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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유튜브 넘는 플랫폼 되나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브랜딩 차원에서 보는 ‘메타버스’ 경제
결코 Z세대 전유물에서 그치지 않는다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 안의 가수 블랙핑크 모습. [사진 네이버]
 
조금 성급해 보이기는 하지만, ‘메타버스’의 등장을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리고 스마트폰이 세상에 처음 소개됐을 때와 같은 엄청난 변화의 전조로 해석하는 주장이 있다. 이 말이 맞는다면 메타버스가 산업계 지형은 물론 마케팅과 브랜딩의 문법을 크게 바꿀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분명한 것은 ‘Z’세대 전유물로 알려졌던 이 ‘메타버스(Metaverse)’를 바라보는 눈이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  
 
우리말로 ‘초월’ 혹은 ‘가상’이란 의미의 ‘메타(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유니버스(universe)’가 합쳐진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아직 그 정의가 포괄적이고 모호하지만, 메타버스 플랫폼들을 보면 온라인 속 가상공간에서 아바타 모습을 보면 된다. 메타버스는 가상공간 속 아바타들이 서로 소통하고, 돈을 벌고 소비하고, 놀이·업무를 하는 등 현실 활동을 그대로 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해석된다.
 
2020년 어린이날은 코로나19 때문에 청와대 행사가 메타버스 플랫폼인 ‘마인크래프트’에서 이뤄졌다. 여기에서 만들어진 청와대 공간에 어린이들이 자신의 아바타로 참석해 대통령과 영부인 아바타와 시간을 보낸 것이 뉴스로 나오면서 기성세대에게는 메타버스의 존재가 알려졌다.
 
그런데 게임에 친숙한 Z세대에게는 미국의 유명 래퍼 ‘트래비스 스콧’이란 가수가 포트나이트(Fortnite)라는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에서 콘서트를 하면서 이미 유명해졌다. 이 가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콘서트 투어를 하면서 18억원 정도의 수익을 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로 콘서트를 열 수 없자, 과감히 포트나이트(Fortnite)에서 콘서트를 진행했는데, 대박이 터졌다. 트래비스 스콧이 이 안에서 연 콘서트는 동시 접속자가 1200만명에 이르렀고, 무려 216억원의 수익이 났다. 물론 코로나로 외출이 불가능해지자 10대들이 더 몰린 탓도 있지만, 메타버스에 투자자들이 주목하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  
 
‘포트나이트’는 원래 미국의 ‘에픽게임즈’에서 2017년 출시한 ‘배틀로열’ 게임(일본영화 배틀로얄에서 유래한 슈팅 비디오게임으로, 주로 다인용 온라인게임에서 서바이벌 게임 요소와 라스트맨 스탠딩 요소를 융합한 게임 장르) 브랜드다.  
 
우리나라 가수 BTS도 여기서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의 안무 버전을 런칭하고, 이 플랫폼 안에 마련된 가상 스크린에서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공개한 영상을 보며 플레이어들은 음악을 감상하고 안무를 따라 하기도 했다. 그덕이었는지, BTS 다이너마이트는 공개 당시 24시간 만에 1억100만뷰를 기록해 유튜브 뮤직비디오 사상 ‘24시간 최다 조회 수’ 신기록을 세웠다.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 [사진 로블록스]
 
메타버스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플랫폼은 ‘로블록스(Roblox)다. 게임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으로 참여자는 플레이어 겸 개발자가 돼 스스로 게임을 만들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제작한 게임에 참여 할 수도 있다. 로블록스 스튜디오를 이용해 게임을 개발하고 이 게임을 다른 사람이 참여해 즐기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다. 물론 다른 사람의 게임을 이용하면 개발자에게 로블록스에서 통용되는 화폐인 ’로벅스‘를 내야 한다.  
 
로블록스 스튜디오에는 그동안 800만명이 5000만개가 넘는 게임을 제작해 왔고 2020년 기준, 127만명이 평균 1만 달러를 벌었다. 상위 300명은 10만 달러 넘는 수익을 냈다. 그중에서도 40만명이 로블록스에서 전업으로 게임을 개발한다.  
 
로블록스는 2006년부터 시작된 플랫폼인데 작년 기준 MAU(월간 활성사용자)가 1억5000만명에, DAU(일 활성 사용자)가 3300만명(美비즈니스어브앱스자료)이다. 미국 9~12세 어린이들의 60%가 로블록스를 이용 중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들이 로블록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유튜브의 2.5배라는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투자자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올해 3월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할 때 시장 가치가 383억 달러(44조원)에 이르렀다.
 

세계가 주목하는 네이버 플랫폼 ‘제페토’ 

 
어린이날 행사를 가상세계에서 진행한 청와대. [사진 청와대]
 
네이버가 만든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Zepeto)’도 요즘 전 세계 각지의 러브콜을 거절하기 바쁠 정도로 뜨거운 존재가 됐다. 블랙핑크의 팬 사인회를 여기에서 진행해 유명해졌다. 무려 4600만명이 모였다. 가상공간인 ‘블핑하우스’도 만들어 누적 방문자가 1300만 명이 넘었다.  
 
제페토는 2018년 네이버의 자회사인 ‘화이트’가 만든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제페토는 자신의 아바타를 이용해서 다른 이용자와 소통하거나 다양한 가상현실을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SNS 기능도 있어 이용자끼리 여러 가상공간에서 문자는 물론, 음성, 이모티콘으로 교류를 할 수 있고 가상세계 안에서 이용자들이 모여 게임을 하거나 춤을 추는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지난 2월 기준, 제페토 가입자 수는 2억명에 달했다. 이 중 10대가 80%를 차지한다. 놀라운 것은 90%가 해외 접속자라는 점이다. 미국의 주요 메타버스 플랫폼이 게임을 기반으로 하는 반면, 제페토의 차별점은 가상세계 안에서의 소셜 서비스와 자신과 닮은꼴 아바타를 만드는 아바타 생성기술, 그리고 사용자 창작 콘텐츠(User Generated Contents)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네이버 AR 기술을 활용해 사진으로 자신과 닮은 아바타를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1000개가 넘은 표정까지 지원해 실제 느끼는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사용자들은 제페토 스튜디오에서 누구나 아이템을 제작, 판매할 수 있다. 자신의 아바타에 아이템 옷을 ‘젬’과 ‘코인’이라는, 여기서 통용되는 디지털 화폐로 사서 입히는 것은 물론, 개인이나 심지어 명품 브랜드들이 이곳에 입점해 아이템을 판매하고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고 있다.  
 
이덕에 최근에는 명품 브랜드 ‘구찌’가 제페토에 ‘구찌 빌라’를 짓고 신상품을 선보였다. ‘나이키’와 함께 만든 신발 아이템은 500만개가 넘게 팔리기도 했다. 나이키의 신제품은 현실 세계보다 메타버스에서의 판매량이 더 많았다. (물론 가격은 실제 제품이 아닌 덕에 저렴하다) 이들 두 브랜드뿐 아니라 ‘디즈니’와 ‘푸마’같은 Z세대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들은 물론이고 CU 편의점을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제페토 안에서 샵을 열었다. 여기서 아이템을 제작하는 크리에이터 수가 불과 1년 만에 70만명, 제출된 아이템만 약 200만개다. 판매된 크리에이터 아이템만도 2500만개에 이른다. 이곳에서 아이템을 만드는 크리에이터를 전업으로 해서 월 1500만원을 버는 크리에이터도 생겨났다.
 
네이버가 만든 베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사진 네이버]
 
여기까지만 보면 10여 년 전에 나타났었던 가상현실 서비스 ‘세컨라이프’가 연상 된다.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에 힘입어 조금 더 풍부한 그래픽 기술과 AR 기술, 그리고 스마트폰이 결합 됐지만 컴퓨터 속 가상세계 안에서 사람들이 소통하고 관계를 맺고, 수많은 글로벌 브랜드들은 그 안에 샵을 만들어 제품을 판매했던 ‘세컨드 라이프’와 다르지 않다.  
 
세컨라이프는 미국 린든 리서치가 2003년 개발, 2006년에서 2007년 무렵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한때 전 세계 800만명의 이용자가 즐겼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후 페이스북, 트위터의 등장과 더불어 사라진 서비스다.  
 
세컨라이프를 기억하는 이들은 메타버스의 등장을 무언가 엄청난 새로운 것으로 기대를 하다가 그 실체를 보고 ‘오래된 미래’라고 인식한다. 이들은 메타버스의 본질은 컴퓨터에서 스마트폰에 들어온 ‘세컨라이프’이며, 여기에 게임, AR, VR기술, 이커머스, SNS, 그리고 아바타라는 기존에 존재하고 있었던 기술을 종합해 새로운 개념으로 포장한, 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한 마케팅 용어일 뿐이라고 한다.  
 

게임을 넘어 3D 디지털 현실 구현  

그런데 글로벌 반도체 설계 기업인 앤비디아(Nvidia)의 창업자이자 CEO인 젠슨 황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얘기가 좀 다르다. 그는 메타버스를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년이 놀라웠다면 다음 20년은 SF 영화와 다를 바 없으며 그 시대를 이끄는 것은 바로 메타버스에 있다. 메타버스는 단순히 게임 공간이 아닌 우리의 미래다. 3차원으로 구성한 가상세계 공간에 차량이나 건축물, 도시를 그려본 다음 현실 세계에 맞는 최적의 설계를 찾는 꿈같은 업무수행 방식을 대중화시킬 것이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 속에서 도시를 설계한다면 인공지능으로 주파수 움직임까지 계산해, 5세대 중계기를 어디에 어떻게 설치해야 인터넷이 끊기지 않는 지까지도 쉽게 판단 할 수 있는 스마트 시티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 현실과 똑같은 물리적 환경을 메타버스에 구축한다면 현실 세계의 모든 문제를 이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메타버스에 미래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것이 엔비디아가 만든 메타버스 플랫폼인 ‘옴니버스’다. ‘마인크래프트’나 ‘포트나이트’에서 보는 것은 초기 단계의 메타버스일 뿐이며, 현실 세계를 보는 것 같은 완벽한 3D 디지털 그래픽구현을 할 수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기술, 현실 세계의 물리법칙을 디지털로 구현해내는 기술, 그리고 엔지니어들이 이런 기술들을 자유롭게 적용해 볼 수 있는 열린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지금은 메타버스에서의 가상세계와 현실 세계는 완벽하게 연결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개념은 브랜딩과 마케팅에 도전 과제를 던진 것처럼 보인다. 코로나19가 앞당긴 비대면 가상공간에서 활발한 소셜 활동은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 게임을 통해 가상현실을 접해 왔던 Z세대를 중심으로, 게임을 넘어 SNS 형태의 3차원 가상현실로 발전한 모양새다.  
 
아직 상당 부분이 10대인 Z세대에 한정된 활동으로 보이지만, 코로나19 이후에도, 그리고 이들이 사회활동과 소비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가까운 미래에는 메타버스 게임 같은 현실이 펼쳐질 것이다. 거기에 엔비디아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유니버스’가 우리 삶의 일부로 들어온다면 현실에서의 ‘본케’(본래의 케릭터)와 가상세계에서의 ‘부케’(본케와 다른 성격의 부 케릭터)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생활을 하는 우리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영화 ‘레디플레이원’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 허태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대학교수다. 제일기획과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 마케팅에 관심을 가졌고,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플랫폼 기업의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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