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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증시 오른다고 한국 증시도 오를까 [이종우 증시 맥짚기]

중국 증시 약세에 코스피 8개월 연속 상승세 멈춰
기업 2분기 호실적 발표에도 증시 불확실성 여전

 
 
최근 중국 정부가 플랫폼 기업 규제에 나서면서 중국증시는 하락했다.[중앙포토]
30년 만에 연속상승 기록이 멈췄다. 지난달 주식시장은 8개월 만에 연속 상승을 끝냈다. 주가가 이렇게 장기간 상승한 걸 두고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긍정적으로 보면 시장이 얼마나 강한 힘을 가졌는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얘기할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는 주가가 너무 높아 부담이 커졌다고 볼 수도 있다.
  
최근 코스피지수 약세는 중국시장이 큰 몫을 했다. 지난달 중국 주식시장은 주요국 시장 중에서 가장 부진했다. 상해 종합지수가 6.4% 하락했고, 그 여파로 홍콩 항셍지수도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 2만6000 밑으로 내려앉았다. 중국의 빅 테크 기업으로 구성된 항생 테크 지수는 21% 떨어졌다. 
 
주식시장이 약세를 면치 못한 건 중국 정부가 플랫폼 기업을 비롯한 여러 부문에 규제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차량 공유업체인 디디추싱이 미국시장에 상장한 직후, 중국 정부는 국가안보를 빌미로 강한 규제에 들어갔다. 지난해 6월 ‘인터넷 안보 심사 방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국가안보’ 개념의 조사를 진행한 건데, 자국 기업에 국가안보 개념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이례적인 조치다.
 
중국 정부는 이 조치를 통해 중국기업이 해외 시장에 상장하는 것을 통제하겠다는 생각이다. 중국인터넷정보판공실은 10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해외 주식시장에 상장하려면 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조치를 내놨다. 많은 중국 플랫폼 기업이 이 기준에 저촉되기 때문에 앞으로는 해외 주식시장에 신규 상장이 힘들 뿐 아니라 이미 상장된 기업도 상장 폐지가 될 수도 있다. 
 
사교육에 대한 제재도 가해졌다. 사교육 기관에 대한 신규 허가를 중단하고, 기존 사교육 기관도 비영리기관으로 전환하도록 명령했다. 해당 규정의 범위가 넓고 세부적이어서 다른 산업에 있는 기업도 비슷한 형태의 제재가 내려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외국인 매도도 주가를 누르는 역할을 했다. 7월엔 외국인이 여러 번 하루 100억 위안이 넘는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아 가뜩이나 약한 주식시장을 압박했다. 
 

중국증시 바닥 치고 상승 가능성 커 

 
앞으로 중국시장이 어떻게 될까. 추가 하락보다 바닥을 치고 정상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이번에 규제를 받은 교육과 의료산업이 지난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7.1%에 불과해서다. 사교육 서비스의 대부분이 대면접촉을 통해 이루어져 규제 효과를 확신할 수 없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플랫폼 규제는 목적이 다른 선진국 정부가 내세우는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정부는 시장에서 경쟁을 보호하고, 독점의 폐해를 완화하기 위해 플랫폼을 규제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빅 테크 기업의 독점을 규제하거나 유럽이 아마존 등 미국기업의 영향력을 줄이려고 하는 것도 중국 정부가 내세우는 목적 때문이다.  
 
특정 산업을 제외한 것이 전반에서는 유연한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달 9일 중국 중앙은행이 지준율을 인하했다. 경기와 인플레이션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작용한 결과다. 그러면서도 주택가격이 급등한 지역에 대한 대출금리는 올렸다. 유연하면서 세밀한 정책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경제상황도 나쁘지 않다. 하반기에 중국은 5%대 중반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문별로는 수출이 상반기 30%대 증가에서 하반기에 10%대 중반으로 낮아지지만, 기저효과가 사라진 걸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치다. 관건은 소비다. 총인구의 55%가 백신 접종을 마쳤지만 백신에 대한 의심 때문에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소비가 많이 늘어나기 힘든 구조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소비와 수출을 대체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부진했던 인프라 투자용 채권발행을 늘려 내년 상반기 인프라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주가가 낮고 가수요가 적은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 2015년에 중국 주식시장이 급락할 당시 신용융자 잔고가 전체 시가총액의 4% 정도였다. 지금은 2%도 채 되지 않는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주가가 급락한 이후 미국시장이 150% 넘게 상승하는 동안 상해 종합지수는 2600에서 3700까지 40% 오르는 데 그쳤다. 올 들어서는 그나마 3300까지 다시 후퇴해 가격 부담이 거의 없는 상태가 됐다. 수급상 부담이 없고, 주가도 낮은 상태여서 중국 주식시장은 한번 상승세를 타면 빠르게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중국 주식시장이 하락해 우리 시장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을 것이다.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높아 

 
코스피를 움직이는 동력이 바뀌고 있다. 상반기에는 다른 어떤 것보다 금리의 힘이 셌다. 2월부터 미국의 장기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에 시장의 관심이 온통 금리로 쏠려있다. 
 
하반기에 경기가 어떻게 될지 불분명하지만 분명한 게 두 개 있다. 하나는 경제가 주가 상승을 이끌 정도로 강하지 못할 거란 점이다. 코로나 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경기 회복 기대는 낮아졌지만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은 높아졌다. 경기 회복을 위해 기존에 사용하던 카드는 효용성이 사라졌지만 새롭게 쓸 수 있는 카드가 아직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가 주가를 끌고 가기에는 힘이 부족한 상태다.
 
또 하나는 경제 변수의 모멘텀이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주가가 경제 변수 절대치와 증가율 중 어떤 쪽에 반응하느냐는 의견이 많다. 일반적으로 증가율의 힘이 세지만 이 또한 반응이 가지각색이어서 증가율이 낮다고 해서 주가의 반응이 약한 것도 아니라고 얘기한다. 문제는 상반기는 절대치와 증가율 모두가 좋았다는 사실이다. 하반기는 증가율이 낮기 때문에 절대치에 대한 평가와 관계없이 상반기보다 시장 환경이 나빠졌다고 봐야 한다. 
 
기업들의 2분기 실적도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등 많은 업종의 이익이 늘었지만, 해당 업종의 대형주보다는 개별 종목의 주가가 오르고 있다. 대형주 주가가 높기 때문에 나온 반응으로 이익의 역할 축소가 불가피하다. 국내 시장 내부의 약세 요인이 때문에 중국시장이 하락을 멈춰도 우리 시장이 빠르게 상승하는 일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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