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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증거금 10억↑' 카카오뱅크, 거품 논쟁 "지금 들어가도 될까"

공모가, 3만9000원으로 희망밴드 최상단 결정
카뱅, 하나금융지주 시총보다 높아져
업계선 거품 논란 있지만 일각에선 "같은 잣대 비교 불가"

 
 

서울 용산구 카카오뱅크 서울오피스에서 실행한 카카오뱅크 애플리케이션. [연합뉴스]
 
카카오뱅크 상장을 두고 '거품이냐', '가치 반영이냐'에 대한 업계의 의견이 엇갈린다. 공모가가 희망 밴드(3만3000~3만9000원) 상단인 3만9000원으로 결정되면서 이미 금융업계 3위인 하나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상장 첫날 따상(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160% 상승)을 기록하면 카카오뱅크는 업계 1위 KB금융 시총을 따돌리고 업계 1위 은행이 된다.  
 
투자업계의 카카오뱅크 상장 흥행에 대한 분석은 두 갈래로 나뉜다. 일각에선 카카오뱅크의 따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기존 은행들의 여·수신 규모와 비교해 시장 장악력이 낮은 만큼 카카오뱅크 상장에 거품이 끼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반대 입장에선 모바일을 바탕으로 한 인터넷은행으로 출발한 만큼 대면 영업에 기반을 둔 기존 은행과 같은 잣대로 평가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카뱅,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서 흥행 성공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를 3만9000원으로 확정했다. 공모가 희망 범위 3만3000~3만9000원의 최상단이다. 이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은 18조6289억원이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인 하나금융지주의 시가총액 13조1356억원보다도 큰 규모다.  
 
카카오뱅크의 수요예측엔 국내는 1287곳, 해외는 380곳 등 총 1667곳의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했다. 경쟁률은 1732.83 대 1을 기록하며 유가증권시장 기준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경쟁률을 기록했다. 기관 수요예측에 몰린 청약 주문 금액은 2585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카카오뱅크는 이날부터 27일까지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다. 투자업계는 기관투자자들의 참여가 높은 만큼 일반 투자자들의 참여도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기존 은행들 "카뱅, 주담대 및 기업대출 시장 진출 어려울 것"

금융업계 일각에선 카카오뱅크의 상장과 관련해 거품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카카오뱅크의 대출 자산이 3월 말 기준 22조4000억원으로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업계 1위 은행인 KB국민은행의 대출 규모(302조원)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나은행(대출금 248억원)과 비교해도 카카오뱅크의 대출 규모는 10분의 1 수준도 안 된다.  
 
특히 은행권은 이중 절반 가량이 기업 대출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은행들은 카카오뱅크가 신용대출 외에 기업대출 시장으로 진출한다 해도 은행들이 쌓아온 노하우를 따라오기 쉽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지점마다 형성해 놓은 기업 간 신뢰 관계만 아니라 기업대출 시 필요한 현장 답사 등에선 인력이 충분한 은행들이 인터넷은행보다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지점장을 선정할 때도 그 지역과의 다양한 연고를 따져서 선정한다"며 "기업대출은 대면을 벗어나 완전한 비대면으로 가기 힘든 점이 있다. 그만큼 은행의 인력이 필요한 대출인데 직원과 지점 없는 은행을 모토로 삼는 인터넷은행이 어떻게 기업대출을 늘릴지 관심"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시중은행들이 운영 중인 비대면 금융서비스도 인터넷은행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어 카카오뱅크 '거품론'에 힘을 싣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엔 금융권 최초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대출 한도를 산출하는 AI대출을 출시하며 혁신 기술을 선보였고, 다른 시중은행 앱도 예·적금 및 대출 등 대부분의 금융거래가 가능해 인터넷은행과 큰 차이가 없는 모습이다.  
 
특히 신한은행은 이달 들어 디지로그 브랜치를 오픈하며 지점의 비효율성을 줄이는 실험에 나섰다. 이런 분위기는 은행 업계 전체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증권업계에선 금융지주들이 업계의 변화를 유도하는 데도 주가가 여전히 저평가됐다고 보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 역시 은행 중 하나로 공모가 수준으로 기업가치가 유지된다면 전체 은행 주가를 재평가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며 "(KB금융 등 금융지주들이) 카카오뱅크의 두 배에 달하는 고객 수와 국내 최대의 시장 지배력에도 PER 이 5배 미만이라면 정말 과도한 저평가"라고 말했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증시 상장이 임박했음에도 적정 기업가치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며 "은행이냐 플랫폼이냐는 소모적인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국내 상장은행 대비 약 10배 수준의 멀티플 부여는 분명 불편하게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이사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IPO 프레스톡에서 상장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 카카오뱅크]
 

카뱅 "기존 은행과는 다른 새로운 섹터, 계속 시장 경쟁력 높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뱅크는 기존 금융사에 대비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뱅크가 출범할 때부터 기존 은행과는 다른 섹터를 담당하고 시작했기 때문에 이번 상장에서도 국내 은행과의 비교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특히 여전히 취급하진 않은 대출 상품이 남아있어 은행업에 대한 잠재력도 크다는 것이 카카오뱅크의 입장이다. 현재는 신용대출과 중금리대출 등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 주담대만 아니라 소상공인대출, 오토론 등 상품 라인업을 넓힐 경우 더 큰 이익을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지난 20일 상장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뱅크는 금융 플랫폼의 역할을 수반할 수밖에 없어 새로운 섹터라고 생각한다"며 "카카오뱅크는 1615만명의 고객과 1년 반만의 흑자 전환 등을 통해 그 가능성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특히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은행으로 출범, 모바일·비대면 영업과 수익 구조가 기존 은행과 달라 기업가치를 같은 잣대에 놓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만큼 국내 은행과는 다른 입장에서 상장의 흥행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넷은행 특례법에서도 금융 혁신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돼 있어 결국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역량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는 비슷한 이유로 해외 평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카카오뱅크가 국내 은행의 위협적인 경쟁자라며 "생산성 측면에서 기존 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카카오뱅크가 IPO로 늘어난 자본력을 바탕으로 여신 상품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대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카카오뱅크는 26~27일 양일간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26일 2시 40분까지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현대차증권 등 4개 증권사에 몰린 청약 증거금은 10조1044억원으로 집계됐다. 27일에는 청약이 더 몰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청약은 처음으로 중복이 불가능하다. 카카오뱅크의 상장일은 8월 5일로 예정됐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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