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크림' 전쟁…신세계는 해외 브랜드 인수, 현대百은 전문가 초빙
신세계 ‘뽀아레’, 현대百 ‘오에라’ 출시
초고가 크림 선보이며 럭셔리 뷰티 시장 진출
업계 "브랜드 충성도 높은 고객 빼오기 가능할까"
일명 '백화점표 초럭셔리 뷰티 브랜드'가 출시됐다. 가격만 봐도 기존 국내 화장품 브랜드와는 구분된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이 국내에 고가로 판매하고 있는 제품인 설화수 진설크림 60㎖는 47만원이고, 엘지생활건강은 후 자윤크림 60㎖를 15만원 수준에 판매하고 있다. 반면 신세계그룹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내놓은 화장품 브랜드 뽀아레의 고가 크림은 50㎖에 72만원, 현대백화점그룹 한섬이 출시한 오에라의 고가 크림은 50㎖에 125만원이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등 두 유통가가 단순 화장품 판매를 넘어, 자사만의 명품 뷰티 브랜드 만들기 나선 것이다. 먼저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초럭셔리 뷰티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프랑스 패션·향수 명품 브랜드 ‘폴 뽀아레’를 인수하고, 이 브랜드를 신세계 뷰티 브랜드인 ‘뽀아레’로 지난 3월에 런칭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를 인수할만큼 신세계인터내셔날 목표는 확고하다.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명품 뷰티 시장 공략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브랜드 국내 출시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프랑스와 미국 판매허가 신청을 진행했다”며 “중국이나 아시아 시장이 아닌 유럽과 북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케팅 전략 역시 명품화다. 크림 하나당 70만원을 넘길 만큼 비싼 가격대지만 제품 기능성 유효성분을 높여, 고품질을 자랑한다는 것이 신세계인터내셔날 측의 설명이다. 매장 역시 우후죽순 열지 않는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패션 명품 브랜드가 상권이 겹치지 않도록 매장 개수를 관리하는 것처럼 뽀아레 역시 주요 거점지역에만 소수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장을 현재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강남점, 단 두 곳에만 오픈한 까닭이다.
패션 브랜드만 전개한 한섬이 처음으로 내놓은 뷰티 브랜드 오에라는 8월에 출시했다. 뽀아레의 72만원 크림보다 50만원가량 더 비싼 125만원 크림을 내놓은 초럭셔리 브랜드다. 한섬 관계자는 “독자적인 성분인 크로노엘릭서를 함유한 제품력과 매장 인테리어·제품 용기 등 기존 화장품에서는 찾기 힘든 디자인적 요소, 높은 고객 서비스 등 럭셔리 브랜드만의 차별점을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오노마 등 자체 화장품 브랜드를 런칭한 경험이 있는 신세계와 달리, 처음으로 화장품을 개발한 한섬은 화장품 제조 기술에 대해 스위스 화장품 연구소 힘을 빌렸다. 특히 한섬은 세계적인 화장품 전문가 스벤골라 박사까지 초빙했다.
주요 거점지역에만 전략적으로 매장 오픈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런칭을 위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해외에서 브랜드를 인수하고, 한섬은 화장품 전문가를 모셔온 셈이다. 오에라 역시 현대백화점 본점, 무역센터점, 판교점 등 소수 점포에만 입점했다.
고가의 제품이지만 시장 반응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측에 따르면 8월 오픈한 신세계 본점 뽀아레 매장은 8월 한 달간 내부 목표 매출의 160%를 기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놀랍게도 전체 매출 50% 이상이 2030세대 고객이었다”며 “뽀아레 소비자층이 연령별로 다양하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한섬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할 순 없지만 호실적을 나타내고 있다”며 “런칭 초기를 고려해도 높은 수치여서 내부적으로 더욱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한섬은 두 브랜드 키우기에 더욱 집중할 전망이다. 특히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영업이익 대부분이 화장품 사업 부문에서 나는만큼,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자사 화장품 사업에 더욱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날 영업이익 337억원 중 화장품 부문이 약 313억원으로 영업이익의 93%가 화장품 사업에서 나왔다. 한섬은 첫 화장품 시장 진출로, 이전 성과는 알 수 없지만 새 먹거리 사업으로 오에라를 전면에 내세울 전망이다.
기존 브랜드 충성도 높은 소비자, 공략 가능할까?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기업에서 만든 브랜드이기 때문에 백화점 1층, 가장 좋은 자리에 입점할 수 있는 것은 강점”이라며 “하지만 두 업계가 내놓은 브랜드 모두 초고가 럭셔리 브랜드라는 점에서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또 “값비싼 돈을 지불하고 화장품을 사는 소비자들은 이미 자신들 피부타입에 맞는 타 뷰티 브랜드의 충성 고객일텐데, 이들의 마음을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반대로 중가의 화장품 브랜드라면 소비자들도 쉽게 브랜드를 옮기는 경향이 있어 더욱 승산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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