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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막겠다는 공정위 가맹사업법, 점주에게 독소?

“본사가 광고·행사 하려면 사전동의 필요” 규정한 개정안이
“점주가 비용 내면 가맹계약 체결해줄께”로 악용될 수 있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가맹본부(본사)의 ‘갑질’을 막겠다는 취지로 만든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여전히 탁상행정식 맹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프랜차이즈 업계의 눈총을 사고 있다. 가맹 계약 시 약정 한 번으로 각종 행사·광고에 대한 사전동의를 모두 대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맹점사업자(점주)들이 본사와 협상할 때 노동조합과 같은 대표단체가 필요한데, 공정위는 일정 요건을 갖춘 가맹점사업자단체만 등록하도록 규정해, 가맹점주들이 단체 설립과 대표 인증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공정위가 주도하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27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광고·판촉행사 사전동의 제도 도입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 제도 도입 ▶가맹거래사 등록증 대여 또는 알선 행위 금지 근거 마련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겨 있다. 법안은 ‘본사가 점주가 비용을 부담하는 광고나 판촉행사를 하려 할 때 점주들에게 모두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본사와 점주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체결한 광고·판촉행사의 약정에 따라 실시하는 경우는 (사전동의에서) 제외한다’고 적시했다.
 
이 개정안의 취지는 본사가 그 동안 멋대로 광고와 판촉행사를 집행하고 이 비용을 점주에게 전가하던 관행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광고·판촉행사 사전동의를 통해 점주의 자생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에그드랍 사건이 공정위의 가맹사업법 개정의 계기가 됐다고 여긴다. 에그드랍 사건은 에그드랍 본사가 전국 250여개 점주들에게 광고·홍보를 위한 로열티를 3%에서 7%로 인상하자 점주들이 부당하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를 통해 프랜차이즈 본사의 불공정 횡포 혐의가 논란이 된 사건이다.  
 

점주를 보호한다는 규정이 점주를 억압할 소지 다분

 
이 개정안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본사와 점주가 약정 맺은 광고·판촉행사는 사전동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이 악용될 소지가 크다”며 “이는 재논의와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본사가 광고·판촉 행사를 진행할 때 점주의 사전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경우는 두 가지다. 분리 판촉행사는 점주의 사전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 본사가 전국이 아닌 특정 지역에서만 행사를 실시하면 해당 지역의 점주만 동의하면 된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별도 약정을 체결한 행사도 사전동의가 필요하지 않다.  
 
문제는 ‘본사와 점주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체결한 광고·판촉행사의 약정에 따라 실시하는 경우는 (사전동의에서) 제외한다’고 적시한 부분이다. 이에 대해 프랜차이즈 인수·합병 전문가는 “가맹계약을 체결하는 단계에서 본사의 광고·판촉 비용을 점주가 분담하겠다고 약정해야만 가맹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압박하거나, 지금 당장엔 확정된 광고가 없지만 향후에 본사가 광고를 진행할 때 점주는 무조건 동의하겠다는 포괄적인 약정을 맺는 식으로 악용할 소지가 크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행태에는 본사가 광고에 대해 잘 모르는 점주의 입장을 악용해 ‘갑’의 지위를 남용하거나,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약정을 형식적으로 받아두는 행위 등을 모두 포함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번 개정안에서 아직은 대통령령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으므로, 제외 대상 범위가 어느 정도까지 설정될 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개정안에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의 요구로 본사와 점주 간 광고·판촉 계약을 처음 맺을 때 별도 계약으로 사전동의를 대체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통신사와의 할인계약과 같은 계속적인 계약에서는 사전동의 없이 추진할 수 있는 맹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처음에 가맹계약을 체결할 때 의무적으로 진행하는 정보공개서 설명에서 광고·판촉 관련 내용은 별도로 설명하도록 하는 내용이 시행령에 포함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설명 의무에 불과하고 계약으로 사전동의를 대체할 수 있다는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공정위는 가맹본부가 판촉행사 시 점주의 사전동의를 받도록 한 가맹사업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점주단체 설립 요건, 현장 모르는 탁상공론

 
점주들이 중심이 된 가맹점사업자단체를 등록하려면 일정 비율 이상의 점주가 가입하도록 한 조항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가맹점사업자단체는 본사와 협상할 때 점주들을 대표하는 가맹점주협의회로 피고용인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에 비유할 수 있다. 개정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비율 이상의 가맹점주가 가입하는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가맹점사업자단체가 공정위에 등록할 수 있다’고 정했다. 가맹점사업자단체가 공적인 절차를 통해 대표성을 확인 받도록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가맹점주협의회를 만들고 등록하기까지 과정과 속사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가맹점주협의회가 처음 발족할 때는 일정한 규모를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협의회 발족 초기 단계 땐 점주들 규모가 10%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하거나 본사와 갈등을 빚는 경우 협의회를 찾는 점주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점주를 대변하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광고·판촉에 대한 별도 계약 시 예외를 두거나, 가맹점주단체로 등록하려면 일정 비율 이상의 점주가 가입하도록 한 개정안 조항은 독소조항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복수의 협의회가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본사가 어용단체를 조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성을 지닌 단체가 점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도 난립하지 않도록 개정안 보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본사가 다수의 점주들에게 매번 동의를 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공정위는 별도 약정을 체결하면 매번 사전 동의를 구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점주들은 본사가 점주들의 동의를 얻는 작업이 어렵지 않다는 의견이다. 한 점주는 “본사의 전산시스템을 활용해 동의를 얻는 작업을 수행하면 물리적인 어려움이나 번거로움이 없다”고 말했다. “별도의 포괄적인 약정으로 사전동의를 얻는 과정을 생략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애써 마련한 개정안이 무력화되지 않도록 이후 입법과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보다 합리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시행령을 통해 개정안의 공백을 보완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지금도 본사가 가맹계약서를 통해 점주에게 비용 부담을 전가하고 이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를 막기 위한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약정을 체결하도록 돼있다. 이 대통령령을 정할 때 요건을 적시할 것이다. 본사와 점주가 소통하면서 시행령을 만들어야 해 당장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함께 “비용부담을 비롯한 여러 요건을 충족해야 약정에 따라 사전동의를 생략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라며 “점주가 늘 비용을 부담하지 않도록 시행령에 비용부담•시기 등 요건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대통령 재가 등을 거쳐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국회 제출 후에도 개정안이 신속히 통과되도록 법안심사 과정을 지원할 예정이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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