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90%, 청년 혜택인가 생색내기인가
소득 적으면 효과 반감, 젊은 고소득자 혜택 쏠림 우려
같은 무주택 실수요자라도 현금 부족한 4050은 소외
업계 “세대 간 소등계층 간 편 가르기 정책이 될 수도”
여당이 무주택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를 사실상 90%까지 풀어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9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내 돈 9000만원만 있으면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인데, 일각에선 ‘편 가르기·고소득자를 위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대출 규제 완화다.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LTV 한도를 늘려주겠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규제 완화 수혜를 볼 수 있는 대상자의 폭이 얼마나 되느냐 하는 점이다. 청년층과 신혼부부만 규제 대상에서 빠지면 이들을 뺀 나머지 주택 마련의 꿈을 가진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소외된다.
현재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집을 사려면 집값의 최대 40%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9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려면 대출금 3억6000만원을 제외하고 자기 돈 5억4000만원을 보유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민층 가계에서는 현금을 이만큼 보유하고 있는 곳이 드물어 집을 사려면 ‘영끌’족이 돼야 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었다. ‘영끌’은 영혼까지 끌어 모아 집을 산다는 뜻의 자조 섞인 은어다. LTV에는 포함되지 않는 신용대출과 회사 대출,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한 대출, 증여나 상속 등의 방식으로 돈을 모은다는 뜻이다.
이는 비단 청년층이나 신혼부부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집값을 마련하느라 청약통장 사용을 미뤄온 40~50대도 현금을 충분히 보유하지 못해 전·월세를 감당하며 무주택자로 살거나, 영끌족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그런데도 청년층·신혼부부만 대출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정책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소문대로 나온다면 청년층과 중년층에 대한 편 가르기가 될 수 밖에 없다”며 “집을 사지 못해 자산 축적 경쟁에서 밀린 중년층은 사실상 버리는 정책”이라고 비평했다.
일각에서는 청년층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하지만 LTV 한도를 풀어주더라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행되면 효과가 반감되고 고소득자만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힘을 받고 있다. DSR은 모든 금융권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버는 돈의 몇 퍼센트(%)가 대출금을 갚는데 들어갔느냐를 따지는 것이다. 오는 7월부터 모든 규제지역에서 6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사거나 신용대출 1억원을 넘는 대출을 받을 때 DSR 40%를 적용한다.
현재 LTV 40% 상한 규정만 따지면 서울에서 9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때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은 3억6000만원이다. DSR 규제가 강화되는 시점 이후부터 여당 정책대로 LTV 한도가 늘어나면 소득에 따라 대출 규모가 달라진다. 연 소득 3000만원인 신혼부부가 서울에서 9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살 때 받을 수 있는 대출(30년 거치, 이자율 3%)은 약 2억3000만원에 그친다. 반면 소득이 많은 가계일수록 대출이 가능한 액수도 커진다. 연 소득 5000만원인 부부는 약 3억8000만원, 연 소득 8000만원인 신혼부부는 6억3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여당이 추진하는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가 젊은 고소득자를 위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 완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나온 일시적 정책”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하고 있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미미해 거래량 증가나 주택 매매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이코노미스트]와의 통화에서 “민원 해소 차원의 정책으로 볼 수 있지만, 대출을 받으려면 갖춰야 할 조건이 많아 수혜 대상자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규모 주택 공급이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기 전까지 부동산시장 안정화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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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대출 규제 완화다.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LTV 한도를 늘려주겠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규제 완화 수혜를 볼 수 있는 대상자의 폭이 얼마나 되느냐 하는 점이다. 청년층과 신혼부부만 규제 대상에서 빠지면 이들을 뺀 나머지 주택 마련의 꿈을 가진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소외된다.
현재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집을 사려면 집값의 최대 40%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9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려면 대출금 3억6000만원을 제외하고 자기 돈 5억4000만원을 보유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민층 가계에서는 현금을 이만큼 보유하고 있는 곳이 드물어 집을 사려면 ‘영끌’족이 돼야 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었다. ‘영끌’은 영혼까지 끌어 모아 집을 산다는 뜻의 자조 섞인 은어다. LTV에는 포함되지 않는 신용대출과 회사 대출,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한 대출, 증여나 상속 등의 방식으로 돈을 모은다는 뜻이다.
“청년층 수혜 기대” vs “일부 고소득자만 이득”
이는 비단 청년층이나 신혼부부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집값을 마련하느라 청약통장 사용을 미뤄온 40~50대도 현금을 충분히 보유하지 못해 전·월세를 감당하며 무주택자로 살거나, 영끌족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그런데도 청년층·신혼부부만 대출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정책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소문대로 나온다면 청년층과 중년층에 대한 편 가르기가 될 수 밖에 없다”며 “집을 사지 못해 자산 축적 경쟁에서 밀린 중년층은 사실상 버리는 정책”이라고 비평했다.
일각에서는 청년층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하지만 LTV 한도를 풀어주더라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행되면 효과가 반감되고 고소득자만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힘을 받고 있다. DSR은 모든 금융권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버는 돈의 몇 퍼센트(%)가 대출금을 갚는데 들어갔느냐를 따지는 것이다. 오는 7월부터 모든 규제지역에서 6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사거나 신용대출 1억원을 넘는 대출을 받을 때 DSR 40%를 적용한다.
무늬만 규제 완화, 부동산시장 안정 효과는 미지수
현재 LTV 40% 상한 규정만 따지면 서울에서 9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때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은 3억6000만원이다. DSR 규제가 강화되는 시점 이후부터 여당 정책대로 LTV 한도가 늘어나면 소득에 따라 대출 규모가 달라진다. 연 소득 3000만원인 신혼부부가 서울에서 9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살 때 받을 수 있는 대출(30년 거치, 이자율 3%)은 약 2억3000만원에 그친다. 반면 소득이 많은 가계일수록 대출이 가능한 액수도 커진다. 연 소득 5000만원인 부부는 약 3억8000만원, 연 소득 8000만원인 신혼부부는 6억3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여당이 추진하는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가 젊은 고소득자를 위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 완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나온 일시적 정책”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하고 있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미미해 거래량 증가나 주택 매매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이코노미스트]와의 통화에서 “민원 해소 차원의 정책으로 볼 수 있지만, 대출을 받으려면 갖춰야 할 조건이 많아 수혜 대상자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규모 주택 공급이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기 전까지 부동산시장 안정화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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