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두?” 전기차 시장 뜨자 너도나도 배터리 소재 진출
LG화학 2차전지 소재 투자 확대
포스코그룹 배터리로 주력 전환
CB발행 근거에 2차전지 넣기도
대기업은 물론 본업 내실을 갖춘 중견기업들이 2차전지 소재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2차전지)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와 구조적인 공급 부족 현상이 가속화하면서다.
새로운 주력 사업으로 떠오른 2차전지
2017년 5월 이미 배터리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힌 SK이노베이션도 2차전지 소재로 사업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성장으로 2017년 5월 60기가와트시(GWh) 수준이었던 배터리 수주 잔고가 1테라와트시(TWh)로 증가했지만, 양극재와 분리막 등 소재가 없으면 생산이 어렵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핵심 소재 리튬이온번지분리막(LiBS)사업 자회사 SKIET를 상장한 것도 상장 자금을 소재 사업 확장에 쓰기 위함이었다.
확장을 넘어 아예 전환을 시도하는 기업도 나왔다. 배터리 소재·원료 사업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포스코그룹이 대표적이다. 포스코는 28일 2300억원을 들여 ‘고순도 니켈’ 정제 공장을 전남 광양제철소 인근에 신설한다고 밝혔다. 배터리 양극재에 들어가는 니켈은 전기차 주행거리를 좌우하는 핵심 원료로 꼽힌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철강 사업으론 미래가 없다는 판단 아래 배터리 소재와 소재에 쓰이는 원료에까지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2차전지 소재가 국내 기업들의 새로운 먹거리가 됐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커지면서 전기차 핵심 부품인 2차전지 배터리는 전기차 시장 성장과 함께 가장 주목받는 산업이 됐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기업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해 기준 4% 수준인 전기차 보급률은 2025년 23%, 2030년 40%, 2040년 67%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2차전지 소재는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흔히 2차전지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4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업 영역 확장 성공하자 너도나도 진출
2차전지 소재 사업으로 진출이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기업들의 사업 확장을 부추기고 있다. SKC, 포스코케미칼 등은 2차전지 소재로 사업 영역을 확장,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로의 소재 공급을 통해 이른바 성공가도를 달리는 대표적 기업이 됐다. 특히 SKC는 과거 국내 최초의 폴리에스터(PET) 필름을 개발 기업으로 유명했지만, 현재 2자전지 음극에 쓰이는 동박 제조사로 전환했다.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으로 조명 받으며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국내 중견기업들도 2차전지 소재 사업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G(5세대) 통신장비주로 분류되는 서진시스템은 최근 2차전지 사업을 확대했고, 올 하반기부터는 삼성SDI에 전기차 배터리용 케이스를 공급할 계획이다. 정밀화학 업체인 한솔케미칼도 2차전지 소재업체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2차전지용 바인더(활물질 접착을 돕는 소재)가 주목받자 내년 실리콘 음극재, 2023년 2차전지 전해질 소재 사업을 준비 중이다.
다만 일각에선 2차전지 소재 사업 확장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18년 국내 기업에 불었던 바이오붐과 같이 내실 없는 선언만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일부 중소형 상장사는 전환사채(CB) 발행 근거로 2차전지 소재 사업 진출을 활용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IB) 관계자는 “2차전지 소재가 전기차 시장 성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기술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은 기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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