들이 황 부행장에게 선물했다. 황 부행장은 신해철과 고등학교 친구라며 추억을 떠올렸다. [김경빈 기자]
 

“디지털 부서 존재한다? 디지털금융 멀었다는 증거”

 
마이데이터와 관련해 은행의 준비 상황은 어떤가.   
마이데이터를 기준으로 한 자산관리 비대면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3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마이데이터가 시행되면 디지털로 모든 사람의 금융정보가 시장정보와 결합한다. 제대로 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지점에서 진행하고 있는 자산관리는 자산관리라고 말할 수 없다. 고객 돈의 규모를 보고 펀드를 파는 것에 그칠 뿐이다. 특히 은행의 자산관리는 고액자산가, 전문직종의 고액 연봉자에게만 필요한 것처럼 되어 있다. 이제는 은행 고객 누구에게나 필요한 자산관리로 발전해야 한다. 고객의 자산관리는 예·적금과 대출, 월수입만 아니라 고객의 지출 및 생활패턴, 고객의 대출 금리의 변동성, 시장의 변화까지 분석·적용해 맞춤형으로 이뤄져야 한다. 현재는 고객이 본인의 금융정보를 말하기 어렵고, 은행도 알기가 어렵다.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리면 고객의 동의만으로 이 모든 정보가 공유되고, 그럼 시장정보와 결합한 형태의 자산운용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토스뱅크도 곧 출범한다. 어떻게 보는지? 
은행이 쌓아 올린 고객 신뢰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신뢰 또한 하나의 관성이고, 바꾸기 어려운 익숙함이다. 그런 점에서 토스뱅크 출범은 시중은행보다 카카오뱅크에 더 위협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인터넷은행 옵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이 시중은행을 버리고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시중은행을 이용하면서 인터넷은행도 이용한다. 토스뱅크는 시중은행이 아니라 인터넷은행 간의 경쟁을 키운다는 점에서 영향력이 있다고 예상한다.  
 
은행원들에게 어떤 점을 조언하고 있나.   
영업점 직원들은 고객이 디지털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마이데이터 시대가 오면서 보이지 않는 고객과도 소통해야 한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고객이 디지털을 이용해도 괜찮다. 지점의 손해가 아니다”, “네가 보지 않는 고객이라도 너에게 책임이 있다”고 조언한다. 이제는 ‘디지털은 디지털, 영업점은 영업점’이라는 이분법적 생각을 내려놔야 한다. 은행 전체가 디지털화되어야 한다. 은행에 디지털 전담 조직이 남아있어도 안 된다고 본다. 디지털 전담 부서가 남아있다는 것 자체가 디지털화가 안 되고 있다는 역설적 증거다. 저 같은 사람(디지털 담당 임원)이 없어져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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