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조종 세력은 바로 너” 공매도에 일전 선포한 ‘K-스톱’
개인투자자들 “기관‧외국인 공매도는 약탈 행위” 주장
에이치엘비 주식 매수로 주가 급등·급락 세력 과시
금융당국 “인위적 띄우기는 시장 교란” 감시·고발 강화
공매도를 반대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한국판 게임스톱’(일명 ‘K스톱’) 운동이 이르면 다음 주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달 15일 코스닥 공매도 잔고금액 1위 종목인 에이치엘비를 대상으로 ‘K스톱’운동을 벌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오는 10일에도 K스톱 운동 2탄을 전개할 것을 예고했다.
K스톱 운동이란 지난 1월 미국에서 쟁점이 된 ‘게임스톱(GameStop)’ 공매도 사태의 한국 버전을 말한다. 게임스톱은 비디오게임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다. 이 회사의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고 판단한 헤지펀드가 공매도에 나섰다. 그러자 이에 반발한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수하면서 주가가 30배 넘게 오르자 헤지펀드는 공매도를 포기하기도 했다. 주식을 빌려 먼저 판 뒤 나중에 사서 갚는 공매도의 특성상 주가가 떨어져야 이익을 본다. 그런데 주가가 급등하자 투자자들이 손을 뗀 것이다.
이렇게 미국에서 벌어진 헤지펀드와 개인투자자의 공방에서 개인투자자가 승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개인투자자들도 공매도를 몰아내자며 결집하기 시작했다. 한투연과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기관과 외국인이 공매도를 통해 국내시장을 약탈한다고 주장해왔다. 대량의 공매도 투자로 기업의 주가를 떨어뜨리는 세력 때문에 멀쩡한 기업이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거나 주가가 하락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공매도 세력과의 대결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15일 개인투자자들이 에이치엘비 주식을 매수하자 주가는 장중 2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거래량은 평소보다 10배 이상인 2000만주를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유 없이 주가가 오르면서 오히려 공매도가 늘었고 결국 주가는 하락했다. 7월 14일 3만5200원이었던 에이치엘비 주가는 이튿날 3만7150원까지 올랐지만, 다음날인 16일에는 3만57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증선위 “인위적 시세조종‧부정거래는 엄단”
금융당국은 반공매도 운동을 주시하고 있다. 특정 종목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우는 행위가 선을 과도하게 넘을 경우 시장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지난 1일 ‘2021년 2분기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주요 제재 사례 및 투자자 유의사항’을 안내하며 특정 주식에 대해 잘못된 소문을 유포하거나 거짓계책을 꾸며 주가를 인위적으로 변동시키는 행위는 시장 질서 교란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상장증권 투자에 대해 타인의 잘못된 판단을 유발하는 행위나 특정주식을 미리 매수한 뒤 집중매수 운동을 전개할 경우도 부정거래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특정 세력이 주도해 상장증권의 매매를 유인할 목적으로 시세를 변동시키거나 시세를 변동시킨다는 말을 유포하는 행위도 시세조종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만약 한투연이 특정 종목의 주가를 띄우기 위해 인위적으로 결집한다면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증선위는 지난 2분기 총 25건의 불공정거래 사건에 대해 개인 72명, 법인 33개사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거래, 시세조종, 부정거래행위 등이 주요 사례다. 증선위 측은 “금융 당국과 거래소가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며 “위법행위가 발견되면 엄정 조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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