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영 부동산 법률토크] 매수한 아파트에 누수가 생긴다면?
하자발생 시점·정도 가려야…면밀한 접근 필요
구축 아파트 매도인 책임 입증 까다로워
올해 초 준공된 지 15년 정도 된 아파트를 구입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지난 달 욕실에 누수가 발생하여 아래층 입주민이 피해를 입는 바람에 보수공사를 진행하고 아래층 입주민의 손해까지 배상해주었습니다. 제가 구입한 아파트에서 불과 몇 달 만에 이런 누수와 같은 하자가 발생했음을 이유로 매도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소중한 내 집을 매수하셨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돈을 지출하셨으니 당황스럽고 속상하시겠습니다. 질문자 사례에서는 하자가 아파트 매매계약 당시 존재하였는지, 매수인이 계약을 하기 전에 하자 여부를 꼼꼼히 살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관련 민법 조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제580조
① 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때에는 제575조 제1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그러나 매수인이 하자 있는 것을 알았거나 과실로 인하여 이를 알지 못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575조
① 매매의 목적물이 지상권, 지역권, 전세권, 질권 또는 유치권의 목적이 된 경우에 매수인이 이를 알지 못한 때에는 이로 인하여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매수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기타의 경우에는 손해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다.
제582조
제580조에 의한 권리는 매수인이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6월 내에 행사하여야 한다.
즉 질문자가 구입한 아파트(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고 그 하자로 인해 아파트를 사용할 수 없는 정도라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면 매도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뿐입니다. 또 이런 조치를 위해서는 매매계약 당시 하자가 존재했어야 하고, 이는 매수인이 입증해야 합니다. 그러나 매수인이 이미 하자가 있었음을 알고 있었거나, 조금만 신경 썼다면 확인할 수 있는 하자 여부를 놓쳤다면 매도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것이지요.
질문자의 사례에서는 연식이 15년 정도 된 아파트로서 서서히 노후화가 진행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누수가 발생하는 하자가 매수 이후인 최근에 발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최근 이와 유사한 사안에 관한 판결이 있었는데요. 아파트를 매수하였는데 누수가 발생하자 매수인이 매도인을 상대로 하자보수비용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담당 법원은 “해당 아파트는 지어진 지 14년가량 지난 아파트이기 때문에 이미 상당히 노후화된 상황이었고, 같은 아파트의 다른 단지에서도 누수가 발생한 점에 비추어 아파트 매매계약 당시에 누수의 원인인 하자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아파트가 노후화되어 매수인이 매수한 후에 누수라는 결과가 현실화했다고 본 것이죠.
이런 하자가 발생하면 보수비용이 적지 않아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는 경우가 많은데요.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보아야 책임소재를 가릴 수 있으니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셔서 초기부터 제대로 대응하시면 좋겠습니다.
※필자는 법률사무소 서월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건설 재경본부에서 건설·부동산 관련 지식과 경험을 쌓았으며 부산고등법원(창원) 재판연구원,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로 일했다.
임상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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