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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원 음료 사면 제공”…스벅 ‘리유저블 컵’ 마케팅이 요상해

스타벅스코리아, 리유저블 컵 증정 이벤트 진행
23일까지 한정수량…음료 구입해야만 제공
‘희귀 제품’ 소유하고자 하는 소비자 심리 꿰뚫어

 
 
리유저블 컵을 받기 위해서는 8000원짜리 메뉴를 주문해야 한다. [사진 화면캡처]
 
스타벅스코리아가 여름 이프리퀀시 사은품 행사에 이어, 재사용할 수 있는 ‘리유저블 컵’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특정 음료를 주문하면 기존에 제공하는 일회용 컵이 아닌, 씻어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재활용 플라스틱 컵에 음료를 담아주는 ‘MINI(미니) 스타벅스’ 이벤트다. 지난 8월 3일부터 진행한 이 행사는 시작부터 인기를 끌더니 행사 시작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해당 음료가 동나는 등 다시 ‘스타벅스 품절대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행사는 23일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이 이벤트의 주인공, ‘리유저블 컵’을 두고 스타벅스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제한적인 판매와 조기에 마감될 수 있는 한정수량이라는 점 때문이다. 실제 리유저블 컵을 받고자 하는 소비자는 해당 이벤트 메뉴만을 주문해야 하는데, 이 메뉴들은 모두 한잔에 8000원이 넘는 가격으로 스타벅스 매장에서 가장 비싼 음료 메뉴에 속한다. 루비 레드칠링아이스티는 8300원, 제스트 그린 블렌디드는 8600원, 루프탑 그레이 라떼는 8500원이다. 리유저블 컵만을 낱개로 따로 매장에서 판매하는 해외 스타벅스와는 다른 운영체계다.  
 
직장인 송영아(33)씨는 “외국 스타벅스에서 샀던 리유저블 컵을 국내 스타벅스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소식에 처음엔 기뻤다”며 “하지만 해외 스타벅스와 달리 꼭 값비싼 음료를 사야지만 리유저블 컵을 얻을 수 있는 것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평소 아메리카노만 마시는데 컵을 받을 수 있는 메뉴가 따로 정해져 있어서, 이벤트 음료를 사고 또 아메리카노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매장에서 리유저블 컵을 판매하지 않는 국내 스타벅스와 달리, 미국과 캐나다 등에 있는 북미권 스타벅스는 리유저블 컵을 개당 3달러 수준으로, 낱개로 판매한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오는 23일까지 리유저블 컵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사진 스타벅스코리아]
 

랜덤 제공 탓에 중고거래까지 나선 소비자들 

당근마켓에서 거래되고 있는 스타벅스 리유저블 컵. [사진 화면캡처]
 
메뉴를 주문하고 나서, 리유저블 컵 디자인을 소비자가 선택하지 못하고 무작위(랜덤)로 받는 것도 불만사항 중 하나다. 현재 스타벅스코리아가 제공하는 컵 디자인은 3가지이고 컵 위에 올라가는 뚜껑과 빨대 색상 역시 3가지이다. 제품이 다양할수록,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디자인의 컵과 뚜껑이 나올 때까지 제품을 계속해서 구입하게 된다. 이 때문에 원하는 제품이 아닐 경우,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에 판매하는 소비자도 나왔다.  
 
직장인 최수민(32)씨는 “검정 뚜껑을 갖기 위해서 이벤트 음료를 여러 번 구입했는데, 계속 투명 뚜껑만 받아서 모두 당근마켓을 통해 판매했다”며 “이 제품들은 나와 반대로 투명 뚜껑을 바라는 사람들이 바로 구입해갔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온라인 숍에서는 리유저블 컵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낱개로 판매하는 것이 아닌, 제품 4개를 묶어 2만4000원에 판매한다. 하지만 리유저블 컵은 판매를 시작한 지난 8월 5일, 당일 모두 동났다.  
 
직장인 김수빈(33)씨는 “친환경을 강조하는 국내 스타벅스가 왜 리유저블 컵을 이벤트성으로만 내놓거나, 대량으로만 판매하는지 모르겠다”며 “개당 가격이 해외 컵 가격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싼 건 둘째치고, 매장에서 자유롭게 판매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품절대란' 일으키는 마케팅기법 일환  

스타벅스코리아 온라인숍에서 판매하는 리유저블 컵이 모두 동났다. [사진 화면캡처]
 
소비자들은 불만을 토로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스타벅스코리아 마케팅 기법’이라고 분석한다. 허태윤 한신대 교수는 “한정 수량으로 제품을 만들어서 음료 증정품으로만 상품을 제공하는 스타벅스코리아가 ‘이때 아니면 못 구해’ ‘돈을 주고도 못 산다’라는 소비자 심리를 파악하고 내놓은 계산된 마케팅 전략”이라며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소비자가 줄을 서고, 품절대란이 일어나는 건 당연한 일이지, 스타벅스코리아 마케팅 기법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허 교수는 “또 그만큼 소비자가 갖고 싶은 기프트(증정품)를 만들어 내는 것도 대단한 기술”이라며 “아무리 스타벅스 마크가 멋지다고 해도, 증정품 품질이 낮으면 소비자가 이렇게까지 모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리유저블 컵 낱개 판매 여부에 관해서 묻자, “판매에 대해서 다양한 방안을 열어두고 고민하고 있다”며 “리유저블 컵은 판매와 더불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친환경 캠페인 등에 증정용으로 제공하고 있고, 향후에도 다양한 형태로 고객 니즈 및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으로 지속해서 개발하고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2025년까지 모든 매장에 리유저블 컵을 확대 도입할 계획으로, 판매 상품과는 별개로 친환경 활동에 리유저블 컵을 지속해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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