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업체도 '양극화'…팔 걷고 나선 지자체
대형 車부품사는 해외 사업 확장
중소업체는 1년 만에 77곳 사라져
지역 중소업체들 “자금·인력 모두 부족한 상황”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산업의 변화에 적응이 용이한 대기업은 해외 사업을 확장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은 경쟁력을 키우기는커녕 사업을 유지하기도 벅찬 상황이다. 업계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중소업체가 미래차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車부품사, 글로벌 공급망에 속속 진출
국내 자동차 부품사의 위상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세프라 외에도 다수 업체가 해외 완성차업체의 수주를 속속 따내고 있다. 엔진용 피스톤 전문 제조업체인 동양피스톤의 해외 수주 금액은 올해부터 향후 6년간 10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상하이GM·폴크스바겐 등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는 화승알앤에이도 친환경 자동차 부품 개발을 강화해 글로벌 수주를 확대할 계획이다. 화승알앤에이는 올 초 화승코퍼레이션에서 인적분할했다.
미국 오토모티브뉴스가 집계·선정하는 2020년 글로벌 100대 자동차 부품사 순위에서도 국내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100위 안에 들어간 업체는 2018년에는 5곳에 불과했으나, 2019년에는 8곳, 2020년에는 9곳으로 늘었다. 순위 상승도 눈에 띈다. 2019년에 비해 2020년에 현대트랜시스(34위)는 4계단, 한온시스템(39위)는 3계단, 에스엘(77위)은 12계단 등 올라섰다.
전기차 시대 온다…중소형사는 경쟁력 후퇴 중
하지만 중소업체들의 시름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대형 자동차 부품업체수는 늘어난 반면 중소 부품업체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에 616개였던 중소업체는 2020년에 478개를 기록했다. 5년간 138개사가 사라진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회사 대부분은 계열사와 인수합병하거나 폐업한 곳으로 알려졌다. 한편 같은 기간 대형업체는 24개사 증가했다.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내연기관 전용 부품업체들이 생존 위기에 내몰린 탓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전기차 부품수는내연기관차에 비해 약 37% 적다. 또한 협회는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70% 가까운 부품업체들이 매출 축소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없는 중소업체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와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가 대구·경북 지역 내 자동차부품업체 50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역 내 자동차 부품업체 73.7%가 자동차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 계획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준비 상황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자동차업체의 56.6%가 기술개발 계획 정도의 초기 사업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이들은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차 분야로 진출하는 데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투자·개발자금 부족(23.2%)과 기술·전문인력 부족(18.8%) 등을 꼽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동차 업계는 미래차 전환을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등을 비롯한 4개 단체는 지난 12일 국회의 지원을 요청하는 공동건의문을 제출했다. 해당 건의문에는 ▷부품기업의 미래차 전환 투자를 위한 금융 지원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의 균형 발전 지원 등의 항목이 포함됐다.
한편 지자체 차원에서는 도내 자동차 부품업체를 비롯한 완성차 협력업체를 지원하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 경남도는 지난 3월부터 6월 말까지 '경남 미래 모빌리티 혁신기업 기술금융 지원플랫폼‘을 구축하고 도내 33개 사에 425억 원을 지원한 바 있다. 충남도도 지난달 말까지 도내 61개 부품업체에 중소기업육성자금 140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스마트 공장 구축 사업을 통해 제품 설계 및 생산 공정 고도화·전문인력 교육 훈련 등을 실시하고 있다.
정지원 인턴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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