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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보 '공격영업'으로 턴…실적 하락 부담 느꼈나

내재가치(EV) 상승에도 실적은 하락
장기인보험 경쟁 참전…장기 손해율·사업비 상승 우려

[사진 KB손해보험]
 
 
 
김기환 KB손해보험 사장이 올 초 부임 후 공격적인 행보로 회사의 체질개선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암, 자녀보험 등 장기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리며 수익성 확보에 나서는가 하면 연내 80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으로 2023년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 대비 재무건전성 안정화도 꾀하고 있다. 지난 몇년간 가치경영 기조를 내세우며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KB손보가 수장 교체 후 떨어진 실적 회복을 위한 체질개선에 돌입한 모양새다.
 
하지만 장기인보험 판매 대열에 부랴부랴 합류하면서 손해율 리스크도 커졌다. 후순위채 발행시 수십억원의 이자비용 발생도 부담이다. 출범 반년차를 맞은 '김기환호'는 공격적 경영으로 보험영업익이 상승세지만, 각종 경영지표면에서는 우려의 시각도 존재하는 모양새다.
 

뒤늦은 장기인보험 참전, 손해율 우려 커져

 
KB손보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688억원으로 전년(772억원) 대비 10.9% 감소했다. KB손보를 제외한 나머지 손보사 빅4(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의 올 1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30~160%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KB손보는 보험영업이익이 상승했지만 금리상승에 따른 채권처분이익이 대폭 감소하며, 빅4 중 나홀로 순익이 줄었다. 다만 장기인보험 판매 증가에 올 1분기 원수보험료는 2조89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상승했다. 
 
양종희 전임 대표 시절 KB손보의 내재가치(EV)는 상승곡선을 그렸다. EV는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성과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다. 양 전 대표가 꾸준히 강조한 '가치경영'의 상징적인 지표인 셈이다.  
[자료 KB손해보험]
 
[자료 금융감독원]
 
2017년 3조원대 수준이었던 EV는 지난해 7조8000억원대로 두배 이상 상승했다. EV 상승을 통해 KB손보의 장기적인 현금흐름이 원활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했다. 
 
문제는 표면적인 실적이 계속해서 하락세라는 점이다. KB손보의 당기순이익은 2017년 약 3600억원대를 기록한 이후 점차 감소세를 보이더니 지난해 1400억원대까지 실적이 쪼그라들었다. KB손보는 보험영업 부문이 아닌 금리변동에 따른 투자영업 부진 같은 일회성 요인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김기환 사장 입장에서 계속된 실적 하락은 재임기간 중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김 사장은 부임 후 장기인보험에 승부수를 걸고 있다. KB손보는 타 손보사들이 2018년부터 장기인보험에 집중할 때도 열풍에 동참하지 않았다. 당시 양 전 대표는 GA 시책 경쟁, 고위험상품 출시 등 장기보험 시장에서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건전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며 미래가치 중심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가치경영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계속된 실적 하락에 김 사장도 결국 장기인보험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해부터 판매를 시작한 표적항암제보험, 자녀보험 등 장기인보험 상품 영업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었고 1분기 초회보험료가 대폭 상승하는 등 판매량 부분에서 결실을 맺고있다. 
 
장기인보험은 보험료 납입 기간이 보통 2년 이상으로 상해·질병 등 사람의 신체나 생명에 관한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을 말한다. 암보험을 비롯해 치매보험, 치아보험, 어린이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보험사 입장에서 장기인보험 상품은 당장 고액의 원수보험료가 들어오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다만 장기인보험의 경우 장기적인 손해율 상승에 따른 리스크가 큰 편이다. 2017년부터 손해가 큰 자동차보험 사업 비중을 줄이고 장기인보험에 올인한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장기인보험 손해율은 90%를 돌파했다. 빅4 손보사도 2018년부터 경쟁적으로 장기인보험을 확대했고 이 부문 손해율이 대부분 90%를 넘어서거나 육박했다.  
 
장기보험의 사업비율이 20% 수준임을 감안하면 합산 손해비율은 모두 100%를 넘어선다. 장기인보험을 팔면 팔수록 적자를 본다는 얘기다. 이에 일부 손보사들은 지난해부터 장기인보험 상품의 혜택 및 판매량을 줄이는 식으로 손해율 관리에 나선 상황이다. 
 
장기인보험 판매 주력시 사업비도 꾸준히 상승할 수 있다. 사업비 비중이 높은 장기인보험 판매 확대 속 KB손보의 올 1분기 사업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0.59% 증가하며 20%(20.41%)를 넘어섰다. 
 
KB손보 관계자는 "가치경영을 기반으로 한 성장전략을 강화하고 있고 RBC비율은 추후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되면 개선될 것것"이라며 "장기위험 손해율도 현재 경쟁사 대비 우위에 있으며 전년동기 대비 개선폭도 가장 큰 상태"라고 설명했다.
 

8000억 후순위채 발행, 이자 부담 어쩌나

 
KB손보는 2023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를 대비하기 위해 자본확충이 필수다. 이를 위해 보험회사 자본적정성을 측정하는 지표인 RBC(지급여력) 비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올 1분기 기준, KB손보의 RBC 비율은 163.3%로 빅6 손보사 중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전체 손보사 중에서도 MG손보 등과 함께 최하위권이다. 업계 평균은 230%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권고 기준은 150%다.  
 
이에 김 사장은 연내 8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RBC비율 상승과 함께 장기인보험 판매 집중에 따른 사업비 부담도 덜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이미 KB손보는 지난달 3790억원의 후순위채 발행에 성공했다. 이자율은 3.40%이며 상환기일은 2031년 5월이다. 이번 후순위채 발행으로 KB손보의 RBC비율은 190%대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후순위채 발행시 발생하는 이자로 이차역마진 우려가 생겼다는 점이다. 올 1분기 KB손보의 운용자산이익률은 2.73%에 그쳤다. 다른 빅4 손보사들이 2.9~3.5% 사이의 이익률을 내는 것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이번 후순위채 발행 금리는 3.40%다. 하반기 나머지 후순위채 발행 때도 비슷한 3%대 금리가 예상된다. 이러면 KB손보가 8000억원을 운용해 얻게되는 수익(2.73%)에 비해 금리(3.4%)가 높아 이자비용이 더 나간다. 역마진 규모는 상환기일인 2031년까지 10년간 매년 수십억원이 될 수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적 하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김기환 사장은 성장 중심의 공격적인 영업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 백신 도입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줄어드며,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무리한 장기인보험 판매 확대는 손해율 부담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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