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시장서 5년째 쓴맛…BAT로스만스, 슬림해진 ‘글로’로 굴욕 벗을까
23년 만에 철수한 BAT코리아 대신 BAT로스만스가 첫 신제품 출시
한국 담배 시장 점유율 12%이지만 전자담배는 6%대 그쳐
커지는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주도권·점유율 확보 전략 치열해져
#. 한때 외국산 담배의 상징으로 꼽히던 던힐. 생산업체인 영국계 BAT는 1988년 글로벌 담배 열풍을 타고 한국 시장에 첫 진출했다. 던힐뿐 아니라 보그, 켄트 등의 브랜드도 인기를 끌며 국내서 승승장구했다. 2000년대 초반 BAT코리아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20%를 넘어섰다.
#. 영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유통구조 변화에 따른 체질개선에 실패하면서 BAT코리아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실적 부진이 계속됐고, 전자담배 시장에서도 승기를 잡는데 실패했다. 시장 점유율은 올해 초 기준 12%까지 떨어졌다. 급기야 지난 8월에는 한국법인 BAT코리아가 해체됐다. 23년 만에 BAT코리아가 철수하면서 본사 계열사인 BAT로스만스가 직접 담배 공급에 나섰다.
BAT가 한국 시장에서 반격을 꾀하고 있다. ‘글로 프로 슬림’ 신제품 출시로 그동안 전자담배 시장에서의 굴욕을 털겠다는 의지다. 이번 신제품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는 평가다. 세계 최초로 한국 시장에서 출시된다는 점도 그렇고, 이달부터 본격적인 사업 운영에 돌입한 BAT로스만스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
감각적 디자인과 간편한 휴대성 살렸다
글로 프로 슬림은 네오스틱을 360도로 감싸는 혁신적인 서라운드 히팅 기술이 적용됐다. 최대 280도까지 스틱을 태우지 않고 균일하게 가열해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최상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게 BAT로스만스 측 설명이다.
여기에 글로 프로에서 호평받은 듀얼 모드 기능이 탑재됐다. 고온고속 히팅을 통한 부스트의 강렬한 맛과 부드럽고 풍부한 맛을 선택할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디자인이다. 슬림한 외관을 바탕으로 대폭 개선된 디자인과 휴대 및 편의성이 큰 장점이다. 기기 충전상태 및 사용 모드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컬러 LED 표시등을 탑재했으며, 소비자 선호에 따라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트렌디한 색감의 블랙‧네이비‧옐로‧화이트 4가지 컬러를 제공한다.
전자담배 스틱에 두 개의 캡슐을 적용한 ‘네오 아이스 트로픽 더블’도 새롭게 출시한다. ‘네오 아이스 트로픽 더블’은 각각 상쾌한 맛의 멘솔 캡슐과 달콤한 맛의 캡슐을 터뜨려 소비자 취향에 맞춰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새로운 글로 전용 스틱 출시로 총 9가지의 네오 제품을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김은지 BAT로스만스 대표는 “시장 트렌드의 화두로 떠오른 궐련형 전자담배 분야에서 제품 혁신과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시장 전환을 주도하고 재도약할 것”이라며 “글로 프로 슬림을 전 세계 최초로 한국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는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위해 저감 제품’ 출시와 ESG 투자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궐련형의 원조…KT&G, PMI에 밀려 고전
실적에서도 위기가 잘 드러난다. 글로 출시 이전인 2016년 4133억원이었던 매출은 글로 출시 이후 2017년 4001억원으로 감소했다. 이후 2018년 3681억원, 2019년 3562억원, 2020년 3192억원으로 줄곧 내리막이다.
지난해 1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2년 연속 적자행진에서 벗어났지만 경쟁사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라는 지적이다. KT&G는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고, 필립모리스는 44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점유율 확대도 넘어야 할 산이다. 지난해 온라인 판매채널 확대와 공격적인 마케팅 강화로 소폭 반등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역시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많다. 올해 2월 기준 BAT로스만스의 시장 점유율은 약 12%.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은 6%대에 그친다.
업계에선 BAT의 글로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관망하는 분위기다. 올해 들어 궐련형 전자담배가 시장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어서다. 다만 필립모리스도 궐련형 전자담배 신제품인 ‘아이코스 일루마’ 출시를 앞두고 있어 궐련형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 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선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한 BAT로스만스가 시장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면서도 “업체간 주도권 싸움과 전자담배 시장을 놓고 벌이는 규제 움직임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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