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찐 개발자’ 김택진…그는 어떻게 ‘택진이형’이 됐나

[게임 빅3 대해부-엔씨소프트]②
게임 개발 이전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이름 날려
여러 광고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친근한 이미지 구축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 엔씨소프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다른 게임 빅3 창업자들과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창업자로 손꼽힌다. 특히 사업가 면모가 강한 넥슨·넷마블 창업자들과 달리 김 대표는 지금도 현업에서 게임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개발자로서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 게임 시장 발전에도 큰 공을 세웠지만 소프트웨어 발전에도 크게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김 대표는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 재학 시절부터 개발 정신이 투철했다. 1989년 ‘한국의 빌게이츠’로 불렸던 이찬진과 한글 워드프로세서인 ‘아래아한글’을 공동 개발했으며, 한메소프트를 세워 도스용 ‘한메타자교사’를 개발하는 등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명성을 날렸다.
 
이후 현대전자에 입사한 그는 세계 최초 인터넷 기반 PC통신인 아미넷을 개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1997년 현대전자에서 일하던 동료 16명과 함께 자본금 1억원으로 새로운 회사를 설립했다. 그 회사가 바로 엔씨소프트(엔씨)다. 
 
엔씨는 이듬해인 1998년 온라인 RPG ‘리니지’를 선보인다. 리니지는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며 국내 RPG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됐다. 2003년 출시한 ‘리니지2’ 역시 전작 못지않은 흥행을 기록하며 엔씨의 대표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김 대표가 계속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리니지 성공 후 기세를 몰아 2001년 북미에서 리니지 정식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이후 거금을 들여 게임 개발자 리처드 개리엇을 영입했고 그와의 합작품 ‘타뷸라 라사’를 2007년 출시했지만 저조한 실적을 냈다.
 

리니지 비롯해 RPG 명가 자존심 지켜…여러차례 위기도

 
하지만 엔씨는 이후 2008년 ‘아이온’, 2012년 ‘블레이드앤소울’ 등을 선보이며 RPG 명가의 자존심을 계속해서 지켜왔다.  
 
회사를 크게 성장시킨 김 대표는 2015년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큰 위기를 맞았다. 앞서 넥슨과 엔씨는 2012년 미국 최대 게임업체인 일렉트로닉아츠(EA)의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의기투합한다. 넥슨 일본법인은 엔씨소프트 지분 14.6%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는 EA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였다.
 
김 대표가 최대주주 자리를 넥슨에 넘기자 업계에서는 은퇴설이 돌기도 했다. 당시 넥슨은 엔씨의 최대주주에 올랐으나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당시 엔씨는 굉장히 혼란스러웠다”며 “김택진이라는 인물을 바라보고 엔씨에 입사했던 많은 개발자가 회사를 떠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EA 경영권 인수에 실패하고 여러 합작 프로젝트들이 무산되면서 두 회사의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게 된다. 
 
2014년 10월 넥슨은 엔씨 주식의 0.4%를 추가로 매입한다. 이를 통해 넥슨은 엔씨의 지분 15.08%를 보유, 엔씨를 인수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건을 갖추게 됐다. 공정거래법상 다른 회사의 지분을 15% 이상 보유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은 후 해당 기업을 인수할 수 있다. 결국 2015년 1월 넥슨은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엔씨는 즉각 반발했다. 두 회사는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엔씨가 넷마블을 백기사로 내세우며 결국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다. 엔씨 입장에서는 상처뿐인 승리였다.
 
이후 엔씨는 모바일게임 개발에 돌입, 2017년 ‘리니지M’을 출시하며 다시 한번 모바일시장에서 리니지의 저력을 증명했다. 2019년에는 ‘리니지2M’을 출시, 모바일게임 기술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으며, 올해는 ‘블레이드앤소울2’ 출시를 통해 기존 모바일게임과 차별화된 액션을 선보이겠단 계획이다.
 
엔씨는 국내 게임사 가운데 뛰어난 기술력으로 유명하다. 내부 허들 역시 높다. 특히 개발력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엔씨 출신 개발자들은 다른 곳으로 이직하거나 새로운 게임사를 창업할 때 자신이 엔씨 출신임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경쟁사들이 타사 게임을 활용한 퍼블리싱에 집중할 때, 엔씨는 스스로 개발한 자체 개발작 위주로 승부수를 띄웠다. 게임 빅3 가운데 창업자가 직접 게임개발총괄을 맡아 신규 게임을 소개하는 것은 김 대표가 유일하다.  
 

게임 빅3 창업자 중 유일하게 ‘형’으로 불려

 
김 대표는 ‘택진이형’이라는 애칭으로 유명하다. 김 대표는 2019년 리니지2M 출시에 앞서 공개한 광고 영상에 직접 출연했다. 당시 김 대표는 “택진이형 밤샜어요?”라는 물음에 “일찍 일어나 일하고 있어요”라고 답하며 큰 화제를 일으켰다.  
 
앞서 김 대표는 2017년 ‘리니지M’ 광고에 출연하면서 대중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얻었다. 당시 광고 영상은 공개 직후 연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김 대표가 자사 게임 홍보 영상에 출연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유저들이 게임 내 아이템 강화에 실패할 때마다 김 대표를 욕하던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많은 유저의 공감대를 끌어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에도 리니지2M 1주년 기념 광고에 깜짝 출연해 큰 웃음을 자아냈다. 영상에서 김 대표는 노란색 머리의 중세 시대 대장장이로 분해 코믹 연기를 펼쳤다.  
 
다만 김 대표에게도 극복해야 할 ‘과제’가 있다. 리니지 시리즈에 대한 유저들의 인식이 최근 ‘최악’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과금 등으로 비판을 받았던 엔씨는 최근 대표 캐시카우인 ‘리니지M’ 불매 운동 이슈로 큰 곤혹을 치르고 있다. 문양 시스템 관련 업데이트를 번복하면서 유저와의 신뢰에 큰 금이 갔다. 엔씨는 관련해서 추가 보상안을 제시했지만 최근까지도 유저들의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김택진 대표는 여러 광고에 직접 출연하며 ‘택진이형’이라는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며 “다만 최근 불매운동 이슈 등이 터졌을 때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尹, 청와대로 어린이 초청…“꿈·희망 갖고 자라게 뒷받침 할게요”

2파리 여행서 실종된 한국인 남성 소재 파악…“무사하다"

3정부 “의대 모집인원 자율 조정” vs 의사단체 “원점 재검토”

4어린이날 제주 여행 날아갔다…기상악화로 항공편 40편 결항

5재건축 인기 시들해지자 준공 20년 넘은 구축 아파트 ‘약세’

6최대 5억원 저리 ‘신생아 대출’…3분기엔 고소득 부부도 된다

7“방울토마토·참외 사기 무섭다”…1년 전보다 42%·36% 올라

8어쩌면, 가장 소중한 존재

9인공지능 변호사 시대를 맞이하는 법조계의 고민

실시간 뉴스

1尹, 청와대로 어린이 초청…“꿈·희망 갖고 자라게 뒷받침 할게요”

2파리 여행서 실종된 한국인 남성 소재 파악…“무사하다"

3정부 “의대 모집인원 자율 조정” vs 의사단체 “원점 재검토”

4어린이날 제주 여행 날아갔다…기상악화로 항공편 40편 결항

5재건축 인기 시들해지자 준공 20년 넘은 구축 아파트 ‘약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