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제 vs 백신, 뒤바뀐 제약·바이오주 운명은?
치료제 허가불발 속출…mRNA백신 관련주 주목
백신 개발 비용·임상 대상자 모집 쉽지 않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관련 기업의 주가 흐름이 뒤바뀌고 있다. 지난해까지 주목받던 코로나19 치료제 관심은 시들해졌고, 치료제보다 개발이 늦다는 평가를 받았던 국산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소식이 전해지며 관련주들의 주가는 급등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가 첫 조건부 허가를 받은 이후, ‘2호 치료제’ 후보로 꼽혔던 유력 제약회사들의 조건부 승인이 연이어 불발됐다.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보건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한 것이다. 이에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개발 기대감도 한풀 꺾인 모양새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늘면서 치료제 매출은 반비례 할 수 있다는 심리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한미협상을 계기로 백신생산 협력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국산 1호 코로나 치료제를 탄생시킨 셀트리온은 공매도 재개 여파까지 겹치며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셀트리온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40만원 가까이 치솟았지만 현재는 20만원대까지 내려왔다.
GC녹십자는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개발한 혈장치료제 ‘지코비딕주’의 임상시험 결과에 한계가 있다며 조건부 허가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받았다. 녹십자의 주가는 지난 1월 50만원대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30만원대로 내려왔다. 앞서 종근당 역시 지난 3월 급성췌장염치료제 ‘나파벨탄’의 식약처 조건부 허가가 불발됐다. 지난해 12월 27만원대까지 올랐던 종근당의 주가는 현재 13만원대를 기록 중이다.
단기간 주가가 급등하며 지난해 20만원대까지 올랐던 신풍제약도 현재는 6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신풍제약은 지난해 5월 식약처가 이 회사의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에 대해 코로나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 2상 시험을 승인해주며 주가가 급등했다. 현재는 국내 임상 2상을 완료해 관련 데이터를 분석 중이다. 이 회사는 이익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거품논란이 이어졌다.
mRNA백신 CMO·개발 주목…코로나19 백신 관련주 급등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31일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의 충전·포장 등 완제생산(DP)뿐 아니라 원료의약품(DS)까지 생산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회사 측은 “mRNA 백신 원료의약품 생산 설비를 인천 송도 기존 설비에 증설해 내년 상반기 내로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cGMP)에 대한 준비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의 완제의약품 공정을 맡게 됐으나 핵심기술을 포함한 원료의약품 생산 과정은 빠지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다만 이번 mRNA 백신 원의약품 생산 신규 서비스 추가는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의 일환으로 모더나 백신 생산과의 직접적인 연관성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본업인 단일항체 CMO에서 mRNA라는 백신 및 유전자치료제로 다각화를 하는 점이 고무적"이라면서 "P(가격)와 Q(생산량)에 따라 실적에 기여하는 바는 달라지겠지만 현재 단일항체 CMO 본업만으로 당사의 목표주가 100만원이 설명되는 상황이어서 mRNA백신 DS, DP CMO는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큰 호재"라고 평가했다.
국산 mRNA 백신 개발을 위한 정부 지원 논의가 시작되면서 관련주들의 주가 역시 들썩였다. 대표적으로 이연제약, 아이진, 진원생명과학 등이다.
우선 이연제약은 국내에서 유전자 치료제 및 백신 원료와 완제의약품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생산 시설을 내달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mRNA 완제 생산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1만원대였던 이연제약은 5월 4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아이진은 mRNA 백신의 내년 상용화를 예상하고 있다. 지질 나노입자 기술(LNP) 대신 면역증강제로 개발된 양이온성 리포좀을 mRNA 전달체로 개량한 백신을 개발 중이다. 아이진 역시 지난 3월 1만원대였지만 5월에는 4만2000원대까지 근접했다. 이연제약과 아이진은 코로나바이러스 mRNA 백신의 생산 및 후속 후보물질 공동개발에 나선 바 있다.
진원생명과학의 주가는 3월 1만원대에서 5월에는 2배가량 상승했다. 이 회사는 한미사이언스와 mRNA 백신의 대규모 생산기반 및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 구축에도 나섰다. 이번 협력은 10여 개 국내 기업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고 있는 백신 자국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양사는 향후 상용화될 후보물질들의 생산지를 한국과 미국 외에도 유럽 등 다른 지역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진원생명과학은 코로나19 mRNA 백신 이외에 바이러스 변이까지 예방하는 팬(pan) 코로나19 mRNA 백신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자회사인 VGXI를 통해 DNA 백신과 유전자 치료제의 핵심 원료물질인 플라스미드 DNA 및 mRNA 백신 원액을 위탁 생산할 수 있는 cGMP급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평택 바이오 플랜트 제2 공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미생물 배양·정제 시설과 주사제 완제품 생산을 위한 충진 시설을 갖추고 있다. mRNA 및 DNA백신 등 유전자 백신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공정을 개발 중이다.
에스티팜의 주가 역시 지난 3월 6만원대에서 5월에는 14만원대까지 상승했다. 에스티팜은 코로나 mRNA 백신 개발에 성공한 모더나, 화이자 등이 사용하는 제네반트의 LNP 기술과 특허 출원한 5′-capping(5프라임-캡핑) mRNA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변이 바이러스에도 대응이 가능한 자체 코로나 mRNA백신 개발을 본격화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밖에 현재 국내에선 5개 제약사가 식약처부터 임상계획 승인을 받아 8개 제품이 임상 시험에 들어가 있다. 바이러스 전달체(벡터) 백신을 개발하는 셀리드를 비롯해 SK바이오사이언스·유바이오로직스(합성항원 백신), 진원생명과학·제넥신(DNA 백신)이 임상계획 승인을 받았다. 이 가운데 임상 2상 진입 기업은 제넥신과 셀리드 두 곳이다. 이들 국산 백신은 하반기에 임상 3상에 착수해 내년 상반기 개발을 완료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코로나19 치료제와 마찬가지로 백신 개발 역시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임상 3상은 2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며, 임상 3상에 참여자가 3만~5만명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국내는 더욱이 다른 국가에 비해 코로나19 환자 수가 적고, 백신 접종자가 늘면서 임상 대상자를 모으기 쉽지 않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국산 백신 확보는 꼭 필요하다”며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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