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해체 수순 밟나…수익몰수 빠져 '솜방망이 처벌' 비난
개발·관리 기능 분리, 기관별 재배치 밑그림
홍남기 “당·정·부처 간 협의 거쳐 방안 마련”
LH 임직원 규제 강화와 성과급 환수도 검토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분할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달 말 안에 구체적인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정부는 당·정 협의와 민의 수렴을 거쳐 최종 방안을 결정해 6월 안에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가 심각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따른 조치여서 정부가 강도 높은 지침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LH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10월 출범했다. 중복되는 업무를 줄이고 경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따라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통합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됐다. LH는 이후 부채 증가에도 불구하고 공공주택 공급 외에 4대강, 경인아라뱃길 등까지 떠맡으며 국책사업의 선두에 나섰다. 그러다 올해 LH 임직원들이 3기 신도시 건설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 정황을 한 사실이 발각되면서 12년여 만에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23일 국회와 정부·부처 등에 따르면 LH 구조조정을 위한 밑그림 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도출된 여러 방안들 중 높은 효과가 기대되는 방안을 선정해 당·정·부처 간 협의를 통해 이달 안에 최종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구조조정 방안을 수립하는데 적용하는 주요 기준으로는 ▶정보와 권한의 분산 ▶조직간 상호 견제 ▶비수익 사업에 주력 ▶수익 공유를 통한 독식 차단 ▶개발기능과 관리기능 분할 ▶주택공급 본연의 역할에 충실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직원의 부동산 투기 행태를 예방하는 규제 강화 방안도 점검하고 있다. ▶부동산 재산 신고·등록 ▶부동산 자산 실사용 여부 검사 ▶승진·인사시 부동산 소유 현황 검사 ▶수의계약 금지 ▶퇴직자의 관련 업체 취업 제한 등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규정은 아니다. 그 동안 적용기준이 모호하고 일부는 강제사항이 아니어서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던 내용이다.
논의 중인 여러 해체 방안 중 외부로 흘러나오고 있는 한 방안은 LH를 모회사와 자회사 구조로 개편하는 구상이다. 모회사는 임대주택 정책 실행, 임대할 주택 매입·재임대, 자회사 관리·감독 등의 기능을 맡는다. 자회사들은 토지·주택·도시재생 업무를 맡거나, 주택 관리와 상담을 맡는 구조다. 자회사들은 수익의 일부를 모회사의 주거복지 공공사업을 지원하는데 쓰게 된다. 즉, 정책·개발·관리 등 업무기능별로 조직을 분리해 정보와 권한이 집중되는 것을 막고, 본연의 역할인 공공주택 공급에 주력하게 만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확정된 바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LH 조직 개편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지난 20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국민 기대에 부합하는 과감한 혁신, 주택공급 일관 추진, 주거복지 강화 계기라는 기조에 따라 LH의 조직·기능 개편을 검토할 것”이라며 “오늘 회의에서 정부안을 사실상 마련하고 앞으로 당·정 협의에 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LH 임직원의 퇴직 후 취업 제한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는 “3·29 투기재발방지대책을 LH에 더 엄격하게 적용하고, LH 임직원의 퇴직 후 취업 제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설계공모·입찰비리 등 부조리를 근절하겠다는 복안이다.
한편, 정부는 LH 투기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기 위해 2020년도 LH 경영평가를 수정해 6월 중 발표하기로 정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전 해의 평가 결과도 수정할 예정이다. 평가가 수정되면 LH 임직원들에게 지급된 성과급은 환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경영평가 등급은 6단계(S·A·B·C·D·E)로 나뉜다. S가 가장 높고 E가 가장 낮으며, D 이하부턴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다. LH는 2017∼2019년도 경영평가에서 3년 연속 A등급을 받아 공기업들 중 가장 많은 성과급을 받았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한해 결산 기준 LH 성과급은 1인당 평균, 일반 직원은 약 996만원, 상임감사·상임이사는 약 7920만원, 기관장은 약 1억1880만원이다. 조사 결과 투기 정황이 다년 간에 걸쳐 드러난다면 지급한 성과급이 더 많아져 정부가 회수하게 될 금액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행보에 민심은 냉소적이다. 정부 대응에서 국민이 바라는 가장 중요한 조치가 빠져 있어서다. 부동산 투기로 개인 잇속을 차린 LH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한 수익 몰수와 강력 처벌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김진균(54)씨는 “역대 정부에서 그 동안 공무원들에 대한 처벌은 매번 유야무야로 끝났다”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믿은 국민을 바보로 만든 이번 LH 투기 사건에서 LH 직원들이 공공정책을 역이용했다는 근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명분으로 다시 솜방망이 처벌을 하면 LH가 아닌 정부가 공분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금융감독원이 LH 투기와 연루돼 대규모 대출이 이뤄진 특정 금융업체들을 조사했다”며 “조사 결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불법 투기를 한 정황이 의심되는 LH직원·공무원 등 25명과, 농지법을 위반한 40여명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제도 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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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10월 출범했다. 중복되는 업무를 줄이고 경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 따라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통합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됐다. LH는 이후 부채 증가에도 불구하고 공공주택 공급 외에 4대강, 경인아라뱃길 등까지 떠맡으며 국책사업의 선두에 나섰다. 그러다 올해 LH 임직원들이 3기 신도시 건설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 정황을 한 사실이 발각되면서 12년여 만에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23일 국회와 정부·부처 등에 따르면 LH 구조조정을 위한 밑그림 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도출된 여러 방안들 중 높은 효과가 기대되는 방안을 선정해 당·정·부처 간 협의를 통해 이달 안에 최종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구조조정 방안을 수립하는데 적용하는 주요 기준으로는 ▶정보와 권한의 분산 ▶조직간 상호 견제 ▶비수익 사업에 주력 ▶수익 공유를 통한 독식 차단 ▶개발기능과 관리기능 분할 ▶주택공급 본연의 역할에 충실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직원의 부동산 투기 행태를 예방하는 규제 강화 방안도 점검하고 있다. ▶부동산 재산 신고·등록 ▶부동산 자산 실사용 여부 검사 ▶승진·인사시 부동산 소유 현황 검사 ▶수의계약 금지 ▶퇴직자의 관련 업체 취업 제한 등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규정은 아니다. 그 동안 적용기준이 모호하고 일부는 강제사항이 아니어서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던 내용이다.
통합된 업무·기능 기관별로 분할 방안 논의
논의 중인 여러 해체 방안 중 외부로 흘러나오고 있는 한 방안은 LH를 모회사와 자회사 구조로 개편하는 구상이다. 모회사는 임대주택 정책 실행, 임대할 주택 매입·재임대, 자회사 관리·감독 등의 기능을 맡는다. 자회사들은 토지·주택·도시재생 업무를 맡거나, 주택 관리와 상담을 맡는 구조다. 자회사들은 수익의 일부를 모회사의 주거복지 공공사업을 지원하는데 쓰게 된다. 즉, 정책·개발·관리 등 업무기능별로 조직을 분리해 정보와 권한이 집중되는 것을 막고, 본연의 역할인 공공주택 공급에 주력하게 만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확정된 바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LH 조직 개편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지난 20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국민 기대에 부합하는 과감한 혁신, 주택공급 일관 추진, 주거복지 강화 계기라는 기조에 따라 LH의 조직·기능 개편을 검토할 것”이라며 “오늘 회의에서 정부안을 사실상 마련하고 앞으로 당·정 협의에 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LH 임직원의 퇴직 후 취업 제한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는 “3·29 투기재발방지대책을 LH에 더 엄격하게 적용하고, LH 임직원의 퇴직 후 취업 제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설계공모·입찰비리 등 부조리를 근절하겠다는 복안이다.
LH 경영평가 수정, 지급한 성과급 회수키로
한편, 정부는 LH 투기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기 위해 2020년도 LH 경영평가를 수정해 6월 중 발표하기로 정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전 해의 평가 결과도 수정할 예정이다. 평가가 수정되면 LH 임직원들에게 지급된 성과급은 환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경영평가 등급은 6단계(S·A·B·C·D·E)로 나뉜다. S가 가장 높고 E가 가장 낮으며, D 이하부턴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다. LH는 2017∼2019년도 경영평가에서 3년 연속 A등급을 받아 공기업들 중 가장 많은 성과급을 받았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한해 결산 기준 LH 성과급은 1인당 평균, 일반 직원은 약 996만원, 상임감사·상임이사는 약 7920만원, 기관장은 약 1억1880만원이다. 조사 결과 투기 정황이 다년 간에 걸쳐 드러난다면 지급한 성과급이 더 많아져 정부가 회수하게 될 금액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행보에 민심은 냉소적이다. 정부 대응에서 국민이 바라는 가장 중요한 조치가 빠져 있어서다. 부동산 투기로 개인 잇속을 차린 LH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한 수익 몰수와 강력 처벌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김진균(54)씨는 “역대 정부에서 그 동안 공무원들에 대한 처벌은 매번 유야무야로 끝났다”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믿은 국민을 바보로 만든 이번 LH 투기 사건에서 LH 직원들이 공공정책을 역이용했다는 근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명분으로 다시 솜방망이 처벌을 하면 LH가 아닌 정부가 공분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금융감독원이 LH 투기와 연루돼 대규모 대출이 이뤄진 특정 금융업체들을 조사했다”며 “조사 결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불법 투기를 한 정황이 의심되는 LH직원·공무원 등 25명과, 농지법을 위반한 40여명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제도 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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