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달라진 해외직구족①] 플랫폼 기업으로 눈돌린 서학·중학개미
미·중 플랫폼 기업 매출 증가로 시장 전망 ‘맑음’
미국 반(反)독점법 강화·중국 기업규제는 리스크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식 시장에 유입된 서학·중학 개미(미국·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올해도 투자 규모를 늘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해외주식 예탁결제금액(매수액+매도액)은 약 239조6696억원(2077억4000만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3%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해외주식 결제금액(1983억2000만 달러)보다 많은 금액이다.
전체 금액 중 여전히 서학 개미들의 투자비중이 높았다. 상반기 전체 해외주식 거래금액에서 미국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93.37%에 달했다. 2019년 상반기에 70.4%에서 지난해 87.9%, 올해는 90% 넘어섰다.
서학 개미가 늘어난 건 미국의 경기회복 기대감에 증시가 상승랠리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1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20.30포인트(0.62%) 오른 35,484.97로 거래를 마쳤다. 사상 최고치다. 스탠다드앤드푸어(S&P) 500지수도 10.95포인트(0.25%) 상승한 4447.70을 기록하며 최고점을 경신했다. 증시상승을 주도한 건 물가상승률 안정과 늘어난 일자리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의 일자리는 약 1년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고, 실업률은 급격히 하락했다. 중국도 정부의 고강도 경기부양책과 코로나 19사태로 인한 안정세로 중국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증시에 돈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2.3%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달성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핵심 클라우드 업체로 수혜 예상
서학·중학 개미들의 투자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 지금까지 전기차 전자제품 등 종목을 담았던 서학·중학 개미는 7월부터 공통으로 플랫폼 기업의 주식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서학 개미는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사들였고 중학 개미는 텐센트, 바이두, 알리바바 등 플랫폼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 코로나 19 확산 이후 비대면 플랫폼 기반의 핀테크, 클라우드, 온라인 쇼핑 등의 매출 증가로 실적이 좋아지고 있어서다.
알파벳은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1.6%, 203.3% 증가했다. 미국 경기 회복에 따라 광고 수익이 코로나 이전보다도 늘었다. 구글 검색 광고, 유튜브 광고, 구글 네트워크(배너) 광고 매출이 늘어나면서다. 마이크로소프트 2분기 매출액도 약 53조원(461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조용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기업의 IT 지출이 늘어나면서 클라우드 수요가 늘 것”이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핵심 클라우드 업체로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중국 디지털 콘텐트 기업인 텐센트도 핀테크, 클라우드 부문에서 실적 성장에 올 1분기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씩 늘었다.
실적은 좋지만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관련 업종의 상황은 좋지 않다. 반(反)독점 규제라는 암초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정부 모두 플랫폼 기업이 성장하며 시장을 독점하고, 시장 질서를 교란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페이스북의 반(反)독점 논란을 계기로 미국 의회 내에서 대형 IT기업에 대한 반독점법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알리바바, 소비재 기업· 라이브 커머스 신규 사업에 투자
중국에서는 중국당국의 개입이 증시에 영향을 주는 ‘공산당 리스크’가 부각됐다. 지난달 말 빅테크, 사교육, 배달음식 플랫폼 등 각종 규제가 쏟아지자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텐센트 주가는 7월 이후 지난 9일까지 19.65% 떨어졌다. 콰이쇼우(-54.96%), 메이퇀(-31.21%), 바이두(-17.58%), 알리바바(-10.99%) 등 플랫폼 기업들의 주가도 약세다.
이런 상황에서도 돈이 몰리는 건 성장성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 활용이 늘고, 경기 회복에 광고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 한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클라우드 도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광고 산업 강세로 플랫폼 기업 주가는 꾸준히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플랫폼 기업들이 벌어들인 이익으로 플랫폼 기술·시장 투자에 나선 것도 긍정적이다. 대표적으로 알리바바는 올해 이익 증가분을 모두 화장품·생활용품 등 소비재 기업과 중고거래·라이브 커머스(인터넷 실시간 방송 판매) 등의 신규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플랫폼 기업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일 수만 없다고 예상한다. 급변하는 인터넷 시장에 대응하려면 플랫폼 기업이 필요해서다. 홍록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당국은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로 정부의 영향력을 높이며 장기적으로는 이들 기업과 공생의 길을 택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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