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 위법성 논란에 ‘제2의 중흥’ 우려까지
2000억원 깎아 준 인수가…초유의 가격 조정
배임·입찰방해 등 위법성 지적 나와
“어차피 인수자는 중흥”이라는 업계 소문대로 중흥건설이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절차의 위법성을 제기하고 있는 데다 국책은행으로서 산업은행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흥이 2000억 깎고 끝난 딜
중흥건설은 지난달 25일 본입찰 당시 2조3000억원을 써 냈으나 결국 이보다 2000억원 낮은 2조1000억원으로 가격을 다시 제시했다.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이 산은과 ‘딜’에 성공한 셈이다. 정 회장은 본입찰 당시 중흥이 경쟁자였던 DS네트웍스 컨소시엄보다 5000억원이나 비싸게 입찰한 사실을 알고 격노해 직접 이번 인수 건을 주도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재입찰에서 본입찰 당시 가격조정 조건(3%)과 달리 결국 10%가량 값을 깎아준 셈이 되면서 ‘특혜 의혹’이 생기고 있다. 결국 이날 발표 전부터 중흥건설이 인수자로 내정됐다는 소문대로 상황이 흘러갔기 때문이다. KDB인베스트먼트가 ‘과도한 가격차이’를 이유로 인수 후보들에게 가격 조정 기회를 부여한 점이 문제다.
KDB인베스트먼트는 부인해도…“입찰방해·배임 적용 가능”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간담회에서 “이번 딜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법적 사항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라며 “소송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우건설 노조 역시 입찰방해 및 배임혐의를 제기하고 있다. 심상철 대우건설 노조위원장은 “과도한 가격 차이를 이유로 재입찰을 진행하는 것은 명백한 입찰방해이자 특정 업체를 밀어주는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마음 급한 산은, 가격 조정 도미노 직면할까
그럼에도 불구 KDB인베스트먼트는 “건설업 특성상 시기가 좋고 매수지원자가 있을 때 팔아야한다”며 “매각이 성사가 안 된다면 상처 받는 것은 대우건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주택사업이 호황인 시기를 맞아 산업은행이 입찰가를 깎아줘 가며 급하게 매각을 추진했다는 사실은 여전하다.
해상운임이 급등하며 몸값이 높아진 HMM 사례도 비슷하다. 산업은행은 보유하고 있던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등 HMM 역시 매각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DS네트웍스가 이번 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법적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아도 산은이 실수를 하긴 한 것 같다”면서 “앞으로 다른 기업 매각 과정에서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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