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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판 커머스’도 네이버가 독식…경쟁사 KT는 1년 만에 행보 고민

네이버, 25일 커뮤니티 ‘나이키매니아’ 인수
전문 인력부터 광고 플랫폼까지 인프라 독식
‘보관소 신설’ 예고했던 KT알파는 흐지부지

 
 
한정판 신발을 사기 위해 백화점 앞에서 줄 선 고객들. [연합뉴스]
지난해 이커머스업계 화두 중 하나는 신발 리셀(재판매) 시장이었다. 가수 지드래곤이 나이키와 함께 만들었던 한정판 운동화가 리셀 시장에서 1300만원대에 거래됐다. 이 제품의 정가는 21만9000원으로, 수익률을 따져보면 1270%에 달한다. 그만큼 수요가 몰린단 뜻이다. 미국의 한 투자은행은 이 시장 규모가 2025년 60억 달러(6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이런 전망에 지난해에만 이커머스 기업 세 곳이 리셀 플랫폼을 내놨다. 네이버가 3월 내놓은 ‘크림’에 이어 6월엔 무신사가 ‘솔드아웃’을, 10월엔 KT엠하우스(현 KT알파)가 ‘리플’을 선보였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인 지금 분위기는 정반대다. 일부 업체에선 철수를 검토한단 이야기마저 나온다. 네이버가 이 업계 인프라를 사실상 독식하는 수준에 이르러서다. 네이버는 8월 25일 한정판 신발 거래 커뮤니티 ‘나이키매니아’ 운영사를 80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나이키매니아는 동종 커뮤니티 중 가장 많은 회원 수(103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 간 관계는 지난해부터 긴밀했다. 네이버는 크림을 내놓을 때 이 커뮤니티 운영진 일부를 한정판 검수 인력으로 영입했다. 3개월 뒤엔 이 커뮤니티에 크림 광고만 노출되도록 독점 광고 계약까지 맺었다. 여기에 이번 인수로 업계 전문 인력부터 광고 플랫폼, 그리고 커뮤니티까지 관련 인프라를 독식하게 됐다.  
 
이런 전략 덕분에 네이버 크림은 지난해 3월 출시 후 1년 만에 누적 거래액 27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 업계 한 해 거래액은 5000억원 남짓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이 네이버로 기울면서 경쟁업체들은 철수까지 고민하고 있다. 이미 철수한 곳이 나왔다. 네이버보다 앞선 2019년 ‘엑스엑스블루’를 내놨던 서울옥션은 지난 7월 철수를 결정했다. 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업체는 일일 거래량이 억대에 이를 만큼 나쁘지 않은 실적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네이버와 경쟁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발을 뺐단 것이다.
 
KT알파도 사업을 이어갈지 고민 중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네이버 덕분에 중개 플랫폼 시장은 커졌지만, 사업자가 먹을 파이는 더 줄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네이버의 인프라 독식과 함께 가격 정책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네이버 크림이 ‘중개수수료 무료, 배송료 무료’ 정책을 쓰다 보니 경쟁업체로선 웬만한 서비스론 주목받기 어렵단 것이다. 
 
나빠진 전망에 기존 사업(보관소)은 무기한 연기됐다. KT알파는 지난 4월 실물 배송 없이 모바일 앱 내에서 신발 소유권을 거래하는 ‘빠른 거래’ 서비스를 선보였다. 실제 신발은 회사 보관소에서 관리한다. 거래 건수의 30%가 이 서비스를 통해 이뤄졌을 만큼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당시 이 업체 관계자는 “하반기 별도 보관소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예산 문제로 흐지부지됐다.
 
KT알파가 사업 의지를 완전히 접은 건 아니다. 이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해진 이유로 “앱에 부가 서비스를 붙이다 보니 인건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측이 추가 예산을 배정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 관계자는 “리셀 사업을 어떻게 조정할지 내부에서 논의 중”이라며 “대체불가능토큰(NFT) 같은 디지털자산 거래도 후보 중 하나”라고 말했다.  
 
업계 2위인 무신사 솔드아웃은 적자를 감수하고 버티겠단 입장이다. “당장의 수익보단 건강한 스니커즈 문화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이달 중 사용자 편의성을 개선할 대규모 앱 개편도 준비하고 있다”며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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