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삼국지 개막…‘중금리대출’ 금리와 한도는?
‘신중한 검토’ vs ‘적극적 행보’ vs ‘공격적 예고’
불붙은 업계 경쟁, 금융 소비자 혜택 확대 기대…건전성 악화 우려도
토스뱅크가 은행업 본인가 획득을 따내면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인터넷은행 삼국지 시대의 막이 오르면서 업계 내 화두로는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대출’이 떠오르고 있다. 중·저신용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하는 등 중금리대출 시장 규모를 늘리겠다는 것이 인터넷은행 3사의 공통된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인터넷은행 간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금융소비자 혜택이 확대됨과 동시에 지나친 출혈 경쟁으로 은행 건전성이 악화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다.
통상적으로 ‘중금리대출’은 신용등급 4~7등급, 820점(KCB 기준) 이하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대출을 의미하며 금융당국은 중금리 기준에 대해 연 6.5~16%로 명시하고 있다.
케이 “대출 잔액 늘리고 중금리 연계…사잇돌대출 검토 중”
인터넷은행 1호 케이뱅크는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전용상품은 없는 상태이지만, 기존 대출상품을 강화해 고객을 유입시킨 뒤 중금리대출로 연계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케이뱅크는 최근 아파트담보대출 상품 금리를 0.5%p 인하하는 등 일단 여신 고객을 확보해 대출 잔액을 늘린 후 중금리대출로 연계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케이뱅크가 취급하는 대출 상품은 ‘신용대출플러스’와 ‘신용대출’ 등 2가지인데, ‘신용대출플러스’는 고신용자부터 중·저신용자까지 사용 가능한 상품으로 최대 한도 5000만원, 금리는 연 4.44%~8.87% 정도다. 직장인을 비롯해 자영업자 등 비급여 고객도 심사기준을 만족하면 대출이 가능해 비교적 승인 범위가 넓다는 것이 케이뱅크 측 설명이다.
직장인 중·저신용자 가운데 경우에 따라선 한도가 비교적 높고 금리가 저렴한 ‘신용대출’ 상품을 우선 이용할 수도 있다. 해당 상품의 최대 한도는 2억5000만원, 금리는 연 2.28%~7.48%다.
케이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액 증가액을 지난해 5852억원에서 올해 1조2084억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사잇돌대출을 출시할 예정인데 상품을 새로 만들지, 기존 상품을 활용할 지에 대해 현재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중금리 적극 확대…중·저신용자 전용 상품 8월 출시”
카카오뱅크는 지난 3일 중·저신용 고객 대상 신용대출 공급 확대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매달 2500억원 규모의 중금리대출 상품을 신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9일 새로운 신용평가 모형을 적용해 중신용 대출 상품의 최대 한도를 기존 7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하고 금리를 최대 1.52%포인트 낮췄다. 해당 상품의 금리는 연 3.93%~9.14%다.
이날 선보인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은 카카오뱅크가 지난 2017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대출 신청 고객들의 금융 거래 데이터 약 2500만건을 분석해 반영한 것이다. 이동통신 3사가 보유한 통신료 납부정보와 통신과금 서비스 이용정보 등 통신 정보를 추가한 것도 특징이다. 중·저신용자와 금융이력부족 고객들을 위한 별도 신용평가모형도 개발했다.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을 적용한 지 일주일 만에 신용점수 820점 이하 고객에게 제공하는 대출 공급량이 2배가량 증가했다.
18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820점 이하 고객 대상의 중신용대출 공급액은 이달 1∼8일까지 147억원이었으나 새 신용평가모형 적용 이후인 9∼16일엔 293억원을 기록했다. 금액으로는 99%, 건수로는 74% 늘어난 수치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말 1조4380억원이었던 중·저신용 고객 대상 대출 잔액을 올해 말 3조1982억원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전용 대출 상품은 8월 초 출시 예정으로 해당 상품이 출시되면 중금리대출 상품 실적이 더 상승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스 “기존 신용등급 7등급도 4등급으로 상향 평가”
이르면 오는 9월 출범 예정인 토스뱅크는 중·저신용자 고객 확보를 위해 자체적인 시스템을 개발했다.
토스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만든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을 적용하면 기존 신용등급 7등급에 속하는 고객이 토스뱅크에서는 4∼5등급으로 평가되고, 이처럼 상향 평가된 중·저신용자가 전체 사용자의 30% 이상이라는 게 토스뱅크 측 설명이다.
토스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 대출 비율을 영업 첫해인 올해 말 34.9%로 설정하고 내년 42%에 이어 2023년 말까지 44%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 대출 잔액은 올해 말까지 1636억원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업계 내부에선 과당경쟁으로 은행 건전성이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금리대출의 경우 연체 가능성이 높고 건전성이 타격을 입으면 피해가 고객들에게 전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의 설립 취지 자체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대출인 것이 맞긴 하지만 출혈경쟁이 발생할 수도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이라며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기업의 경영 기조가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은행 건전성을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업계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 사업 허가를 내준 주요 취지 가운데 하나인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 확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고, 공급 실적을 늘리지 않으면 신사업 진출을 제한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강민경 기자 kang.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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