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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장 뜨거운(?) 스타트업 온리팬스… 코로나19로 급성장 [한세희 테크&라이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와 음란물 결합이 온리팬스 급성장 동력
‘노골적인 성적 콘텐트’ 금지 이후 어색한 타협…우선순위에 대한 고민 남겨

 
 
지난 6월 BBC는 온리팬스 부작용을 고발하는 뉴스를 보도했다. [사진 BBC 뉴스 캡처]
 
인터넷에서 가장 신기술 수용에 적극적인 사람들은 아마 성인물 공급자와 소비자들일 것이다. 음란물은 비디오테이프에서 유료 케이블방송, 인터넷과 VR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미디어 기술을 적극 받아들이며 발전해 왔다.
 
한편, 최근 인터넷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다. 창작자가 직접 팬 커뮤니티와 소통하고 콘텐트를 제공하며, 유료 구독으로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나 유료 뉴스레터 작가, 후원 사이트 ‘패트리온’에서 팬들의 후원을 받는 일러스트레이터 등이 모두 창작자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음란물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만나면 어떻게 될까? 음란 콘텐트를 제공하는 수많은 창작자가 팬들과 직접 만나 수익을 얻는 플랫폼이 탄생한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영국의 창작자 플랫폼 ‘온리팬스’ 이야기다.
 
온리팬스는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가 고객을 만나고 돈을 벌도록 지원한다. 창작자는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와 비슷한 프로필 페이지를 열어 고객을 찾고, 월 구독이나 팁, 구독자 전용 콘텐트, 유료 메시지 등 여러 방식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사용자는 소셜미디어 피드 같은 형태로 자신이 팔로우하는 크리에이터들을 만날 수 있다. 온리팬스는 수익의 20%를 수수료로 받는다.
 
어떤 종류의 창작자도 활동할 수 있다. 피트니스나 요가 강습을 할 수도 있고, 요리 영상을 유료 제공할 수도 있다. 뷰티나 여행 콘텐트도 있다. 문제는 이 플랫폼의 콘텐트 기준이 심하게 너그럽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음란물 개인 창작자(?)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성인물 배우가 직접 영상과 사진을 올리고 수익을 얻기 시작하더니 일반인들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포르노 수준 영상도 허용된다. 결국 온리팬스는 가장 핫한 성인 콘텐트 크리에이터 플랫폼으로 인식이 박혀 버렸다.
 
온리팬스는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온리팬스 가입자는 8500만명, 플랫폼 위에서 오간 거래액은 22억달러, 매출은 3억7500만달러였다. 참고로, 창작자 후원 사이트의 대표 주자 패트리온의 지난해 매출이 8000만달러 수준이다. 전체 크리에이터 수는 100만명에 이르고, 지금까지 이들에게 돌아간 돈은 32억달러다. 올해는 거래액 59억달러, 매출 12억달러를 예상한다. 2016년 설립 후 5년 만에 이룬 성과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성장했다. 외부 활동이 제약을 받으면서 디지털 콘텐트 소비가 늘었고, 영화 일이 끊긴 업계 종사자들이 대거 온리팬스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가수이자 배우 벨라 손, 래퍼 카디 B 등 연예인과 셀럽들도 진출할 정도였다. 미성년자가 나이를 속이고 활동하거나, 디지털 성착취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성장세를 꺾지 못했다.
 
성인물은 돈이 된다는 진리를 재확인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지만, 과거의 성인 콘텐트사업과는 다른 점이 있다. 음란물로 실제 돈을 버는 사람은 주로 성인영화 제작자, 성인물이 유통되는 웹하드나 포르노 사이트 경영자였다. 정작 배우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적은 보수를 받으며 일했다. 온리팬스에서는 창작자가 스튜디오를 거치지 않고 바로 소비자를 만나 돈을 벌 수 있다. 연간 수십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1년에 100만 달러 이상 버는 사람도 300명이 넘는다. 숨가쁜 성인 영화 제작 일정에 쫓기지 않고, 스스로 내용과 일정을 결정해 콘텐트를 만든다.
 

온리팬스의 좌충우돌, 그리고 남은 질문

누구나 쉽게 성인 콘텐트를 만들어 팔아 돈을 버는 플랫폼이 과연 사회적으로 유익한가라는 의문은 타당하다. 반면 이미 큰 규모의 성인물 시장이 있고, 여기에 종사하는 성노동자(sex worker)들이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보다 나은 조건으로 일할 환경이 생겼다는 점에 의미를 두는 관점도 있다.
 
테크업계는 ‘세상을 바꾸는’ 혁신을 내세우는 실리콘밸리식 문화로 자신을 포장해 왔다. 성인물은 당대의 최신 기술을 적극 수용하며 변모해 왔지만, ‘정상적’ 사업 종사자들은 이 분야에 눈을 감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나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들 정도로 큰 온리팬스의 뚜렷한 존재감은 이래저래 많은 관심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온리팬스를 둘러싸고 일어난 소동은 이 같은 혼란을 잘 보여준다. 지난 8월 온리팬스는 돌연 10월부터 모든 ‘노골적인 성적 콘텐트’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급작스러운 발표는 큰 화제를 일으켰다. 실질적 핵심 사업인 성인 콘텐트를 금지한다면 앞으로 사업은 어떻게 할 것인지, 온리팬스 활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성적 콘텐트 창작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많은 의문이 이어졌다.
 
이런 결정의 이유에 대해서도 여러 분석이 나왔다. 일반적인 창작자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싶은데, 성인물 때문에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마스터카드가 성인물 사이트 결제 처리 조건으로 출연자 연령 확인 등 거의 실행 불가능한 사항을 새로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카드사들은 최근 아동 성착취나 인신매매 근절을 위해 성적 콘텐트에 대한 결제 처리 요건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음란 사이트 폰허브도 지난해 카드 결제가 금지됐다.
 
실제로 온리팬스는 성인 콘텐트 금지를 발표하며 “플랫폼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언급했고, “은행과 결제 파트너의 요구에 따라 정책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그러더니 1주일 후 다시 “창작자 지원에 필요한 보증을 받았다”며 음란물 금지 정책을 뒤집었다.
 
막후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온리팬스는 성인 콘텐트 매출을 지키고 싶었을 것이고, 금융사들은 온리팬스의 금융 처리 업무를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바람직한’ 사업을 하라는 사회적 압박과 (대부분 서구 국가에서) 합법인 성인 콘텐트 사업을 금지할 수 없다는 시각이 충돌하다 어색한 타협을 한 것일 수도 있다. 그 와중, 한편에선 성노동자의 권한과 안전한 노동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온다.
 
금융기업이 성적 착취를 막기 위해 성인물 사이트에 결제를 까다롭게 한 것에 찬사를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결국 민간 부문일 뿐인 금융사의 자의적 판단으로 어떤 산업군 전체가 휘둘리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의문도 나온다. 은행이나 카드사는 사실상 사회적 플랫폼이나 인프라와 마찬가지이고, 이런 플랫폼에서 배제된다는 것은 사실상 사회적 매장이라는 점에서 질문은 더 무겁다.
 
금융사는 온리팬스를 결제 플랫폼에서 배제하고, 그래서 온리팬스는 성노동자들을 창작자 플랫폼에서 배제한다면, 여기서 우리는 어떤 가치에, 혹은 누구의 피해에 가장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까? 디지털 플랫폼이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기본 환경이 되어가는 요즘, 이런 질문을 할 일들은 더 늘어만 갈 것이다.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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