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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이어 저축은행·인뱅까지 '대출 절벽'…기댈 곳 없는 서민들

금융당국, 저축은행·카뱅 불러 “대출 줄여라”
전방위 대출 규제로 중·저신용자 타격 불가피

 
 
금융당국이 지난 9월 29일 저축은행업계와 카카오뱅크를 불러 적극적 가계대출 관리를 요구하면서 중·저신용자들의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이 급증한 주요 저축은행과 카카오뱅크를 잇달아 불러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하고 나섰다. 앞서 카드대출이 급증한 몇몇 카드사들도 소환됐던 만큼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압박이 제1금융권을 넘어 제2금융권 등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에 일각에선 중·저신용자들의 이용률이 높은 제2금융권의 대출 제한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경우 신용도가 낮은 자영업자와 금융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 ‘풍선효과’ 염려…저축은행 대출 관리 나서

 
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9월 29일 올해 가계대출이 급증한 애큐온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SBI저축은행 등 3곳과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를 불러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진행했다. 
 
금융당국은 회의에 참석한 각 저축은행 관계자들에게 가계부채 연간목표 초과 사유를 묻고 추후 관리 계획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 소환된 애큐온저축은행은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전년 대비 40%를 넘었고, 한국투자저축은행도 목표치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금융당국이 제시한 연간 증가율 목표치는 21.1%다.
 
SBI저축은행은 총량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았으나, 금융당국이 '관리' 차원서 부른 것이란 게 업계 안팎의 전언이다. SBI저축은행은 올해 6월말 기준 11조8500억원 자산을 보유해 저축은행업계에서 자산규모가 가장 크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KB저축은행 관계자를 불러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한 이후 닷새만에 주요 저축은행을 줄소환 한 만큼, 업계 전반에 대한 ‘대출 옥죄기’가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금융권에서는 가계대출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로 저축은행 업계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당초 기준치를 빠르게 넘어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국내 저축은행 79곳 중 17곳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인 연 21.1%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신저축은행(78.9%)·상상인 플러스저축은행(41.4%)·BNK 저축은행(36.3%)·신한저축은행(26.9%)·DB 저축은행(23.7%) 등 금융그룹 계열 저축은행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당국 눈치’에 2금융권 즉각 대응…“일괄 규제, 역효과 가능성”

 
문제는 2금융권 대출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생계형 대출이 많다는 점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카드사를 시작으로 제2금융권과 인터넷은행 등 전체 금융권을 겨냥한 대출 규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9월 15일 카드론 대출규모가 크게 증가한 현대카드와 롯데카드, 여신금융협회를 불러 가계부채 관리 점검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카드업계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치는 5∼6% 수준인데, 당시 회의에 참석한 현대카드와 롯데카드는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연간 총량 목표치를 2배 이상 초과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현대카드와 롯데카드는 실수요자에 대한 카드론 공급은 유지하되 다중채무자를 대상으로 한 신규 대출 규모를 축소하는 등 카드론 전체 취급 규모 줄이기에 돌입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중금리 대출 확대에 나선 인터넷은행을 대상으로도 대출 압박의 고삐를 더욱 조이고 있다. 같은 날 금융당국은 카카오뱅크를 불러 가계대출 관리를 재요구 받았다. 아직 카카오뱅크는 대출 증가 목표치를 넘지 않았지만, 연말까지 중금리대출 비중 확대를 선언한 만큼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금융당국이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이튿날인 1일 “연말까지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중단하겠다”며 자체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카카오뱅크가 지난 9월초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하기 위해 신용대출 최대한도를 종전 7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마이너스 통장 대출 상품의 최대한도를 5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각각 축소한 데 이은 후속조치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교수는 “제1금융권에 이어 제2금융권·인터넷은행의 대출까지 틀어막게 되면서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실수요자인 서민들”이라며 “집단대출·전세대출·마이너스통장 등의 루트까지 끊기거나 끊길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은 지나치게 빠른 대출 규제 정책일 뿐만 아니라 시장경제에도 역행하는 행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규제 일변도의 대출 정책은 결국 부동산 정책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정부가 대선을 앞둔 내년 3월까지 집값을 잡기 위해 모든 대출을 최대한 규제하려는 현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강민경 기자 kang.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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