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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남기고 ‘적자’ 인터파크만 판다…이기형 회장의 야심

실적 악화·위태로운 점유율…인터파크와 결별 배경
‘캐시카우’ 아이마켓코리아 중심으로 바이오 사업 확장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 [중앙포토]
 
이기형 인터파크 대표이사 회장이 인터파크와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인터파크는 이 회장이 1995년 LG유플러스의 사내벤처 육성프로그램을 통해 설립한 곳. 1997년 지분을 인수해 독립한 뒤 24년 동안 회사를 이끌어왔다.  
 
이 회장은 인터파크를 판 뒤 알짜기업인 아이마켓코리아를 중심으로 바이오 관련 사업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공연‧여행에 특화된 인터파크 특성상 시장 점유율이 낮고, 코로나19가 다시 재점화 되는 현 상황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선 네이버와 카카오, 롯데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실구매자는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싸다 싸! 인터파크 몸값…1500억원 안팎 전망

업계에 따르면 인터파크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이 회장은 최근 NH투자증권을 매각자문사로 정하고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그는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회사 지분 28.41%를 확보하고 있다.  
 
인터파크 주력 사업은 공연‧티켓 분야로 이쪽 시장 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시가총액은 5634억원으로 종가 기준 단순 추산한 몸값은 1500억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이 포함되더라도 2000억원이 넘지 않는 선에서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으로 100조원 가치를 인정받은 쿠팡, 신세계그룹에 3조4400억원에 매각된 이베이코리아를 빗대보면 이커머스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매물에 속하는 셈이다.  
 
인터파크 홈페이지 화면. [사진 화면 캡쳐]
 
한편에선 그만큼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실제 인터파크의 이커머스 시장 내 점유율은 2%에 불과하다.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실적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인터파크 지난해 매출액은 3조1692억원으로 전년보다 7.1% 줄었고, 1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했다. 올 1분기에도 61억원의 적자를 냈다.  
 
여행과 공연 등 특화 사업 분야도 위태롭긴 마찬가지다. 여행‧숙박은 야놀자, 여기어때 등 숙박 플랫폼에 밀린지 오래고 공연 티켓 분야는 코로나19로 침체된 시장이 언제 회복될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 캐시카우인 아이마켓코리아가 빠진 점도 매력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이 회장이 2009년 국내 최대 오픈마켓인 G마켓을 이베이코리아에 매각한 뒤 인수한 MRO(소모성 자재 구매대행) 사업이다. 삼성 등 국내 대기업에 기업 구매 물품을 납품하는 일을 해오면서 꾸준히 실적을 내왔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음에도 405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이 아이마켓코리아에서 났다.  
 

바이오 사업 야심 펼칠 것…새 주인은 누구?

업계에선 이 회장이 ‘적자’인 인터파크를 떼 낸 뒤 ‘알짜’ 아이마켓코리아를 중심으로 바이오 관련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인터파크는 지난해 7월 사내 바이오융합연구소를 분사해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를 설립했다. 이곳에서 줄기세포 기술을 활용한 신약 개발 플랫폼과 맞춤형 헬스케어 사업 등을 준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물류나 포털 기반이 없는 전자상거래 시대가 끝났다고 진작부터 판단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G마켓 매각 이후부터 인터파크가 장기적으로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손을 뗄 것이라 이야기가 나돌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인터파크가 잘 팔릴 수 있는지 여부다. 유력 후보자로 지목되고 있는 네이버, 카카오 등도 자체 플랫폼을 활용해 충분히 여행‧공연 사업을 특화시킬 수 있는 구조여서 인터파크 매각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베이코리아를 놓친 롯데도 인터파크 자체 매력도를 높게 판단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선 저렴한 몸값에도 불구하고 실구매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결국 인터파크도 사모펀드(PE) 품에 안길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아직 뚜렷한 인수 후보자가 없고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심해지는 시기라 매각 과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이 회장도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경쟁이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 구조 속에서 더이상 인터파크를 끌고 갈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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