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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실손' 적자만 1.3조… 보험사 "4세대 실손 나와도 걱정"

7월부터 '보험료 차등화' 4세대 실손 출시
5년간 구실손(1세대) 가입자 줄었지만 적자폭은 커져
보유계약만 3000만건인 손보사 "판매 포기도 어렵다"

 
 
[중앙포토]
4세대 실손의료보험 출시가 열흘 앞으로 다가오며 보험사들의 주름도 깊어진다. 당국은 4세대 실손보험 상품을 통해 가입자별로 보험료에 차등을 둬 무분별한 의료쇼핑을 막아 손해율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손해율 원흉인 1세대 실손보험 가입자가 4세대 전환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실손보험 가입계약이 2900만건에 달하는 손해보험사들은 손해율이 치솟고 있지만 실손보험 판매 포기도 못하고 있어 생명보험사보다 곡소리가 커지고 있다.
 

4세대로 옮겨탈까… 업계는 '글쎄'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일부 생보사들은 오는 7월, '보험료 차등화'가 핵심인 4세대 실손보험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4세대 실손보험은 병원 이용과 보험금 청구 횟수가 잦은 가입자의 보험료가 할증된다. 반면 1년 내내 보험금을 한번도 청구하지 않은 가입자는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    
 
그동안 출시됐던 1~3세대 실손보험은 보험금 청구 횟수에 따라 할인, 할증해주는 내용이 없었다. 실손보험은 판매시기, 담보구성에 따라 2009년 10월 이전 판매한 ‘표준화 이전 실손’이 1세대(구실손), 2009년 10월~2017년 3월까지 팔린 ‘표준화 실손’이 2세대(신실손)이며 2017년 4월 이후 판매한 ‘착한 실손’이 3세대 상품이다. 금융당국은 새로운 방식의 4세대 실손보험이 보험가입자들의 보험료를 현실화시켜주고 보험사의 실손보험 적자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하지만 정작 보험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실손보험 적자의 원흉인 1세대 가입자들이 4세대 실손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적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실손보험 적자는 2조5008억원으로 1세대 실손보험에서만 1조2838억원의 적자가 났다.  
 
실손보험은 과거에 판매됐을수록 보험료가 비싸지만 보장내역은 더 탄탄한 편이다. 예컨대 1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비급여 치료에 대한 자기부담금이 0원이다. 반면 3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치료를 분리해 보험료는 낮췄지만 보장을 받으려면 따로 특약 가입을 해야 한다.다.  
 
특히 1세대 실손보험은 자기부담금이 없어 보험사 부담이 크다. 가입자가 도수치료나 MRI 등 고가치료를 받으면 치료비 전액을 보험사가 부담해야한다. 이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1세대 가입자들이 4세대로 옮겨가길 기대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분위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세대 가입자는 대부분 병원을 자주 이용해 본 중장년층으로 현재 실손보험 상품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며 "이들은 보험료 납입이력도 오래된 편이라 굳이 보험료가 할증될 수 있는 4세대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상당수의 가입자가 4세대로 전환한다해도 손해율이 떨어질지는 미지수다. 2016년 1세대 실손보험 가입건수는 1106만건으로 7536억원의 적자를 냈다.  
 
1세대 실손보험 가입건수는 지난해 854만건으로 약 250만건 감소했지만 적자액은 1조2838억원으로 오히려 커졌다. 가입건수가 줄어들어도 적자폭이 줄어들기는커녕 더 늘어난 것이다.
 

판매 포기도 못하는 손보사는 '울상'

 
손해율 증가에 많은 생명보험사들은 이미 실손보험 판매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 라이나생명은 2011년, 오렌지라이프생명은 2012년에, AIA생명은 2014년, 푸본현대생명은 2017년에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이밖에 2018년 이후에도 6곳의 생보사가 실손보험 판매를 포기했다. 기존 판매사였던 ABL생명은 최근 4세대 실손보험 판매를 중지할지 고심 중으로 알려졌다.  
 
생보사의 경우 실손보험 판매가 주력은 아니다. 지난해 기준, 전체 생명·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 보유계약 건수는 3496만건(손보사 2871만건)이지만 생보사 비중은 19%(625만건)에 그쳤다.  
지난해 손해보험사 실손보험 현황.[자료 금융감독원]
 
또한 현재 실손보험 보유계약이 100만건을 넘는 곳은 빅3 생보사(삼성·한화·교보)뿐이다. 대부분의 생보사들은 수만, 수십만건 판매에 그치고 있다. 그러면서 손해율은 100%를 넘어선 상태다. 100%를 넘기면 보험사는 적자를 본다. 생보사 입장에서는 굳이 실손보험 판매를 고집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ABL생명의 경우 실손보험 보유계약이 10만건으로 생보업계에서 비중이 0.3%에 불과하지만 합산비율((발생손해액+실제사업비)/보험료수익)은 130%를 넘어섰다. ABL생명이 4세대 실손보험 판매를 고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손보사다. 지난해 손보사들의 실손보험 합산비율은 127.3%로 생보사 평균(107.1%)보다 약 20% 포인트 높다.  
 
특히 생보사의 경우 손해율이 커지면 판매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손해율을 낮추고 있다. 생보사들의 실손보험 손실액은 2019년 1588억원에서 지난해 1314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손보사들의 실손보험 손실액은 2019년 2조3545억원에서 지난해 2조3694억원으로 149억원 증가했다. 손보사들은 올 1분기에도 실손보험에서 6866억원의 적자를 냈다.  
 
2000년대 후반 들어 실손보험 판매를 시작한 생보사들에 비해 손보사들은 판매기간이 훨씬 오래된 편이다. 가입건수도 약 3000만건에 달하고 있어 생보사에 비해 쉽사리 판매를 포기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3500만명의 국민이 가입한 만큼 사실상 '국민보험'이 된 실손보험은 여전히 미끼상품으로의 가치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손보사 중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 곳은 악사손보(2012년), 에이스손보(2013년), AIG손보(2017년) 등 중소형사 3곳에 불과하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3세대 실손도 손해율이 결국에는 상승추세를 보였듯, 4세대 실손이 손해율을 크게 줄여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며 "현재로서는 실손 청구 간소화로 인한 사업비 감소나 보험료 인상 등으로 적자분을 줄이는 방법 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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