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CO·현대제철 판가 인상 랠리…好실적 언제까지?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2분기 실적 기대감 ↑
실적 고점 우려 '솔솔'..."철강 공급 늘면 주가 내릴 것"
국내 철강사들이 잇따른 판가 인상에 나섰다. 철광석과 철스크랩 등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유통가격을 연초 대비 최대 60%가량 올렸다. 가격 인상이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 만큼 국내 철강사들을 향한 호실적 기대가 커지고 있다. 주가도 덩달아 날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국내 철강 제품 수요가 줄어들고 철강사 호실적이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현대제철 판가 인상 랠리…올해 최대 60% 인상
포스코에 이어 현대제철도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현대제철은 1t당 열연강판 유통가격을 연초 89만원에서 지난 25일 기준 130만원으로 인상했다. 후판 유통가격 또한 1t당 81만원에서 같은 시기 130만원으로 올렸다. 현대제철은 건물의 뼈대를 잡기 위해 사용되는 H형강 가격 역시 인상했다. 현대제철의 H형강 유통가격은 연초 1t당 87만5000원에서 현재 128만원이 됐다.
원자재 가격이 매달 최고가를 경신하자 국내 철강사는 지난해 말부터 판가 인상을 추진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마진율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중국 다롄상품거래소(DCE)에서 철광석 9월물은 전 거래일 대비 1.11% 올라 1t당 1184.5위안에 거래됐다. 철광석 가격도 지난 25일 기준 1t당 213.68달러로 지난해 6월 중순(103.44달러) 대비 107%나 치솟았다.
철강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점도 국내 철강사들의 판가 인상을 뒷받침했다. 국내로 들어오는 철강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산 저가 철강재가 줄어들면서 유통 물량은 줄고 평균 가격은 올랐기 때문이다. 올해 초 중국 정부는 탄소 저감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철강사에 쇳물 생산량을 줄이라고 주문했다. 쇳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조강 생산국으로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조강생산량 가운데 57.7%를 생산했다.
철강사 2분기 실적 기대감에 주가도 ↑
이재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 철강 가격이 급등한 만큼 2분기 포스코의 실적은 역대 최고 수준”이라면서 “2분기 평균 열연 유통가격이 1t당 300달러 수준으로 올랐지만 제선원가는 1t당 40달러 수준에 그쳤기 때문에 고로(용광로) 부문 수익이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자재보다 제품 가격 상승 폭이 커 수익 개선이 기대된다는 의미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완성차와 조선, 건설 등 전방산업의 수요 모멘텀이 강한 가운데 국내 철강 수입 감소로 타이트한 수급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5월 누계로 중국산 중후판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65.6% 급감했기 때문에 현대제철이 3분기 판가 인상에 다시 한번 성공한다면 수익 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적 상승 기대에 주가도 오름세다. 29일 포스코 주가는 34만7000원으로 마감해 1월 4일 27만3000원 대비 27.11% 상승했다. 현대제철 주가 역시 5만41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면서 같은 기간 31.31% 올랐다. 건설 자재로 쓰이는 봉·형강과 컬러강판을 생산하는 동국제강은 원자재 인상과 판가 인상 수혜를 가장 많이 입어 같은 기간 주가가 154.61%나 뛰었다.
공급 늘면 가격 인상 어려워…"2분기가 실적 고점될 것"
당장 현대제철소의 충남 당진3고로와 1열연공장도 가동을 시작해 국내 철강재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의 공장 보수 일정 역시 하반기 종료된다. 반면 원자재 가격은 글로벌 수요를 따라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철강사가 3분기에도 철강재 판가를 올린다면 건설과 조선 등 전방산업의 반발이 있을 것이란 점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사에 필요한 철근을 구할 수 없어 웃돈을 주고도 제품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도 국내 철근 공급에 팔을 걷고 나섰다. 지난 9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혁신성장 전략회의를 열고 "철근에 대한 우선 생산과 수출 물량의 내수 전환 등을 통해 국내 철근 공급을 확대하겠다"면서 "철강용 원자재와 철근의 신속 통관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달러화가 반등세를 보인 점도 철강사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원자재는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수입 비용이 증가한다. 박하일 경희대학교 교수(무역학과)는 "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동시에 오른다면 통상 수입 비중이 높은 철강업계엔 수입 단가가 오르는 효과가 있다"면서 "철강업계는 일반 소비자에게 바로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빠른 가격 전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철강 업황에 대해 “3분기 이후 국내 철강 업종은 선진국에서의 수요 회복에도 불구하고 역내 수요 둔화로 제품 가격 상승이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면서 "원재료 가격이 제품 가격 상승 폭보다 가팔라지면서 수익 마진이 극대화되는 것은 2분기로 보이며 이후 완만한 하락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선모은 인턴기자 seon.m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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