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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기업 생존을 위한 ‘ESG 브랜딩’ 시대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아디다스·에르메스 등이 대표적 사례
업싸이클링 운동화, 비건슈즈, 생분해성 가방까지

 
 
아디다스가 동물 유래 성분과 원료 사용을 배제하고 100% 비건 소재로 선보인 ‘스탠 스미스’. [사진 아디다스]
 
전세계 바다에 존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1억5천만톤에 이른다고 한다. 거기에 매년 새로운 쓰레기가 800만톤씩 버려진다고 하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스포츠웨어 브랜드 아디다스가 수년 전부터 해양환경 보호단체인 팔리포디오션(Parley for the Oceans)과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해변에서 수거한 폐기물 중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를 분류하고 이중 폐플라스틱을 업싸이클링 한 운동화를 만들었다. 런닝화 한 켤레에 약 22개의 플라스틱 병이 사용되는데 이 운동화는 출시 이후 2017년 한 해에만 100만 켤레가 판매되었고, 2020년에는 1500만~2000만 켤레의 신발로 업싸이클링 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폐플라스틱이 재활용되었을지 상상이 간다. 내친김에 2024년까지 신발에 들어가는 폴리에스테르를 전량 폐플라스틱으로 대체하겠다고도 발표했다.  
 
아디다스가 알리려고 크게 노력하진 않았지만, 이는 잘 알려진 ‘ESG브랜딩’의 사례다. 아디다스에는 ‘오픈소스 이노베이션’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무상으로 공개되는 소스 코드 또는 소프트웨어라는 IT관점에서의 오픈 소스가 아니다. 기업 내외의 다양한 소스로 부터 아이디어를 받아 혁신을 이루자는 의미다. ‘팔리포디오션’도 이 프로그램 때문에 ESG혁신 파트너로 같이 하게 되었다. 
 
아디다스는 이 오픈소스 이노베이션을 통해 폐플라스틱을 이용한 의류도 개발했다. 유럽의 유명 프로축구 구단인 맨체스터유나이티드, 레알마드리드, 바이에른뮌헨, 유밴투스등 아디다스가 ‘저지’를 공급하는 구단과 콜라보를 통해 이 폐플라스틱을 이용한 유니폼을 제공했다. 구단들도 기꺼이 동참하며 환경을 생각하는 ‘개념 있는’ 구단이란 긍정적 이미지를 구축했음은 물론이다.
  
아디다스가 볼츠쓰레즈(Bolts Threads)와 개발한, 버섯균사로 만든 식물성가죽 마일로(Mylo)를 만드는 장면. [사진 아디다스]
아디다스가 버섯 균사체로 만든 식물성 가죽 마일로로 만든 최초의 비건슈즈인 ‘스탠 스미스 마일로’(Stan Smith Mylo). [사진 아디다스]
 
아디다스의 오픈소스 이노베이션 파트너는 이들 뿐이 아니다. 최근에는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인 ‘볼츠쓰레즈(Bolts Threads)’와 협약해 버섯 균사체를 활용한 식물성 가죽 마일로(Mylo)로 만든 최초의 비건슈즈인 ‘스탠 스미스 마일로’를 공개했다. 버섯의 뿌리인 재생 가능한 균사체로 만든 가죽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증명한 것이다. ‘볼츠쓰레즈’는 아디다스 뿐 아니라 ‘보테가 베네타’와 구찌를 보유하고 있는 케링그룹, 룰루레몬 그리고 스텔라맥카트니와 함께 이 균사체 소재의 브랜드인 마일로의 이름을 딴 ‘마일로콘소시움’을 만들어 ESG를 앞장서서 실천 하는 세계적인 다른 명품 브랜드들과도 함께 했다.
 
에르메스가 버섯의 균사를 이용해 동물가죽을 대체 하는 ‘실바니아(Sylvania)’라는 소재를 바이오소재회사, ‘마이코웍스(Myco Works)’와 공동으로 개발한 클래식 ‘빅토리아 백’. [사진 Fashion Industry Broast]
 
세계적인 명품 ‘에르메스’는 이들 회사보다 먼저 버섯의 균사를 이용해 동물 가죽을 대체 하는 ‘실바니아(Sylvania)’라는 소재를 바이오소재회사 ‘마이코웍스(Myco Works)’와 공동으로 개발해 클래식 ‘빅토리아 백’으로 선보여 가치소비 명품족의 환호를 받았다. 마이코웍스 관계자에 따르면 이 소재는 내구성은 물론, 가공성도 뛰어나고 생분해가 가능한 완전 식물성 소재임에도 동물 가죽보다 탄소 소비가 훨씬 적은 대안적 가죽이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모든 가죽제품은 환경측면에서 이러한 지속가능한 소재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택 아닌 필수가 된 기업의 ESG경영

이처럼 글로벌 브랜드들이 경쟁적으로 환경과 사회, 그리고 지배구조를 건강하고 만들고자 하는 ESG 경영에 앞장서며, 브랜딩에도 ESG의 이념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 세계적 추세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업의 총수가 초겨울이면 김장봉사 사진을 찍고, 쪽방촌에 연탄 배달하는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여겨졌던 인식이 확실히 줄어들고 있다. 기업이 지속가능하고 측정가능한 방법으로 실질적이고 진정성 있게 환경과 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건강한 지배구조를 실천하지 않으면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오늘의 소비자들에게는 선택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사회적 책임을 진정성 있게 다하는 모습을 보일 때 사랑 받는 브랜드 ‘팬덤’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 한 것이다. 그 뿐만 아니다. 이제는 스스로가 ESG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기업의 존립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1년 이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을 설립해 팜오일을 생산 판매해왔다. 팜오일농장은 국제적으로 열대우림 파괴 논란으로 비난을 끊임없이 받아왔는데, 노르웨이 연기금, 네델란드 공적기금 등이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인도네시아 팜농장을 비윤리적 투자로 규정하고 이런 주식을 매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연이어 주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영국의 헬스앤뷰티스토어 ‘부츠(Boots)’가 거래 중단을 통보해 오자 2020년 3월 국내 기업 중 최초로, 팜유 업계가 지역사회 보호를 위해 자발적으로 채택하는 가장 높은 수위의 정책인 ‘팜사업 환경사회정책(NDPE)’을 받아들인 바 있다. NDPE는 환경보존 및 관리에 있어 기존 환경기준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으로, 환경보존뿐 아니라 해당지역의 주민 인권보장과 지역사회의 경제적 자립, 일자리 창출은 물론 주민 자녀의 교육기회까지도 포함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제 ESG는 기업과 사회의 관계형성을 위한 선택적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사항이 된 것이다.  
 
국내에서 ESG를 경영의 화두로 처음 외친 SK그룹은 ESG를 가치로 환산해서 결과를 측정하는 사회적 가치창출측정 시스템이란 것을 만들어 모든 경영성과와 인사평가의 핵심지표로 반영했다. 한마디로 대충 하는 시늉을 내는 계열사는 꼼짝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ESG실적이 안되는 회사는 매각을 불사하겠다고도 했다. 회사를 없애겠다는 말이다. 이정도가 되면 기업의 구성원들은 ESG가 회사의 생존뿐 아니라 본인의 생존과도 연결된다고 믿을 수밖에 없다.  
 

ESG를 기반으로 브랜드이념 재정의 필요

ESG경영의 열풍이 생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거세게 다가오고 있다. 아직까지 대기업과 글로벌 브랜드를 중심으로 일고 있지만, 앞으로 모든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은 한마디로 ESG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소비자는 환경과 사회 그리고 지배구조를 건강하게 만들지 못하는 브랜드는 선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최근의 기후변화와 사회정의의 문제, 그리고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으로 인한 많은 이슈들이 더욱 더 ESG의 중요성을 체감시키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 Rock)의 CEO 래리 핑크는 2020년 초 투자기업에 보내는 연례 서한을 통해 기후리스크가 투자의 가장 큰 리스크이며 이를 위해 투자의 기본원칙으로 ESG를 언급했다.  
 
브랜드 스스로가 ESG를 실행하지 않으면 누군가에 의해 강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고 그때는 이미 늦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지속가능한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은 ESG를 기반으로 존재의 이유를 다시 정리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브랜드 이념을 ESG 시대정신에 맞도록 재정의하고 그에 기반한 비전과 미션을 다시 세워야 한다. 내부고객의 동의를 통해 자발적이고 진정성 있는 ESG 활동이 되기 위한 전제다. 두 번째로 그것이 ESG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의 ‘자기다움’과 연결 될 수 있도록 브랜드 경험을 일관되게 실천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 ESG를 통한 고객과 사회와의 약속을 지키는 실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진정성을 위해 그런 노력을 의도적으로 알리기보다, 알려지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 허태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대학교수다. 제일기획과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 마케팅에 관심을 가졌고,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플랫폼 기업의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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