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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수난시대…소셜 미디어가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김국현 IT 사회학]

청소년기 소셜 미디어 사용, 우울증에 영향 준다는 연구 결과 나와
'좋아요'와 '하트' 세례 중독성…인정 받고 싶은 욕심에 빠지는 역효과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에서 발견할 수 있는 페이스북의 '좋아요' 표시. [중앙포토]
 
페이스북은 수난의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 자신들이 끼치는 해악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여러 증거가 내부 고발과 월스트리트 저널 등 미국 언론의 탐사 보도로 드러나고 있다. 예를 들면 십대 소녀들이 자신의 몸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느낄 때 인스타그램(페이스북의 한 서비스)이 이를 악화시킨다고 말했다는 연구를 보고받았으면서도 덮었다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의 정신 건강상 위험을 다루는 연구 결과는 사실 비밀도 아니다. 이미 지난 2019년 12세에서 16세 사이의 캐나다 청소년 4000여 명을 추적 조사한 연구 결과가 참고할만하다. 흔히 스크린 타임이 신체 활동을 줄여 청소년기 우울증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러한 증거는 없었다. 비디오 게임과도 상관관계가 없었다. 대신 사회적으로 비교하게끔 하는 서비스가 자존감 감소와 관련해 우울증 증가를 설명하는 데 더 효과적이었다. 즉 청소년기의 소셜 미디어는 우울증과 연관성이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수많은 일 중 유독 소셜 미디어가 문제였던 셈이었다.
 

페이스북 이용자 정신 건강 위험성 경고 잇따라  

어른도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불행해지기도 한다. 무뎌진 어른은 그걸 바로 느끼지는 못한다. 약발은 뒤늦게 찾아온다. 술이 처음엔 달고 마실 땐 즐겁지만, 주정을 부리고, 숙취와 후회가 뒤따르는 식이다.
 
페이스북(및 그들의 서비스)이 이러한 일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어린이용 인스타그램마저 만들고 있었다. 현재 13세 이하는 아예 계정을 만들 수 없어 인스타그램을 쓸 수 없지만, 어차피 나이를 속여 쓰고 있으니 양지로 끌어내 부모의 관리하에 쓰자는 의도였다. 그런데 왜 굳이 그래야만 하나?
 
물론 소셜 미디어는 신세계였다. 무명의 10대 벨라 포치(BellaPoarch)는 단 10초 내외의 틱톡 영상 “M to the B”로 세계적 스타가 되어버렸다.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세상이 열린 듯했다.  
 
하지만 이는 대다수의 평범한 재능을 지닌 이들에게는 환각일 뿐이다. 누구나 매력이라는 자산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매혹적인 콘텐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벼락스타가 되는 것은 언제나 소수다. 소셜 미디어가 없었어도 낭중지추처럼 솟아 나왔을 사례는 착시를 불러오지만, 개인의 성장 스토리는 소셜 미디어의 훌륭한 홍보 수단이 된다.
 
누구나 그 맛을 잠깐은 본다. 말 한마디만 잘해도 꽤 많은 좋아요와 하트가 쏟아져 내리는 체험, 이는 마치 잭팟이 터지는 일과 같은 중독성이 있다. 도파민 듬뿍 담긴 호르몬 칵테일 세례. 한번 맛보면 누구라도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글 하나 올리고도 반응이 기다려진다. 금방이라도 곧 ‘인싸’가 될 것 같은 기분에 ‘인스타그램에 어울릴 법한’ 순간을 찾아 헤맨다. 그런 뜻의 ‘Instagrammable’이라는 신조어는 이미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됐을 정도다. 하지만 이에 집착할수록 썰렁한 반응. 빈약한 인간관계를 자각하고 허무해지는 순간이 온다.
 

찰나의 행복감 주는 소셜 미디어 폐해  

하지만 어른들은 세상이 그런 줄 알기에 그러려니 한다. 오히려 세상에 인정받는 일이 쉽지 않음을 알기에 소셜 미디어를 기웃거린다.
 
조직에서의 만족감이란 것도 많은 부분 인정받는 일에서 온다. 동료나 상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않으면 출세는 할 수 없다. 평판을 관리하는 일은 힘들고도 피곤하다. 주위의 눈치를 봐야 하고 각자의 지위에서 분수를 지켜 두드러지지 않아야 하는 치사한 게임이기도 하다. 조직 내에서의 평가에 실망할 때 조직 밖 시장에서 내 그대로의 모습을 승인받을 수는 없을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쪽도 만만치 않다.
 
인간은 인정받기 위해 투쟁하는 존재다. 끊임없이 타자와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기를 바라는 우리, 헤겔이 한때 말했던 인정투쟁이다. 이 투쟁에서 승리했는지에 따라 주인이 되고 노예가 된다는 말은, 소셜 미디어에서 좋아요와 친구가 늘 때 우쭐해지는 느낌에 취해 보면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투쟁에서 승리한 것 같지만 실은 좋아요를 눌러줄 다수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승리이니 결국 우리는 이 인정 투쟁 플랫폼에 예속된 노예일 뿐이다.
 
아무리 재화가 많아도, 권력이 있어도, 사람은 인정받지 못한다면 그 욕망이 완성되지 않나 보다. 알만한 사람이 ‘관종’이 되어 페이스북에서 승인을 갈망하는 모습은 남이 인정해줬을 때, 좋아요를 꾹 눌러줬을 때 얻어지는 행복감이란 것이 분명히 있음을 알려 준다.
 
소셜 미디어는 이 행복감을 되찾도록 찰나적 반응을 끌어내 준다. 인류 역사상 말 한마디에도 이렇게 쉽게 즉각 반응을 해주는 장은 존재한 적이 없다. 사회적인 승인 욕구의 자판기, 이 감정의 슬롯머신에 중독되는 일은 시간문제다.
 
하지만 어른들이 이러한 욕망과 기호(嗜好)에 탐닉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아이들이 문제다. 아이들에게 이러한 기호품을 전달해도 좋은지 신경 쓰지 않는다.
 
사실 스마트폰엔 아이들에게도 좋은 기능이 가득하다. 시청각 교재로도 훌륭하다. 문제는 이 요물이 사람과 사람을 언제나 이어지게 만드는 기술이라는 데 있다. 이어짐이라고 하면 낭만적으로 들리지만, 굳이 이어져야 할 이유가 없는 순간에, 이어져서 위험한 대상과 이어지는 일처럼 위험한 일도 없다. 물리적인 위해가 되지 않더라도 이 이어짐 속에서 아이들조차 인정투쟁의 굴레에 빠져버린다. 서로 비교하다가 무리하게 되고, 금세 좌절하게 된다. 이어짐은 곧 곤욕이 된다.
 
이어짐이란 상대적이다. 그리고 상실감도 대개 상대적이다. 행복감이란 남들과의 비교 우위에서 생긴다.
 
유튜브 키즈에는 댓글이 없다. 그저 철저히 콘텐트 소비만 시킬 뿐이다. 바보 상자가 되기로 한 듯하다. 차라리 바보 상자의 그 시절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일간 사용자 6억명을 자랑하는 소셜 미디어 '틱톡'. [연합뉴스]
 
중국에서 더우인(抖音)이라고 불리는 틱톡은 6억명의 일간 사용자를 자랑한다. 다른 나라와 달리 가장 인기 있는 카테고리에 놀랍게도 교육이 들어 있다. 화학 컨텐트가 1억3000만 뷰를 획득할 정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틱톡을 14세 미만의 경우 일일 40분으로 규제해버렸다. 이어지는 일은 위험해서다.
 
구글과 애플은 14세 미만 어린이들에게는 계정도 만들어주지 않는다. 계정이 필요하면 보호자에 속한 자녀계정을 만들 수 있도록 안내할 뿐이다. 어린이에게는 위험한 물건임을 모두 다 알고 있었다.
 
※ 필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겸 IT 평론가다. IBM,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IT 자문 기업 에디토이를 설립해 대표로 있다. 정치·경제·사회가 당면한 변화를 주로 해설한다. 저서로 [IT레볼루션], [오프라인의 귀환], [우리에게 IT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김국현 IT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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