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유통家 탑골공원] "보고는 몰라요, 들어서도 몰라요" 샘표 간장 숫자의 비밀

올해로 75주년 맞이한 샘표 간장
61년 선보인 노래, 국내 첫 CM송
간장파동 위기 땐 공장 견학 운영

 
 
배우 김지호가 출연한 2000년대 초반 샘표간장 광고 화면. [사진 화면캡처]


“그땐 그랬지.” 생활과 밀접한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추억 속 옛 이야기를 끄집어냅니다. 중장년층에겐 '추억 소환', 1020세대에겐 '옛 것이지만 새로운' 콘텐트를 선보입니다. 1990년대 영상과 사진을 온라인상에서 공유하며 인기를 끌던 ‘온라인 탑골공원’의 유통가 확장판이죠. 당대 스타의 광고 사진에서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들춰보겠습니다. 
 
 
“보고는 몰라요, 들어서도 몰라요~맛을 보고 맛을 아는 샘표 간장”
대중에게 익숙한 ‘샘표 간장’ CM송(광고방송용 노래)이 세상에 등장한지 올해로 60년이 됐다. 국내 TV 브라운관에 첫 송출된 CM송으로, 1961년 가수 김상희가 부르며 주목을 끌었다.  
 
노래의 주인공 샘표 간장의 역사는 더 오래됐다. 샘표는 광복 이듬해인 1946년에 창립해 올해로 75주년을 맞이한 기업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맑고 깨끗한 샘물처럼 솟아오르다’라는 의미를 가진 ‘샘표’ 상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등록상표(등록번호 제362호)다.
 
과거 샘표가 간장을 출시하며 선보인 신문 광고. [사진 샘표]
1958년 샘표 충무로 공장 옥상에 '샘표간장' 네온사인이 설치된 모습. [사진 샘표]
 
사 먹는 간장에 익숙한 지금과 달리, 샘표 창립 당시엔 ‘장은 집에서 담그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에 샘표는 제품 광고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가장 먼저 신문에 간장 광고를 내며 ‘누구나 장을 사 먹을 수 있다’는 인식을 퍼뜨렸다. 또 1958년에는 샘표 충무로 공장 옥상에 ‘샘표간장’이라는 글귀가 적힌 네온사인을 달아 ‘샘표’하면 ‘간장’을 떠올릴 수 있도록 홍보했다. 당시 6·25전쟁의 상흔이 남아, 휑하던 서울 중심가에 밤마다 밝게 빛을 내는 ‘샘표 간장’ 네온사인은 설치 자체만으로도 화제였다.  
 
이외에도 샘표는 공장에서 만든 간장 맛에 의구심을 갖는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해 직원들이 직접 간장병을 들고 시장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간장 맛을 맛보게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제품을 알렸다. 1966년에는 ‘진하고 구수한 맛을 가진 간장’이라는 의미를 담은 ‘샘표 진간장’을 선보이는 등 제품 다각화에도 힘썼다.  
 
1960년대 샘표간장 광고모델로 활동한 영화배우 주증녀. [사진 샘표]
 

간장파동 땐 공장 문 열고 소비자 불러 모아  

간장파동이 일어난 1985년 당시 샘표 대표였던 박승복 사장이 샘표 광고에 나와, 소비자가 샘표 공장을 견학하기를 권했다. [사진 화면캡처]
 
하지만 신문에 이어 CM송이 더해진 TV광고까지 제품 홍보를 하며 승승장구하던 샘표 간장에도 위기는 있었다. 1985년 무허가 간장업체가 불량 원료를 사용해 비위생적으로 제조한 간장을 판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이 간장 불매 운동을 하는 일명 ‘간장파동’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간장파동으로 장류업계는 물론이고 당시 간장업계 1위였던 샘표 역시 매출이 급감했다. 샘표는 처음으로 찾아온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기업 대표였던 고(故) 박승복 사장이 TV광고에 출연한다. 박승복 사장은 사건의 발단이 TV 뉴스였으니, TV를 통해 진실을 알리기로 결정했다.
 
박 사장은 광고에 나와 “샘표 가족 여러분 안심하고 쓰십시오. 주부님들의 공장 견학을 언제라도 환영합니다”라고 외쳤다. 샘표는 공장을 소비자에게 공개해, 위생적으로 제품을 제조하고 있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공장 견학에는 작업복 차림의 박 사장이 동행해 직접 확성기를 들고 제조 공정을 설명했다. 소비자 견학 프로그램 운영 후 샘표는 제조공정이 잘 갖춰진 식품기업이라는 인식을 얻게 됐고, 간장 파동 이전보다 오히려 매출이 증가하는 성과를 얻었다.
 

샘표 간장 뒤에 붙는 숫자? ‘간장 맛’ 의미    

샘표가 501, 701 숫자가 더해진 양조간장을 내놨다. [사진 샘표]
 
이후 샘표는 간장의 고급화 전략을 꾀했다. 1987년 경기도 이천에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간장 공장을 짓고, 일반 간장을 넘어선 고급 간장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1980년 후반 경제 발달로 고급 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 샘표는 1989년 ‘샘표 양조간장 501’을 내놨다. 기존에 판매하던 샘표 간장에 ‘501’이라는 숫자가 붙은 것이다. 이 숫자는 ‘간장맛평가지수’로 불리는 단백질발효지수인 TN(Total Nitrogen) 값으로부터 나왔다. 간장 맛의 기본을 구성하는 것이 아미노산인데, 콩 단백질이 잘 발효돼 분해되면 간장 속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더욱 깊은 맛을 낸다. 이 때문에 TN 값이 높을수록 맛 좋은 간장임을 의미한다.  
 
기존 대부분 시판 간장의 TN값이 1.0% 수준이라면, 샘표는 이보다 높은 1.5% 간장을 출시했다. 샘표 간장에 더해진 ‘501’은 TN 1.5%를 거꾸로 표기한 것이다. 이어서 샘표는 이보다 더 수치가 높은 TN 1.7% 제품인 ‘샘표 양조간장 701’도 추가로 내놨다. 소비자는 샘표 간장 뒤에 붙은 숫자로 간장의 TN값을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이외에도 샘표는 ‘회간장’ ‘계란이 맛있어지는 간장’ ‘만두가 맛있어지는 간장소스’ ‘우리아이순한간장’ 등 각양각색의 간장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배우 하희라, 김지호, 차승원이 출연한 샘표간장 광고 화면. [사진 화면캡처]
 

“연두해요, 연두해요~” 기존 CM송은 달랐다  

2010년대 샘표의 연두 광고 화면. [사진 샘표]
 
샘표는 국내 최초의 CM송인 샘표간장 송 제작에 이어, 몇해 전엔 제품 ‘연두’를 출시하며 새로운 CM송을 내걸었다. “연두해요, 연두해요”로 시작하는 멜로디로, 샘표를 대표하는 새 CM송을 제작한 것이다.  
 
지금은 익숙한 멜로디인 CM송이지만, 샘표의 새 CM송에도 비하인드 스토리는 있다. 사실 처음 기획했던 멜로디는 지금의 CM송과 완전히 달랐다. 샘표 연두의 첫 CM송은 외국 동요  ‘우리 모두 다 같이 손뼉을’이라는 곡을 개사한 형태였다. 하지만 CF 최종 심의 과정에서 광고 법규가 변경돼, 외국 동요 노래를 개사한 기존 CM송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이후 샘표는 광고 일정에 맞춰 3일 만에 다시 CM송을 제작했고, 지금의 중독성 강한 “연두해요, 연두해요~” 노래가 완성됐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정용진 ‘본업 경쟁력’ 통했다…이마트, 3년 만에 최대 실적

2 마이클 케이시 “블록체인, 투기와 혁신의 균형 속에 발전”

3 송치형 두나무 회장 “블록체인은 현실을 변화시키는 힘”

4JB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김기홍 현 회장 ‘만장일치’

5“내년 원·달러 환율 향방…‘상저하고’로 전망”

6카카오뱅크, ‘공모주 청약 정보 서비스’ 이용자 수 100만명 돌파

7국민은행, ‘KB GOLD&WISE 갤러리뱅크’ 리뉴얼

8“대출 찾아 삼만리” 2금융권에 몰리자…당국 칼 빼들어

9고반홀딩스, 비욘드허니컴과 ‘AI 키친 시스템 도입’ 위한 MOU 체결

실시간 뉴스

1정용진 ‘본업 경쟁력’ 통했다…이마트, 3년 만에 최대 실적

2 마이클 케이시 “블록체인, 투기와 혁신의 균형 속에 발전”

3 송치형 두나무 회장 “블록체인은 현실을 변화시키는 힘”

4JB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김기홍 현 회장 ‘만장일치’

5“내년 원·달러 환율 향방…‘상저하고’로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