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하루 40만 확진에 5억 감염설까지…'코로나 지옥도'가 된 인도
코로나19 ‘엔드게임’ 외친 세계 3위 백신 접종국의 오만
대규모 힌두교 행사 통제 못한 힌두민족주의 정권의 한계
인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초비상 사태를 맞고 있다. 통계로 보면 절망적이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5월 6일까지 인도에선 2107만741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23만168명이 숨졌다. 인도의 보건가족복지부 사이트를 보면, 이 가운데 81.99%인 1728만 844명이 회복됐으며 356만6398명이 치료를 받거나 격리 중이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은 1억6251만명에 이른다. 5일 하루에만 192만명이 접종했다. 현지 일간지 타임스 오브 인디아(TOI)에 따르면 인도의 백신 접종자 숫자는 전 세계에서 중국(2억9000만)과 미국(2억5000만)에 이어 세계 3위다.
인도 보건가족복지부에 따르면 인도의 코로나19 검사자는 5일 하루 192만명 이상이다. 코로나19 검사자는 13억9141만명의 인구 중 2억9677만명 이상으로 인구 100만 명당 21만3289명에 이른다. 검사 회수는 미국(4억5308만) 다음으로 많지만 인구 100만 명당 검사율은 덴마크(692만)·아랍에미리트(UAE·452만)·오스트리아(372만)·영국(235만)·미국(136만)·프랑스(118만)·러시아(89만)·이스라엘(74만)·독일(67만) 등에 비해 적은 편이다.
인도의 인구 100만명 당 확진자 발생은 1만5148명 수준이다. 이는 미국(10만173명)·이스라엘(9만1194명)·프랑스(8만7260명)·오스트리아(6만9338명)·영국(6만4909명)·UAE(5만3143명)·독일(4만1298명)·러시아(3만3257명)에 비해선 적은 편이다.
인도 확진자 증가세 세계 최고 수준
문제는 최근 확진자 발생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다. 사실 인도는 지난해 9월 1차 대유행이 정점에 이른 뒤 코로나19 발생이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1차 유행 당시에도 하루에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시점은 지난해 9월 11일(9만7564명)로 10만명을 넘지 않았다. 그 뒤 일단 진정 양상을 보여 올해 2월 이후엔 하루 1만명 이하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 2차 대유행은 양상이 다르다. 확진자 숫자도 기록적일 뿐 아니라 확산 속도도 무섭다. 확진자 숫자는 3월 들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3월 20일 2만명을 넘었으며 그 뒤 가파른 상승을 계속해 4월 4일 10만명, 21일 30만명에 이어 30일 처음으로 40만명을 넘었다. 그 뒤 40만명을 오가다 5월 5일 41만2618명을 기록했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확진자의 다량 발생이자 빠른 증가세다. 미국도 지난 1월 8일 하루 30만3926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 최고 기록이다.
현지 힌두스탄 타임스의 6일 보도에 따르면 인도 전역의 코로나19 검사자의 확진율이 최근 12일 동안 두 배로 늘어 16.69%가 됐다고 보도했다. 10개 주에선 변이종이 78.56%를 차지했다. 세포 및 분자 생물학 연구소의 라케슈 미슈라 소장은 “앞으로 3주가 고비”라고 지적하면서 “인도 전역이 철저히 방역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인도는 재앙 수준의 코로나19 확산을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현지 매체인 인디언 엑스프레스는 “지난 한 주간 코로나19 검사자의 확진율이 13.5%에 이른다”며 “이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최근 들어 전파력이 더욱 강해진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전파력이 강한 변이종이 인도의 코로나 재앙을 촉진시키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인도의 확진자 발생이 지난 14일 동안 23% 증가했으며, 사망자는 116%가 늘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월도미터에 따르면 2월 말 하루 두 자리 숫자까지 줄었던 인도의 하루 코로나19 사망자는 4월 13일 1000명, 4월 20일 2000명, 4월 26일 3000명을 각각 넘어섰다. 5월 들어선 4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의학전문지인 브리티시메디컬저널(BMJ)은 “인도가 백신 접종의 꾸준한 증가에도 코로나바이러스 돌기에 새로운 돌연변이가 생긴 변이종의 잇단 출현으로 코로나19가 대량 전파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에선 뒤늦게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TOI의 보도에 따르면 6일 라자스탄 주는 5월 10~24일 봉쇄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인도 서북부의 라자스탄 주는 인구 6854만명으로 영국(6665만명)과 비슷하다. 인도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량 발생하고 있는 여러 주가 이미 봉쇄를 실시하고 있다. 인구 1억1237만명의 중서부 마하라슈트라 주는 4월 14일부터 5월 1일까지 봉쇄를 실시했음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이를 5월 15일까지 연장했다.
인구 1680만명의 연방 직할지인 델리 수도지구는 1주일간 봉쇄를 실시한 데 이어 6일부터 상황이 심각한 안드라프라데시 주(인구 4950만명)와 텔랑가나 주(인구 3500만명)에서 오는 모든 사람에게 14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했다. 수도를 보호하기 위해 외국에서 오는 방문객뿐 아니라 자국 여행자에게도 의무 자가격리를 실시하는 셈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주별 확진자 발생은 중서부 마하라슈트라 주가 가장 많은 480만명 이상을 기록한 데 이어 남서부 케랄라(인구 3340만명)가 170만명, 카르나타카(6109만명)가 160만명, 북부 우타르프라데시(1억9998만명)가 130만명을 각각 기록했다. 최근 주 의회 선거를 치른 동부의 서벵골 주(9127만명)가 89만8500명으로 그 뒤를 잇는다.
BBC방송은 인도에서 확진자가 다량으로 발생하면서 병상과 의료진, 장비와 의료 물자가 부족해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방송은 인도에서 확진자가 다량 발생한 이유에 대해 지난 몇 달 간 확진자가 줄면서 느슨해진 방역, 수백 만 명이 참가한 힌두교 축제의 개최,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종의 전파 등을 꼽았다. 인도의 국립 바이러스연구소(NIV)의 조사 결과 검체의 61%에서 변이종이 검출됐다. 3월 27일부터 4월 29일까지 한 달간 치러진 인도 동부 서벵골 주의 주의회 선거 운동도 확산 요인의 하나로 지목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비롯한 정치인들이 수 주 동안 이 지역에서 대규모 선거 유세를 벌이면서 코로나19 확산에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승리 선언에 방역 느슨해진 듯
인도에선 코로나가 진정세를 보인 올해 초 정치인들이 코로나19에 대한 승리를 선언하면서 주민들의 방역 의식이 느슨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1월 28일 2021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의 화상 연설에서 바이러스에 대한 승리를 선언하고 “인도의 방역 성공은 다른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자랑했다. 인도에서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이 시작된 3월 중순에도 하르시 바르단 보건가족복지부 장관이 인도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엔드게임’에 이르렀다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인도는 코로나19 환자용 산소 부족 사태가 발생할 정도로 확진자가 다량 발생했으며 이에 따라 사망자도 급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도 코로나19 확진자의 가파른 증가세가 수주 안에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워싱턴대의 보건 계량분석 및 수치평가 연구소의 모델에 따르면 인도에선 8월 1일까지 100만명의 사망자를 나올 것으로 전망됐다. 전망대로라면 인도에선 당분간 비극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일부에선 인도에서 아직 대대적인 검사가 이뤄지지 않아서 그렇지 실제로는 획진자가 최대 5억명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도 하지만, 근거는 없다. 인도에서 확진자가 무서운 속도로 발생하자 그런 억측이 나돌고 있는 셈이다.
인도의 코로나19 비극은 한 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전 세계는 지난해 12월 코로나19 백신이 나오면서 긴 터널에서 벗어날 있다는 희망에 사로잡혔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백신 개발·생산국가의 ‘자국 우선주의’, ‘백신 국가주의’가 판을 치면서 전 세계적인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거기에 더해 국가별 백신 확보의 차이에 따른 접종 속도의 서열화와 함께 확보한 백신 종류에 따른 등급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가 곳곳에서 확산하고 있다.
과학적으로는 확산 속도가 빠른 변이종이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된다. 영국 변이종, 남아프리카공화국 변이종, 브라질 변이종에 이어 인도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돌기에 돌연변이가 복수로 발견되는 복합 변이종도 나오고 있다. 현재 인도가 겪고 있는 재앙의 원인 중 하나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체 세포 내부에 침투할 때 이용되는 돌기에 돌연변이가 생긴 변이종은 전파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영국 변이종, 남아공 변이종처럼 돌기에 돌연변이가 생긴 변이종은 침투력이 좋아지고 이는 확산 속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변이종은 기존 백신의 효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돌연변이가 복수로 생긴 이중‧삼중으로 생긴 변이종이 인도를 중심으로 계속 발견되고 있는 것도 문제를 키운다. 하루 30만~40만 건의 확진자 발생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한 나라의 의료 시스템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여러 나라가 인도에 산소와 산소발생기, 호흡기, 의약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힌두민족주의가 전염병의 확산에 불을 지르는 형국이다. 이를 바탕으로 하는 모디 총리의 인도인민당(BJP) 정권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이는 대규모 힌두교 행사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공영라디오 방송인 NPR은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와중에도 수백 만 명의 힌두교 순례자들이 북부 인도의 성지를 찾은 것을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4월 내내 일부는 마스크도 쓰지 않은 수천 명이 떼로 다니면서 정치 집회를 한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NPR은 힌두교 순례객이 몰린 주들과 정치 집회가 집중된 지역이 확진자 양산의 온상지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모디 총리를 포함해 이를 주도한 정치인들이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인도 과학·교육·연구 연구소의 면역학자인 비네타 발은 “지도자들이 하는 행동을 보라”며 “인도가 코로나19에 잘 대응한다고 하는데, 먼저 이들부터 자제해야 방역이 정상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인도에선 아직도 연방 차원에서 ‘집에 머물라’는 방역 명령이 내려지지 않았다. 인구가 밀집한 여러 도시들이 통행금지와 이동금지 등 방역 통제를 할 뿐이다.
힌두교 신의 하나로 숭배되는 갠지스 강에 집단으로 몸을 담그는 것은 물론 신상을 모시고 거리를 행진하며 강과 사원에 공물을 바치는 힌두교 축제를 힌두민족주의 정권이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곳곳에서 일 년 내내 산발적으로 벌어지는 힌두교 종교행사를 세속의 행정력으로 억제하는 게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종교적으로는 신앙심이 깊은 힌두교 신자들을 비종교적 언어나 논리로 설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세를 고통의 바다로 보면서 종교적‧사회적‧행동적 다르마를 따르고 카르마를 쌓아 보다 나은 내세를 기약하는 힌두교 신자들에게 겨우 속세의 방역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억겁의 인연을 헤아리며 윤회를 생각하고 있는 힌두교 신자들을 논리적·과학적·정치적으로 설득해 방역에 동참하도록 설득하는 게 인도 정치인의 의무일 것이다. 사실 인도 정치인들도 지금 놀라고 있을 것이다. 전 세계가 인도를 걱정한다. 바로 우리의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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