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 할부결제 꼬박꼬박…피해자 10명 중 8명 속앓이
20만원 이상 금액·3개월 이상 할부결제 해야만 ‘할부항변권’ 인정
카드사 7곳, 5억원 항변 신청액 중 3억3000만원 결제 처리 불가피
항변권 충족요건 사실상 ‘깜깜이’…“항변권 고지 의무 사항 아냐”
할인플랫폼 스타트업 머지플러스가 운영하다 판매가 중단된 ‘머지포인트’를 카드결제로 구매한 소비자 10명 중 8명 이상이 계속해서 구매금액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에 대한 ‘카드결제 할부항변권’ 신청이 반려된 탓이다.
19일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카드사 7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비씨)의 머지포인트 구매 결제액의 항변권 신청현황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신청 고객의 84%가 항변권이 거절된 것으로 확인됐다.
KB국민카드 거절율 95%…비씨카드 90%·삼성카드 84%
그런데 이들 7개 카드사에 카드결제 할부항변권을 신청한 고객 2604명(신청액수 4억9920만원) 가운데 84%에 해당하는 2202명(신청액수 3억3150만원)이 ‘할부항변 신청 요건 미충족’을 사유로 거절된 것이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KB국민카드에 대한 할부항변권 신청건수가 가장 많았다. ▲KB국민카드 834명(1억1560만원) ▲삼성카드 538명(9850만원) ▲비씨카드 315명(5690만원) 순이었다.
거절건수가 많은 카드사 순도 ▲KB국민카드 798명(1억490만원) ▲삼성카드 456명(7280만원) ▲비씨카드 284명(4710만원) 등 순으로 할부항변권 반려건수가 높았다. 신청건 대비 거절건을 비율로 계산했을 땐, KB국민카드가 95%로 10명 중 9명 이상이 거절됐고 이어 비씨카드 90%, 삼성카드 84% 등이었다.
농협카드는 23명의 고객이 840만원 상당 결제액에 대해 항변권을 신청했지만, 아직 농협카드 측에선 청구유예에 대한 결정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할부항변 신청에 대한 반려율이 이처럼 높은 이유는 항변권 적용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설명이다.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따라, 할부항변권 자격을 충족하기 위해선 적용대상 할부계약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 항변권을 인정받기 위해선, ‘결제액이 20만원 이상인 재화 또는 용역’이어야 하며 ‘3개월 이상의 기간으로 나누어 결제한 경우’를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일시불로 결제했거나 체크카드 결제인 경우 등을 포함해 위와 같은 결제액 또는 할부 기간 조건에 맞지 않으면 항변권 성립이 되지 않아 잔여 결제가 진행되는 것이다. 때문에 많은 고객들이 몇 만원이나 몇 개월 차이로 결제금액을 계속 내야해 소비자 입장에선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항변권 충족조건 지나치게 까다로워…“제도개선안 마련 시급”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에 대한 카드업계 안내사항 고지의무와 관련해 할부항변권에 대한 내용은 필수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금감원은 머지포인트가 항변권 적용대상과 적용사유 등에 해당하는지 법률 검토를 진행해 결과에 따라 할부 항변에 관한 금융 분쟁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미 항변권 신청이 거절된 고객에 대한 대안이나 보상 관련 방안은 뚜렷하지 않고, 사실상 법률에 따른 조치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나서도 이를 해결하기엔 무리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송재호 의원은 “머지포인트와 같이 판매가 중단되고, 사용처가 급감하는 등 갑작스런 사태가 촉발된 경우까지 포괄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중요하다”며 “부당한 원인으로 문제가 되는 상품권이 생길 시 할부항변권 적용 조건을 완화하거나 일시불 고객을 포함해 결제 대금에 대한 합리적 구제를 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안을 국회와 금융당국, 업계가 함께 나서 조속히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8년 고액의 교정치료비를 선납하고도 정상적인 진료를 받지 못한 서울 강남구 소재 ‘투명치과’ 피해자들은 할부항변권을 모두 인정받아 잔여 할부금을 내지 않은 바 있다. 당시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투명치과 피해자 3794명이 진료비 환급을 요구하며 신청한 집단분쟁조정에 대해 ‘진료비 전액을 환급하라’며 할부항변권을 모두 수용키로 했다.
다만 ‘투명치과 사태’는 당시 투명치과가 폐업하지 않아 항변권을 인정할 명백한 사유가 없다는 것이 카드사들의 입장이었고, 이번 ‘머지포인트 사태’는 결제액과 할부금액에 대한 적용대상 여부가 관건이라는 것에 차이점이 있다.
강민경 기자 kang.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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