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vs 비주거 부동산의 엇갈린 명암 [오대열 리얼 포커스]
집값 폭등과 규제 강화로 투자 진입 장벽 높아져
‘아파트→오피스·쇼핑몰’ 규제 피해 투자 수요 이동
상반기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 작년 대비 16%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 대유행하고 지난해 2월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하면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든지 18개월째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급격한 환경 변화로 경제 상황이 악화되거나 국민의 삶의 유형에도 큰 변화를 줬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 상반기에는 이러한 변화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분위기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단기간에 무너진 경제 상황에 더해 정부의 ‘폭탄급’ 부동산 규제들로 지난해는 마치 전쟁통과도 같은 상황이었다. 큰 폭의 집값 상승과 함께 ‘로또 청약’이라 불리는 신규 아파트 공급에는 내 집 마련을 하기 위한 청약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부동산 분위기는 격양됐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다소 다른 양상도 나타났다. 집을 마련하고자 하는 수요는 지속되고 있으면서 이와 함께 아파트와 주택을 떠나 상업·업무용 부동산에도 많은 관심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장기간 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사태까지 겹친 상황임에도 상업·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남달랐다.
오피스텔 규제하자 비(非)오피스텔로 투자수요 이동
지난해 대비 거래 건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경기도로 2020년 상반기에는 4만9089건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6만743건으로 지난 1년 동안 1만1654건의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에서도 오피스텔과 같은 주거상품이 아닌 비주거 상품에 투자 수요 비중이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량 중에 비(非)오피스텔의 거래량은 10만2048건으로 전년 대비 30.9%이나 증가했고,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역대 최고치로 확인됐다.
이렇게 비(非)오피스텔 거래량이 급증한 것은 오피스텔에 대한 규제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연말 정부가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을 확대하고, 이들 지역에 새로 공급되는 100실 이상의 오피스텔에 대해 분양권 전매 제한을 강화했다. 게다가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지난해 8월 12일 이후 취득한 주거용 오피스텔도 주택 수에 포함시켰다. 오피스텔도 정부의 주택시장 감시대상에 들어간 것이다. 이에 따라 비교적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오피스·빌딩·상가·숙박시설 등으로 수요가 옮겨간 것이다.
또한, 장기화된 저금리 기조와 3기 신도시의 막대한 토지보상금,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내놓은 통화량이 증가한 점도 비(非)오피스텔에 대한 관심이 커진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더해 비정상적인 집값 상승으로 아파트 투자 진입장벽이 높아졌고, 다주택자를 겨냥한 부동산 대책 등 주택시장이 전방위로 압박 받으면서 비교적 자유로운 투자가 가능한 수익형 부동산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수요·소비심리 회복 조짐에 오피스·쇼핑몰 관심
실제로 지난해 고양 향동지구에 선보인 오피스 DMC 스타비즈 향동지구역은 단기간에 완판됐다. 업체는 증가하고 있는 투자수요를 붙잡기 위해 2차 공급 물량인 DMC 스타비즈 해링턴타워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향동지구는 서울 서북쪽 외곽에 위치하고 있지만 우수한 서울 접근성과 인접한 디지털미디어시티 산업단지 덕에 투자 수요가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계속된 규제에 막힌 투자 수요가 규제를 피한 비주거 상품으로 발걸음을 우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체들도 투자수요 증가에 맞춰 공급을 늘리고 있는 모습이다. 시화MTV에 복합스트리트쇼핑몰 시화TV 보니타가도 그 한 예로 꼽을 수 있다.
시화MTV는 한국수자원공사와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시흥시와 안산시 일대 시화호 북측간석지 약 301만평에 첨단·벤처업종 중심의 지식기반 산업에 국내 첫 해양 레포츠를 테마로 한 관광·휴양 기능이 어우러지는 첨단 복합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곳에 체험형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테마형 쇼핑몰을 짓는 것이다. 그동안 코로나 사태로 억눌렸던 소비수요가 올해 들어 분출되고 있는 분위기를 고려해 향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예상하면 투자수요의 구미를 당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돌다리는 두드리고 건너야 한다. 규제를 비껴간 비주거 상품일지라도 모두 투자가치가 높다고 보기엔 위험요소가 크기 때문에 투자 전에 주변 입지와 배후수요, 개발호재 등 향후 상승가치를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교통망 확충으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유의해 살펴보고, 상업시설은 유동인구 외에 이용할만한 유효 수요가 얼마나 되는 지까지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 필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 부동산 통계를 분석, 제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 ‘경제만랩’의 리서치 팀장이다.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언론사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하다가 경제만랩 리서치팀에 합류해 부동산시장의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 팀장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킨텍스 게임 행사장 ‘폭탄테러’ 예고에...관람객 대피소동
2美항모 조지워싱턴함 日 재배치...한반도·中 경계
3공항철도, 시속 150km 전동차 도입...오는 2025년 영업 운행
4두산 사업구조 재편안, 금융당국 승인...주총 표결은 내달 12일
5‘EV9’ 매력 모두 품은 ‘EV9 GT’...기아, 美서 최초 공개
6민희진, 빌리프랩 대표 등 무더기 고소...50억원 손배소도 제기
7中, ‘무비자 입국 기간’ 늘린다...韓 등 15일→30일 확대
8빙그레, 내년 5월 인적분할...지주사 체제 전환
9한화오션, HD현대重 고발 취소...“국익을 위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