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기후위기 대응 ESG, 전환 계획도 목표도 없었다
10대 그룹 기후위기 대응 리더십 성적표
RE100 SK·삼성그룹 낙제 겨우 면한 수준
롯데, 농협, 한화, GS, 현대중공업 낙제
국내 주요 대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 말잔치에 그쳤다. 기후위기 심화 속에 삼성, SK, 현대자동차 등 국내 10대 대기업그룹이 올해 하나같이 탈탄소 ESG경영을 외쳤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그룹 총수들이 직접 기후위기 대응을 언급했던 것과 대조된다. 그나마 SK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사용 전력 전체(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글로벌 캠페인 RE100으로의 그룹 차원 참여를 밝혔다. 다만 목표 시점은 2050년으로 미뤘다.
8일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발표한 ‘10대 그룹 기후위기 대응 리더십 성적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 100개 계열사(각 그룹 당 10개) 중 RE100 이행 계획이 존재하고 목표 시점이 2030년 이전인 곳은 단 3곳에 불과했다. 2030년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른 국가온실가스감축 목표의 기준점으로 한국은 50%(2017년 대비) 이상 감축을 요구받고 있다. 삼성물산, LG이노텍만이 재생에너지 100% 충당과 2030년까지 전환 목표를 제시했다.
그룹별로는 SK와 삼성그룹만이 낙제점을 면했다. 그린피스는 지난 4월 12일부터 5월 7일까지 자산 총액 기준으로 상위 10개 그룹 각 10개 계열사에 사용전력의 100% 재생에너지 대체 여부, 재생에너지 100% 목표연도, 기후 대응 관련 정보공개 여부를 각각 물었다고 밝혔다. SK는 10개 계열사 모두 조사에 응했고, RE100 이행 계획과 목표연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10개 계열사가 2050년을 RE100 시점으로 정했다.
삼성그룹은 10개 계열사가 RE100 이행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지만, 목표연도를 세운 곳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SDS 등 4곳에 불과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2018년 미국·유럽·중국 시장에서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고도, 국내의 RE100 목표연도를 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1’에 따르면 2019년 1380만t이었던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해 1480만6000t으로 증가했다.
기업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 생산 전력으로 전환하는 것을 뜻하는 RE100은 자발적 캠페인으로 시작했지만, 이제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등 ESG경영을 평가하는 잣대로 쓰인다. 국내 기준 지난해 한 해 동안 사용된 전력의 절반 이상(55%)을 산업 부문에서 사용할 정도로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이 기후위기 대응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는 가장 확실한 온실가스 감축 방법”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선 이미 RE100 전환이 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정보통신(IT) 기업은 물론 BMW, 나이키, 샤넬, H&M 등 제조·유통 기업도 RE100 계획을 밝혔다. 특히 수많은 부품 협력사를 거느린 애플은 자체 사업장은 물론 모든 부품 협력사에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달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기준 RE100 선언 글로벌 기업 317곳의 재생에너지 100% 목표는 평균 2028년으로 집계됐다.
그린피스 보고서에서 무응답 낙제점을 받은 현대차그룹은 지난 6일 RE100 가입을 선언했다. 완성차를 만드는 현대차와 기아는 물론 현대차와 기아에 차량 부품을 공급하는 그룹 계열사 3개사도 합세했다. “자동차 제조·사용·폐기 등 전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하지만 현대제철 등 전력 사용이 많은 계열사는 제외됐고, 재생에너지 100% 전환 목표 시점도 2050년으로 글로벌 기업 목표 대비 22년 뒤처졌다.
이 밖에 온실가스 배출량 국내 1위 기업인 포스코는 RE100 이행 계획이 있는 계열사가 6곳, 목표연도도 정한 계열사가 5곳에 그쳤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2020년 포스코 기후행동보고서에서 이미 “기후변화 대응은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부터 해결에 나서야 하는 이슈”라고 밝힌 것과 대조된다. LG그룹은 10곳 중 4곳만이 RE100 실현과 목표연도를 밝혔다. 나머지 롯데, 농협, 한화, GS,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그룹은 계획이 없거나 아예 무응답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계 경제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수준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5개국의 경제전문가 100인을 대상으로 국내 기업들의 기후 위기 대응 수준 조사에 따르면 ‘잘 대응하고 있다’는 응답이 34명에 머물렀다. 한국 기업들이 기후위기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은 프랑스에서 30%, 미국, 영국, 독일에서 25%를 기록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10%만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일각에선 국내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환 지연 등 기후위기 미대응이 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기후 대응을 무역정책과 연계하기 시작하면서, 탄소배출을 줄이지 않을 경우 기업의 비용 부담이 막대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홍종호 서울대 교수(환경대학원)는 “기업 활동 중 탄소배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전력 사용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부족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RE100 이행의 장애물’로 응답 기업의 81.6%는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량 한계’를, 92.1%는 ‘재생에너지 전력가격’을 꼽았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는 “세계 주요국 대비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소 설치량이 적고 경제성이 낮은 이유에는 기업 참여의 부족도 있다”면서 “전력 사용이 많은 10대 기업들이 목표를 확실히 세우고 재생에너지 수요를 늘리면 투자도 늘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10대 그룹 100개 계열사가 전체 가구보다 많은 전력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한해 동안 한국전력이 국내 10대 그룹 총 100개 계열사에 판매한 전력은 89TWh로 주택용 전력 판매량 76TWh보다 17% 많았다. 김성환 의원실 관계자는 “국내 100개 기업이 2000만 가구가 쓰는 것보다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산업 부문 소비전력량은 55%로 주택용(15%)보다 많았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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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발표한 ‘10대 그룹 기후위기 대응 리더십 성적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 100개 계열사(각 그룹 당 10개) 중 RE100 이행 계획이 존재하고 목표 시점이 2030년 이전인 곳은 단 3곳에 불과했다. 2030년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른 국가온실가스감축 목표의 기준점으로 한국은 50%(2017년 대비) 이상 감축을 요구받고 있다. 삼성물산, LG이노텍만이 재생에너지 100% 충당과 2030년까지 전환 목표를 제시했다.
삼성전자 온실가스 배출량 오히려 증가
삼성그룹은 10개 계열사가 RE100 이행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지만, 목표연도를 세운 곳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SDS 등 4곳에 불과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2018년 미국·유럽·중국 시장에서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고도, 국내의 RE100 목표연도를 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1’에 따르면 2019년 1380만t이었던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해 1480만6000t으로 증가했다.
기업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 생산 전력으로 전환하는 것을 뜻하는 RE100은 자발적 캠페인으로 시작했지만, 이제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등 ESG경영을 평가하는 잣대로 쓰인다. 국내 기준 지난해 한 해 동안 사용된 전력의 절반 이상(55%)을 산업 부문에서 사용할 정도로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이 기후위기 대응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는 가장 확실한 온실가스 감축 방법”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선 이미 RE100 전환이 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정보통신(IT) 기업은 물론 BMW, 나이키, 샤넬, H&M 등 제조·유통 기업도 RE100 계획을 밝혔다. 특히 수많은 부품 협력사를 거느린 애플은 자체 사업장은 물론 모든 부품 협력사에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달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기준 RE100 선언 글로벌 기업 317곳의 재생에너지 100% 목표는 평균 2028년으로 집계됐다.
22년 늦는 현대차그룹 RE100 선언
이 밖에 온실가스 배출량 국내 1위 기업인 포스코는 RE100 이행 계획이 있는 계열사가 6곳, 목표연도도 정한 계열사가 5곳에 그쳤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2020년 포스코 기후행동보고서에서 이미 “기후변화 대응은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부터 해결에 나서야 하는 이슈”라고 밝힌 것과 대조된다. LG그룹은 10곳 중 4곳만이 RE100 실현과 목표연도를 밝혔다. 나머지 롯데, 농협, 한화, GS,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그룹은 계획이 없거나 아예 무응답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계 경제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수준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5개국의 경제전문가 100인을 대상으로 국내 기업들의 기후 위기 대응 수준 조사에 따르면 ‘잘 대응하고 있다’는 응답이 34명에 머물렀다. 한국 기업들이 기후위기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은 프랑스에서 30%, 미국, 영국, 독일에서 25%를 기록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10%만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일각에선 국내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환 지연 등 기후위기 미대응이 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기후 대응을 무역정책과 연계하기 시작하면서, 탄소배출을 줄이지 않을 경우 기업의 비용 부담이 막대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홍종호 서울대 교수(환경대학원)는 “기업 활동 중 탄소배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전력 사용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됐다”고 강조했다.
전력 사용은 10대 그룹 계열사가 독식
한편 국내 10대 그룹 100개 계열사가 전체 가구보다 많은 전력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한해 동안 한국전력이 국내 10대 그룹 총 100개 계열사에 판매한 전력은 89TWh로 주택용 전력 판매량 76TWh보다 17% 많았다. 김성환 의원실 관계자는 “국내 100개 기업이 2000만 가구가 쓰는 것보다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산업 부문 소비전력량은 55%로 주택용(15%)보다 많았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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