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버거 시장…맥도날드 주춤 속 ‘가성비’ 앞세운 신흥 브랜드
전통 강자 맥도날드, 버거킹 ‘주춤’
노브랜드 버거, 교촌버거 등 신흥 브랜드 성장세
햄버거 브랜드 론칭하는 편의점도 등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간편식 수요가 증가하며 국내 햄버거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맥도날드, 버거킹 등 대형 프랜차이즈가 주춤하는 가운데 신(新) 버거 브랜드가 속속 론칭되며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일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햄버거 시장은 2015년 2조3038억원에서 2020년 2조9636억원으로 28.6% 성장했다. 신규 버거 브랜드의 공격적 마케팅과 더불어 타 품목을 주력으로 하던 외식업계가 버거 판매에 뛰어들기 시작한 결과다.
패스트푸드업계의 전통 강자로 불렸던 맥도날드 한국지사는 코로나19 속에서도 지난해보다 9.1% 늘어난 79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위생 문제로 또 한 번 구설수에 올랐기 때문이다. 맥도날드는 지난달 일부 매장에서 유효기간이 지난 햄버거 빵을 폐기하지 않고, 유효기간을 표시하는 스티커를 새로 뽑아 덧붙이는 ‘스티커 갈이’ 방식으로 식자재를 재활용해 온 사실이 한 공익신고자에 의해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버거킹은 지난해 매출 5713억6800만원으로 전년보다 13.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1억7900만원으로 54.9% 급감하며 당기순손일도 적자 전환했다. 한국 버거킹 지분 100%를 보유한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버거킹 한국과 일본 법인을 인수·합병 시장에 내놓아 버거킹 매각설이 돌기도 했다.
‘가성비’ ‘신선함’ 앞세워 전통 강자 틈 파고드는 신(新)버거
햄버거 전통 강자들이 고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외식업계가 햄버거 판매에 뛰어들고, 신흥 버거 브랜드가 잇따라 론칭하며 국내 햄버거 시장을 선점해나가고 있다.
토스트 전문점인 이삭토스트는 지난 7월 19일 ‘이삭버거’ 1호점을 서울 강남구 신사역 인근에 새롭게 선보였다. 설립 이후 19년간 토스트 외길을 고집하며 ‘국민 토스트’로 자리 잡았던 이삭토스트가 ‘수제버거 전문 브랜드’를 만든 것이다. 이삭버거는 7월 27일 2호점을 개점하며 빠른 속도로 가맹점 수를 늘려갈 계획이다.
치킨업계도 버거 메뉴 판매에 뛰어들었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교촌리얼치킨버거’를 출시했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가맹점에 시범 출시한 뒤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본격적인 버거 사업에 나서며 판매 가맹점을 늘리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노브랜드 버거’도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9월 중 150호점 돌파 예정으로, 2019년 8월 서울 마포구 홍대점을 시작으로 론칭 2년 만에 일군 결과다. 노브랜드 버거의 인기 비결은 ‘가성비’다. 저렴한 가격 대비 맛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노브랜드 버거는 단품 1900원~5300원, 세트 3900원~6900원으로 타 브랜드보다 약 20% 저렴하다. 최근에는 대체육을 활용해 만든 ‘노치킨 너겟’을 출시하며 젊은 세대를 사로잡았다.
국내 햄버거 시장의 뜨거운 열기에 힘입어 영국 출신의 세계적 요리사 고든 램지가 만든 햄버거가 한국에 상륙할 예정이다. 지난 7월 7일 패션 잡화 전문 기업 진경산업은 ‘고든 램지 버거’와 한국 진출 계약을 맺고 백화점 입점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고든 램지는 총 16개의 미슐랭 스타를 갖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에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스타 요리연구가다. 자신의 첫 한국 식당의 메뉴로 햄버거를 선택한 것이다.
햄버거 전쟁 뛰어든 편의점…버거 브랜드도 론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패스트푸드 전문점의 24시간 영업이 일시 중단되자 편의점의 햄버거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간편식품 분야의 주력 상품 중 하나로 햄버거를 육성하기로 하고 기존 제품 개편에 나섰다. CU는 편의점 햄버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제버거 전문점의 60% 선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가격과 맛 모두를 잡기 위해 단일 원료육 패티를 이용했다는 것이 BGF리테일 측의 설명이다.
미니스톱은 지난해 12월 서울 신촌에 햄버거 브랜드 ‘수퍼바이츠’ 1호점을 선보였다. 2000년대 초반 미니스톱은 편의점 업계 최초로 매장 내 주방설비를 갖추고 패스트푸드를 조리해 판매하는 형태를 구축했다. 하지만 GS25, CU 등 자본력을 갖춘 편의점이 등장하자 시장 점유율 5% 안팎으로 물러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니스톱은 매장 내 패스트푸드 제조와 판매를 해본 경험을 살려 햄버거 시장에 도전했다. 현재 점포 수가 3개에 불과하지만 소비자 반응이 나쁘지 않아 향후 확장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신규 버거 브랜드가 잇따라 론칭하고 매출 성장을 달성하고 있다. 시장을 이끌던 전통 업체들도 다변화된 전략으로 소비자를 다시 끌어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채영 인턴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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